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층수 높여 싼 값에 분양하면 '누구 몫' 될까
# 지난해 말 미분양 아파트 1가구 추첨 청약에 29만8000명이 몰린 ‘DMC파인시티자이’. 인근 아파트 동일 면적의 시세는 10억5000만원으로 분양가 5억2643만원의 두 배 수준이었다. 너도나도 ‘묻지마’ 청약에 나섰지만 당첨자는 결국 계약금 1억원을 마련하지 못해 계약을 포기했다.
경이로운 청약경쟁률과 계약 포기로 부동산업계 화제가 된 DMC파인시티자이 사태는 ‘로또 분양’의 폐단을 전적으로 드러냈다. 분양가 규제는 무주택자의 집값 부담을 덜어주고 주거안정을 이루는 것이 목적이지만 갈수록 장점보단 단점이 많아지는 추세다.
시세차익을 노린 불법 분양권 전매 거래가 기승을 부리고 대출규제로 자금 마련이 어려워지자 ‘현금 부자’만 로또를 쥐게 되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미분양 추첨 청약의 경우 무주택이나 청약통장 보유조건도 갖출 필요가 없다. 미국 국채금리 상승과 국내 시중은행의 대출금리 인상으로 청약 문턱이 더욱 높아진 가운데 정부는 또다시 ‘로또 위험’이 있는 ‘분양’을 새로운 공급대책으로 준비하고 있다.
정부는 당초 지난해 발표한 공급대책에서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연면적 비율) 완화와 고밀개발을 허용하고 늘어난 주택 수만큼 공공임대 기부채납을 확대해 집값 상승의 완충장치로 마련했다. 하지만 수익성을 우려한 재개발·재건축조합·건설회사 등의 반발과 여론에 부딪혀 다시 분양으로 방향을 틀었다. 문재인정부 4년 내내 추진해온 공공임대정책이 물거품에 놓일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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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해 8·4 부동산 대책과 11·19 대책을 통해 내놓은 공급대책을 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기관이 재개발·재건축에 참여해 공공임대를 늘리는 게 주요 골자였다. 하지만 공급방안이 미흡하다는 비판이 잇따랐고 올 초까지 집값 상승이 진정되지 않자 정권 말에 들어선 정부로선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변 장관은 서울 도심의 용적률을 완화해 역세권과 준공업지역 및 빌라 밀집지역 등에 고밀개발을 추진한다는 기존 방향은 유지했다. 지구단위계획이 수립된 준주거지역의 용적률을 최고 700%까지 올려 고밀개발이 가능하게 할 방침이다. 서울 지하철역 300여개 가운데 100개 이상이 대상이 될 수 있다.
문제는 그동안 추진해온 공공임대 대신 일반분양을 중심으로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공공자가주택과 공공임대주택을 혼합하는 방식의 공급대책을 구상하고 있다. 공공 재개발·재건축의 인센티브를 확대하기 위해 기부채납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도 요구되고 있다.
변 장관은 지난 5일 관련 기관과 영상회의를 열어 “수요자가 선호하는 입지에 품질 높고 부담 가능한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국민이 원하는 도심 내 분양 아파트를 공급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학계 관계자는 “정부가 공급대책에 민간과의 협력을 강조하고 나선 데는 정치적인 고려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하락한 가장 큰 이유가 부동산 정책 실패로 지목됐고 문재인정부 들어 처음으로 국토부 장관을 교체한 것을 봐도 미뤄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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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 측은 부인했지만 16개월 입양아를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정인이 사건’ 역시 입양의 목적이 청약가점이라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정부의 공급대책을 정면 반박했다. 이 지사는 “도심지의 경우 공급 즉시 폭발적인 수요가 몰리기 때문에 투기 근절방안을 갖춰놓지 않으면 새 주택은 물론 인근 주택까지 가격이 급등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민간에 개발을 맡기면 공급 가격 관리도 어려울뿐더러 인근 주택 가격을 견인하는 부작용을 수없이 확인했다”며 “고밀개발로 마련한 자산을 미래세대에 물려주고 공공 보유 비중을 늘려나가면 부동산에 의한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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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자가주택은 주변 시세의 50~60%에 분양될 전망이다. 형식으로는 토지는 공공 시행사가 입주자에게 일정 기간 빌려주고 건물만 팔아 분양가를 낮추는 토지임대부 주택, 분양자가 공공기관에 집을 다시 팔아야 하는 환매조건부 주택 등이 있다.
