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자님, 문제는 살만한 집이 부족한 거예요
인사청문회를 앞둔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주택 공급 확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기조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변 후보자는 지난 6일 본지 인터뷰에서 “주택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은 무궁무진하다”며 “충분한 물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확신을 국민에게 심어줄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는 ‘공급 부족에 따른 집값 인상’이 핵심이다. 신임 국토부 장관이 풀어야 할 첫째 숙제다. 그러나 부동산 전문가 사이에서는 “장관이 바뀌어도 시장이 원하는 공급 정책은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를 앞세운 공공(公共)이 주택 공급을 주도하고, 민간 재건축·재개발은 규제하는 지금까지의 정책 기조가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것이다. 변 후보자는 7일 출근길에 취재진을 향해 “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기존 마련된 정부 대책을 차질 없이 수행하겠다”고 해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주택은 충분?… 살 만한 집은 태부족
변 후보자에게 쏠리는 관심 중 하나는 주택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제대로 인식하는지 여부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부동산 시장에선 “집값 안정을 위해서 주택 공급을 지속적으로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지만, 정부와 여당은 “공급은 충분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 근거 중 하나가 주택 보급률이다. 2018년 기준 전국 주택 보급률은 104.2%이고, 시도별로 주택보급률이 가장 낮은 서울은 95.9%이다. 그러나 주택 순환 주기를 감안할 때 104%도 충분하다고 보긴 어렵다. 미국은 주택 보급률을 110% 전후로 유지하고 있다.
주택 보급률보다 더 큰 문제는 주택의 질이다. 주택 보급률 산정 때 쓰는 주택 수에는 수요자들이 꺼리는 낡고, 기반 시설이 부족한 주택과 빈집까지도 포함돼 있다. 실제로 서울에서 입주 30년이 넘은 노후 주택 수는 2015년 37만 가구에서 지난해 55만 가구로 4년 사이 48.6% 늘었다. ‘입주 30년’은 재건축을 할 수 있는 최소 요건이다. 같은 기간 노후 아파트는 16만 가구에서 29만 가구로 81.2% 늘었다.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아파트의 노후화 속도가 일반 주택보다 훨씬 빠르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사람들이 원하는 입지와 품질의 주택이 수요보다 턱없이 부족한 것이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공급 부족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빠르고 쉬운 방법 대신 ‘공공 개발’에 집착
변 후보자가 ‘주택 공급 확대’를 공언했지만, 방법론에서 시장의 기대와 어긋날 가능성이 크다. 서울에서 그린벨트 해제 외에 대규모로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재건축·재개발을 통해 기존 주거지를 고밀화(高密化)하는 것이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등 재건축·재개발 관련 규제 완화에 대해 변 후보자는 “수혜 아파트 값이 급등하는 문제가 있다”며 부정적이다. “사유재산권 보호에 기초해 추진하는 전면 철거형 재개발을 막기 위한 사회운동이 필요하다”고 했던 과거의 신념이 바뀌지 않았다면, 오히려 변 후보자가 재건축·재개발을 겨냥해 추가 규제를 내놓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변 후보자는 정부가 8·4 공급 대책 때 발표한 공공 재건축·재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공공 재개발에 참여 의사를 보인 곳은 대부분 사업성이 떨어지고, 공공 재건축은 민간의 참여 자체가 지지부진해 기대했던 수준의 주택 공급은 어려울 전망이다. 이 방식이 성과를 낸다 해도 공공 기여분의 절반 이상이 임대주택이고, 토지임대부·환매조건부 등 시세 차익 일부를 국가에서 환수하는 주택이 대거 포함될 수도 있다. ‘수요자가 원하는 집’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이 때문에 변 후보자가 준비하는 주택 공급안이 아파트 전셋집이 부족한 시장에 빌라·호텔 전셋집을 공급한다고 한 11·19 대책 같은 ‘맹탕 정책’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지금 정부는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민간 재건축·재개발은 묶은 채 복잡하고 비효율적인 공공 주도 개발에 집착하고 있다”며 “공급 효과도 미미할 뿐더러, 사람들 눈높이에 한참 못 미치는 주택만 양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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