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압박하면 집값 잡힌다" 희망의 끈 놓지 않는 정부·여당, 더 센 대책 나오나

박상길 2021. 1. 11.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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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사진) 대통령이 7일 열린 '2021년 신년 인사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디지털타임스 박상길 기자] 정부가 24차례에 걸쳐 부동산시장 안정 대책을 쏟아냈으나 올 들어서도 집값은 요지부동이다. 어떤 대책을 내놔도 시장은 아랑곳없이 정부의 생각과는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11일 한국부동산원(옛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월 4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0.27% 올랐다.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0.26%, 지방은 0.28% 상승했다.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0.26% 뛰며 80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정부는 변창흠 신임 국토부 장관이 내놓을 공급대책과 정부가 시장의 추세를 반전시킬 카드라고 믿었던 작년 7·10 대책의 약발이 집값 안정을 이룰 것으로 기대한다. 오는 6월 전 다주택자 매물을 유도하기 위해 징벌적 세금을 매긴 이 대책을 놓고 시장에서는 다주택자들의 퇴로를 막아 집값 상승을 부채질했다고 비판하지만, 정부는 세금 공포를 이기지 못한 매물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정부는 작년 7월 10일 발표한 부동산 대책을 통해 다주택자에 대해 취득, 보유, 양도 전 단계에 걸쳐 세 부담을 대폭 강화하고 이를 오는 6월 1일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취득세율을 2주택자는 8%, 3주택자 이상은 12%까지 올렸고, 종합부동산세는 기존 최고세율이 3.2%였지만 이를 최고 6%로 높였다.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 내 집을 팔 경우 적용하는 중과세율을 종전보다 10%포인트 더 높여 2주택자는 20%포인트, 3주택자는 30%포인트로 했다. 이에 따라 최고 양도세율은 2주택자는 62%, 3주택자 이상은 72%로 높아졌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작년 8월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양도소득세 중과가 적용되기 이전 다주택자 매물이 상당 부분 나올 것으로 예상하며 실제로 매물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작년 8월 새 임대차법 시행으로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기존 아파트값을 밀어 올리자 다주택자들은 추이를 관망하며 버티거나 양도 대신 자녀 등에 대한 증여를 택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작년 1월부터 11월까지 전국 주택 증여 건수는 13만4000여 건으로 역대 최다였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기대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세금 중과가 임박하면 심리적 압박으로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던질 수 있다는 것이다.

홍 부총리는 10일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작년에 나온 부동산 공급대책은 2가지인데 하나는 3∼5년 걸리는 신규 주택 공급이고 다른 하나는 세제 강화를 통해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도록 유도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작년에 나온 세제와 공급대책이 현장서 착실히 이행되면 올해 부동산 가격은 안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그러나 다주택자들의 매물 출회에 회의적이다. 이미 증여를 통해 세금 중과에 대비했거나 정부의 대출 억제책에도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현재 집값이 오르고 있는 만큼 아직 매물을 내놓지 않은 다주택자들은 버티기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초저금리 속에 워낙 유동성이 풍부한데다 전세시장 불안이 계속되고 있고 똘똘한 한 채에 대한 기대감도 여전해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기 쉽지 않은 환경"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금보다 집값이 더 오른다는 판단이 서면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기보다 버틸 가능성이 크다"면서 "올봄 이사 철 성수기에 일부 다주택자 매물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시장의 추세를 바꿀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극심한 매물 잠김을 해소해 시장을 안정시키고 전월세난을 덜기 위해서는 양도세 완화를 통해 다주택자들의 운신을 가볍게 해줘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상황이 이렇게 흐르자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는 보유세 강화는 밀고 가되 양도세 부담을 줄여 다주택자들의 퇴로를 열어줌으로써 시장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는 시장 규율 차원에서 부동산 불로소득과 투기성 다주택 보유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기존 정책을 뒤집는 것이어서 선택이 쉽지 않아 보인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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