3기 신도시 땅투기 전수 조사
文대통령 "빈틈없이 조사하라"
◆ LH 투기의혹 일파만파 ◆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 조사범위를 3기 신도시 전체로 넓히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3일 "투기 의혹이 불거진 광명시흥 외 나머지 5개 3기 신도시에서도 LH 임직원의 땅 투기가 있는지 전수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에는 국토부 직원도 포함될 예정이다.
전날 LH 임직원들이 광명시흥지구가 3기 신도시로 지정되기 직전 땅 투기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정부가 2·4대책에서 LH가 주도하는 공공개발을 강조했는데 시작도 전에 좌초 위기에 직면했다. 국토부는 조사 결과 광명시흥지구에서 13명의 LH 직원이 땅을 산 것으로 잠정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는 이들이 내부정보를 미리 입수해 토지를 매입했는지 철저히 조사할 방침이다. 광명시흥은 수년 전부터 신도시 유력 후보지로 거론됐지만, 정부가 본격적으로 후보지로 검토를 벌인 것은 올해 초부터다. 연루된 직원들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광명시흥 용지를 매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3기 신도시 전체를 대상으로 국토부, LH, 관계 공공기관의 신규 택지개발 관련 부서 근무자와 가족에 대한 토지거래 전수조사를 빈틈없이 실시하라"고 정부에 지시했다. 문 대통령의 지시로 총리실은 감사원 조사에 앞서 4일 조사단을 출범시키고 곧장 수사에 나선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 차원의 재발 방지 대책을 예고했다. 홍 부총리는 "반드시 제도 개선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며 "10일 부동산 관계장관회의에서 면밀히 논의하겠다"고 덧붙였다.
[김동은 기자 / 임성현 기자]
광명시흥 투기의혹 연루 직원 13명 분석하니
재작년 평당 120만원에 팔려
지금은 60% 올라 200만원선
들판엔 보상금 노린 묘목만 빼곡
친한 직원들끼리 정보 공유한듯
1인당 4~5억씩 대출받아 매입
'공공주도 개발' 시작부터 휘청
"재작년 땅이 팔렸을 때 3.3㎡(1평)당 120만~130만원을 받았다고 들었는데 지금 시세는 180만~200만원 수준입니다."
3일 찾은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178 일대는 황량한 들판과 건축자재 적치장이 전부였다. 서울 여의도에서 자동차로 40~50분이 걸리는 이곳은 광명시흥지구가 3기 신도시로 선정되기에 앞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땅투기를 벌였다는 의혹을 받는 곳이다.
이 지역은 2019년까지만 해도 지역주민이 논농사를 짓던 곳이다. LH 직원이 이 지역 소유주가 되기 시작한 것은 2019년 6월쯤부터다. 공인중개업소 분석이 맞는다면 재작년 토지를 산 사람들은 2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50% 수익률을 기록한 셈이다.
인근에서 20년가량 농사를 지었다는 한 주민은 "이 지역은 원체 교류가 없어 누가 땅을 샀는지 누가 주인인지 전혀 관심이 없다"며 "(주인이 바뀌고) 작년 봄부터 여기에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관리라고 해야 물을 주는 게 전부이기 때문에 가끔 물을 주러 와도 마주칠 일이 없다"고 말했다. 투기의혹을 받고 있는 이 지역에는 이름 모를 나무들이 빼곡히 심어져 있다. 전문가들은 묘목을 심어놓은 이유가 보상금을 더 받기 위해서라고 본다. 농사를 짓는 땅은 '과수원·밭·논'으로 구분되는데 이 중 과수원에 대한 보상금액이 가장 크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한 전문가는 "농사를 짓고 있다는 증명도 되고 과수원으로 사용하고 있었다고 주장하면 보상금도 많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가 3기 신도시를 대상으로 투기의혹 전수조사에 나선 가운데 광명시흥 신도시 사전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LH 직원 13명을 둘러싼 수상한 정황이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다.
매일경제가 등기부등본 등을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사전 투기의혹을 받는 직원 13명 중 5명은 직무정지를 당하기 전까지 경기지역본부에 근무했다. 이들 중 3명은 과천의왕사업본부에 함께 근무했으며 특히 이 가운데 한 명은 3기 신도시 중 한 곳의 보상업무를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2명 역시 주거복지사업처에서 함께 일하는 사이였다. 이들 직원 5명 중 3명은 광주전남지역본부에 근무하는 다른 직원 1명과 함께 2019년 6월 3일 15억1000만원을 투자해 시흥 과림동 땅 3996㎡를 매입했다. 이 과정에서 두 명이 각각 4억5500만원을, 또 한 명은 2억3400만원을 북시흥농업협동조합에서 토지를 담보로 대출받았다. 나머지 두 명도 인천지역본부 등에 근무하는 동료 직원과 함께 2019년 9월 4일 시흥 과림동 토지 4필지 총 5025㎡를 22억5000만원에 취득했다. 이들 역시 각각 4억~5억원을 농협에서 빌렸다. 투기의혹을 받고 있는 다른 직원도 대부분 동료직원과 함께 투자에 나섰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친한 직원끼리 투자정보를 공유하며 행동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흥의 한 공인중개사도 "과림동과 무지내동은 토지거래가 빈번한 지역이 아니었는데 2019년쯤부터 LH 직원이 땅을 사러 다닌다는 소문이 퍼진 일이 있다"고 이 같은 추측을 뒷받침했다.
이들이 사들인 필지 대부분은 지목이 전(밭)과 답(논)으로 알려졌다. 농사를 짓겠다는 계획을 세워야 살 수 있는 땅이다. 전날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기자회견 장소에서 "LH에 근무하면서 제대로 농사를 짓는 것은 불가능한 만큼 이들이 허위·과장 농업경영계획서를 제출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허위 계획서를 제출한 사실이 확인되면 농지법 위반으로 처벌받는다. 의혹에 연루된 직원 가운데 7명은 만 60세 정년을 앞둔 50대 중후반으로 나타났으며 임금피크제에 걸려 특별한 보직이 없는 직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3명 중 시흥시에 거주하는 사람은 사실상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지역본부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2019년부터 2020년까지 두 차례에 걸쳐 시흥 과림동 토지를 매입했는데 2019년 첫 토지 매입 당시에는 서울 강남에 거주 중이었으며 2020년 다른 토지를 매입했을 때 주소지를 시흥시로 바꾸었다. 나머지 12명은 성남·수원·서울 등이 주소지였다.
이날 국토부는 "LH 직원 13인이 해당 지역 내 12개 필지를 취득한 사실을 확인하고 직위해제 조치를 완료했다"며 "택지개발과 관련된 국토부·공사·지방공기업 직원은 거주 목적이 아닌 토지 거래를 금지하는 제도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김동은 기자 / 정석환 기자 /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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