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짜리 재건축 전세 사흘 뒤 호가 7억.. '시드머니' 만들었나?

김창성 기자 2020. 11. 5.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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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 대출 조이니 전세금 올린 '갭투자자'①-보증금 '왕창' 올려 투자금 만든다

[편집자주]서민 무주택자가 적은 비용을 부담해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착한 제도 전세. 하지만 부동산가격이 폭등하며 소수의 다주택자에 의해 집값을 올리는 투기수단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여기에는 갭투자(세입자가 사는 집을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액만 내고 매수)가 이용되고 그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정부가 갭투자자의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로 사는 집의 전세자금대출을 금지해 추가 주택 구입을 막자 이번에는 전세금을 마구잡이로 올리는 이상신호가 포착됐다. 전셋값이 한달도 안돼 두배 이상 뛰는 비정상적인 행태에도 세입자는 꼼짝 못하고 당하는 현실. 이렇게 쌓인 전세금은 다시 부동산 투기로 흘러들어갈 우려가 있다. 여러 통계와 조사가 이를 뒷받침한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에서 전셋값 이상 급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사진은 서울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잠실주공5단지. /사진=뉴시스 박민석 기자
몇 년간 비정상적인 아파트 매매가 급등에 이어 최근엔 전셋값마저 널뛰기를 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전세가격비율이 낮은 서울 강남권의 재건축아파트에서 채 한 달도 안 돼 보증금이 두 배 이상 급등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전세난 심화를 틈타 집주인들이 전세보증금을 마구 올리는 탓도 있지만 궁극적으론 정부가 집값 거품과 시장 교란의 주범으로 ‘갭투자’(전세 세입자가 사는 집을 매매가-전세가 차액만 내고 매입)를 지목하며 주택담보대출을 억제하자 집주인들이 전셋값 인상으로 맞서는 양상이다.

문제는 이처럼 마구잡이식 전세보증금 인상으로 만들어진 자금이 또 다른 시드머니 역할을 하게 된다는 점이다. 즉 이들 자금이 다시 부동산시장으로 유입돼 투기행위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세 3억원 아파트, 한 달 새 7억원으로 급등



서울 아파트 전세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불과 한두 달 새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씩 오르는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심지어 같은 달 각각 신고됐거나 매물로 나온 호가가 두 배 넘게 차이를 보이는 전세아파트도 있다.

부동산 중개업소를 중심으로 현장에선 지난 7월 말 국회 통과 후 즉시 시행된 주택임대차보호법 즉 임대차2법(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 영향으로 재계약이 늘고 세입자 보호가 강화돼 전세난에 기름을 붓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폭등 수준으로 전셋값이 뛴 아파트는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서울 강남의 대표적인 재건축 추진단지인 대치동 은마 84㎡(이하 전용면적)의 경우 10월 초 실거래 신고 기준 전셋값은 5억2500만~7억원이었다.

하지만 10월 중순 이후 호가가 9억5000만원까지 치솟았다. 불과 한 달도 안돼 전셋값이 최대 4억원 이상 급등한 셈이다. 압구정동 현대아파트14차 84.98㎡ 전세는 8월 6억8250만~7억5000만원 사이에 실거래됐으나 현재 호가는 10억5000만원이다.

역시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76㎡도 전세 호가가 7억원이다. 10월 신고가액인 3억~4억5000만원에 비해 최대 4억원 뛰었다. 한 달도 안돼 전셋값이 두배 뛴 것이다. 10월12일 4억5150만원에 전세거래됐다고 신고된 신천동 장미아파트 71㎡ 전세 매물의 현재 호가는 6억원이다.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4차 107㎡는 9월 전세 실거래가가 8억원이었지만 현재 호가는 9억5000만원이다. 지난 9월 9억4000만원 선에서 전세거래가 체결됐던 잠원동 동아아파트 84.91㎡는 최근 호가가 10억7000만원이다.

이처럼 전세 매물 호가가 급등하면서 다른 매물의 호가에 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현장에선 이 같은 전셋값 급등에 관해 특별한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송파구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세매물이 귀하고 가격이 계속 오를 것이란 불안 심리가 팽배하다 보니 세입자들이 서둘러 계약에 나서는 분위기”라며 “집주인 입장에서 굳이 가격을 내릴 이유도 없다”고 했다.

KB부동산 리브온의 주간주택시장동향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전세가격 상승세는 10월19일 기준 9년 만에 최대치인 0.51%를 기록했다. 서울 전셋값 주간 상승률은 2011년 9월12일 0.62%를 기록한 후 지난 8월까지 -0.1~0.4%의 변동률을 보이다가 갑자기 높아졌다. 서울뿐 아니라 경기도와 지방광역시까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그래픽=김민준 기자


결국 전세 올려서 또 ‘갭투자’?



강남 재건축 아파트는 지은 지 40년이 넘어 벽에 금이 가고 수도관이 노후돼 내부 리모델링을 해야 거주할 수 있을 정도지만 학군과 인프라가 좋은 데다 신축단지에 비해 전세가율이 낮아 수요가 적지 않다. 때문에 전세 호가를 크게 올리더라도 여전히 전반적으로 보증금이 낮다는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전세보증금을 올려 마련한 자금이 시드머니가 돼 다시 ‘갭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만큼 주택담보대출 억제 효과가 떨어진다는 의미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상혁 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김포을)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2018년 이후 갭투자 현황’에 따르면 올 8월 고가주택이 몰린 서울 강남2구(강남·서초)의 갭투자 비율이 60~70%에 달했다.

박 의원은 주택을 매수할 때 제출해야 하는 자금조달계획서에 임대차 보증금 승계 조건이 기재된 경우를 ‘갭투자’라고 간주했다. 구역별로는 ▲서초구 225건 중 163건(72.4%) ▲강남구 164건 중 102건(62.2%) ▲송파구 211건 중 107건(50.7%)으로 나타났다. 박 의원은 “갭투자는 내집마련 목적이 아닌 투기를 위한 거래”라며 “정부가 갭투자 방지 대책을 시행했음에도 실효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시세 15억원 초과 고가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했지만 15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가 많은 강남권에선 높은 전세보증금을 발판 삼아 추가로 주택을 매수하는 ‘갭투자’가 성행할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 초저금리와 박스권에 갇힌 주식시장 등이 결국 투자금의 부동산 쏠림현상을 부추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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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성 기자 solral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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