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책 아랑곳 않고..'지금 아니면 못 산다' 2030 패닉바잉 [키워드로 보는 2020 경제 (3)]
[경향신문]
30대 이하 매매건수 작년의 2배
스무 번 넘는 대책에도 집값 상승
하반기 전세난까지 매매 부추겨
3분기 가계빚, 작년보다 103조 ↑
“내년 주택시장도 ‘영끌’ 지속”
2020년 주택시장에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이 열병처럼 번졌다. 연이은 부동산대책에도 집값이 치솟자 ‘지금 아니면 집을 살 수 없다’는 불안에 30대 이하도 대거 매수시장에 뛰어들었다. 0%대 금리로 풀린 돈은 부동산으로 쏠려 집값을 밀어올리고, 불안은 추격매수로 이어지며 또 다른 ‘영끌’을 부추겼다. 강도 높은 규제를 이어가던 정부는 뒤늦게 공급대책을 내놨지만 ‘영끌’을 멈추진 못했다.
가능한 수단을 모두 동원해 집을 사는 ‘영끌’은 30대 이하 젊은층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한국부동산원(구 한국감정원) 집계를 보면 올해 1~10월 30대 이하 서울 아파트 매매건수는 2만8287건으로 지난해(1만4809건)보다 2배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서울 아파트 매매건수가 1.7배 늘어난 것보다 많다. 30대의 서울 아파트 매매비중도 올해 1월 30.39%에서 10월 38.5%까지 높아졌다. 20대 비중은 같은 기간 3.8%에서 5%로 늘었다. 기존 주택시장의 ‘큰손’인 40대와 50대 매매비중은 낮아진 것과 대조된다.
젊은층의 ‘영끌’은 소득에 비해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자 평생 벌어도 수도권에 내 집을 마련하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이 낳은 현상이다.
서울 중산층 가구가 월급 한 푼 쓰지 않고 모아 집 사는 데 걸리는 기간을 뜻하는 PIR(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KB 통계 기준)은 올해 9월 가장 높은 15.6을 기록했다. 2017년(11.2)보다 4년이 더 늘었다.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며 스무 번 넘는 대책을 내놓았지만 ‘서울 아파트는 오늘이 제일 싸다’는 불안과 기대감은 더 깊게 시장을 잠식했다.
‘영끌’이 본격적으로 가시화된 건 6월부터다. 규제지역을 확대한 6·17대책 등이 발표됐지만, 집값은 안 잡히고 갈수록 대출만 어려워질 것이란 인식이 시장에 퍼졌다. 6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전달보다 두 배 넘게 급등했다. 이때 서울 아파트 약 36%는 30대 이하가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패닉바잉’(공황구매)이란 이름이 붙었다.
은행 가계대출도 전달보다 8조원 넘게 늘었다. 통계를 작성한 2004년 이후 6월 기준 가장 큰 증가폭이었다. 주식시장 ‘빚투’(빚내서 투자)까지 더해져 3분기 가계빚은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올해 1~11월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3조원 늘었다.
정부는 ‘영끌’ 대열에 뛰어드는 이들의 불안을 잠재우지 못했다. 6·17, 7·10, 8·4대책을 줄줄이 내놓아도 시장에선 충분한 집값 안정 신호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8~9월 잠깐 진정되는 것처럼 보이던 집값은 전세난 등이 겹치며 전국적으로 들썩이기 시작했다. 정부가 대출규제를 내놓을 때마다 ‘영끌 막차’ 행렬이 이어졌다. 박원갑 KB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올 하반기엔 전세난이 불안심리를 자극해 ‘영끌’ 매매수요를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11·19 전세대책으로 공공임대주택의 일반 전세시장 공급, 새 전세임대주택 확충 등 여러 대책을 제시했지만 전세시장 불안은 여전하다. 박 위원은 “정부가 밝힌 공급량으론 부족하고, 당장 시장에 공급되는 양도 적어 큰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주택시장의 ‘영끌’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 진단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저금리로 인한 유동성과 전·월세 시장의 불안, 정부의 수요억제책 등 상황이 한동안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집값은 오르고 분양도 녹록지 않은 이들이 ‘영끌’에 나서는 현상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늘어난 가계부채는 집값이 떨어질 때 위험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집값 하락을 경험해보지 못한 젊은층을 중심으로 ‘영끌’에 나서는 것”이라며 “부동산 대신 시중 유동성을 흡수할 투자처가 마련되면 ‘영끌’ 수요가 줄 수 있으나, 현재 펀드나 리츠 등으로 분산이 쉽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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