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대책으로 자산격차 심화 우려..서민 위한 공공임대 확대부터"
[경향신문]
분양주택 공급에 초점을 둔 ‘2·4 공급대책’은 서민 주거난을 방치해 자산 격차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정부가 공공성을 내세워 주택을 공급하는 만큼, 개발이익 사유화를 방지하고 양질의 공공임대주택과 ‘부담가능한’ 분양주택 공급 확충 방안을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청년·세입자·주거시민단체가 모인 ‘공공임대주택두배로연대’와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8일 국회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가가 정부 재정을 투입하고 수용권을 발동해 고급 분양주택을 공급하려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며 “정부는 주택난을 겪는 가구에 공공임대주택과 부담가능한 분양주택을 어떻게 공급할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토지임대부, 환매조건부 분양주택 등 대안적 분양주택을 확대해 공공택지를 공공이 계속 보유하면서 ‘로또주택’을 양산하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2·4 공급대책’에서 도심 내 신규사업을 통해 약 57만 가구를 공급하며, 이때 전체 공급물량 중 70~80%는 공공분양주택으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나머지 20~30%만 지분적립형 등 공공자가주택과 공공임대주택으로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심 의원은 이날 “2·4 대책은 부동산 정책 실패를 모면하기 위해 시장주의자들에게 굴복한 면피용 정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공이 택지를 개발해 분양하겠다는 것은 공공자산으로 일부에게 ‘로또’를 선사하는 것”이라며 “청년, 서민, 1인가구 등을 위한 장기공공임대주택과 토지임대부, 환매조건부 공공주택을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용찬 민달팽이유니온 활동가는 “국토부가 공급할 주택에 누가 들어가 살 수 있는가”라고 물으며 “세입자로 살아가는 다수 청년들이 부담하기 어려운 분양주택만 공급하려는 기울어진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한 원칙은 민간사업자, 지주와의 타협이 아니라 주거권에 있다”며 “부담가능한 주거비, 적절한 주거환경, 계속 거주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는 주택공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무분별한 지구 지정으로 투기광풍 등 문제를 불러온 ‘뉴타운의 비극’을 되풀이 하지 않으려면, 개발 속도를 낮추고 꼭 필요한 곳에 주택 공급을 하는 순환개발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박현근 변호사(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는 “용산참사 이후 10년이 지났지만 제도 개선은 이뤄지지 않아 토지와 건축물의 소유자, 세입자, 소상공인 등 이해당사자 갈등을 해결하는 데 한계가 많다”며 “도심 개발에 앞서 법률과 체제를 재정비하고 민간조합 방식으로 진행되는 기존 재개발·재건축에 대한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공공분양주택 공급에 방점을 두는 정책대신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가 더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효래 나눔과미래 사무국장은 “분양주택은 쪽방, 고시원 등 ‘집 아닌 집’에 거주하는 37만 가구와 주거취약계층이 부담가능한 주택이라 할 수 없다”며 “정부가 주택 공급에서 가장 우선해야 할 계층을 배제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취약계층은 임대주택 물량이 없어 평균 1년 넘게 대기하는 게 현실”이라며 “이를 뒤로 한 채 민간의 이익을 보장하는 분양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게 정말 최선인가”라고 말했다.
김태근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위원장은 “(2·4 대책에서) 서울 도심에 용적률을 700%까지 올리고, 신규 주택 공급의 70~80% 가량을 분양주택으로 공급한다면서도 개발이익을 환수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다”며 “용적률 상향으로 인한 물량의 절반 이상은 장기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하면 개발이익을 시민들이 공유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산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된다”고 말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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