임재만 세종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토지임대부나 환매조건부가 일부 대안이 될 수 있지만 100% 공공임대가 안 되면 민간분양을 폐지해야 한다고 본다”며 “3기 신도시와 같은 공공개발의 경우 정부가 개인 소유 땅을 싸게 사서 다시 개인에게 비싸게 파는 식인데 이런 제도 자체가 없어져야 주거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변 장관은 토지은행의 비축토지를 공공주택사업에 활용해야 한다는 소신도 밝혔다. 장관 인사청문회 서면질의 답변 자료에서 이 같은 제도 개편방안의 검토를 공식화했다. 토지비축제도는 공익사업에 필요한 용지를 적기에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기 위해 지가 상승 이전 미리 매입하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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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공업지역에선 공공기관이 주도하는 순환개발이 추진된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지난 7일부터 다음달 25일까지 ‘민·관 합동 준공업지역 순환정비사업’ 공모를 진행한다. 서울시내 공장비율이 50% 이상인 3000㎡ 이상 준공업지역 용지를 대상으로 한다.
준공업지역 내 노후화한 공장 부지를 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참여해 산업·주거 복합공간으로 변화시킨다. 산업기능을 살리고 주택공급도 확대한다는 복안이다. 시범 사업지 3~4곳은 오는 3월 확정된다. 서울시의회에선 현재 공공이 참여한 준공업지역 개발사업의 산업시설 의무비율을 50%에서 40%로 낮추는 도시계획조례 개정안이 통과됐다.
부지 면적의 60%를 주택으로 조성할 수 있게 된 것. 국토부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이달 말 역세권 준주거지역 용적률을 최대 700%까지 완화하는 지구단위계획 제도 개선도 추진하고 있다. 지구단위계획이 수립된 준주거지역의 용적률을 올려 고밀개발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역세권 범위는 현행 250m에서 500m로 넓히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서울시내 지하철역 300여개 중 100곳 이상이 대상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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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층 주거지 정비를 위한 법안도 발의됐다. 천준호 의원(더불어민주당·서울 강북갑)은 지난 7일 ‘빈집 및 소규모 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번 법안은 국토부와 서울시가 긴밀히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법안 통과 후 곧바로 정책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미니 재건축은 사업구역 대지면적 1만㎡ 미만, 기존 주택 수가 200가구 미만인 노후 주택단지의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인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과 비교해 규모가 작고 이해관계자가 적어 분쟁 발생 가능성이 낮다. 안전진단도 필요 없어 사업 절차가 상대적으로 간소화된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지 않고 용적률 법적 상한이 높아져 사업성이 개선되는 효과도 있다. 사업비 융자와 사업면적 확대(1만→2만㎡) 등의 인센티브도 제공한다.
공공 미니 재건축이 가능한 사업 대상지는 서울시 2070개 단지 6만384가구로 추정된다.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용적률은 법적 상한의 최대 120%까지 허용된다. 용적률 상한은 2종 일반주거지역 250→300%, 3종 일반주거지역 300→360%로 높아진다. 상향된 용적률의 20~50%는 공공임대로 기부채납해야 한다.
총 주택 공급량은 최대 약 51만가구가 될 전망이다. 변 장관은 “올해 민간 분양물량이 전망 기관에 따라 36만2000∼39만1000가구로 예상된다”며 “LH 등 공공물량과 사전청약 등을 포함하면 총 51만3000가구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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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향·강수지 기자 me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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