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7 대책' 두 달..용인·구리 집값, 오히려 더 가파르게 올랐다

정연일/심은지 2020. 8. 1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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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구리 집값,오히려 더 가파르게 올랐다
규제 빠진 김포·파주 '풍선효과'
운양동 롯데캐슬 6000만원 올라
수요 억제책이 매수심리 자극
3년간 23번 부동산 대책에도
서울 아파트값 평균 3억 뛰어
< 매물 사라진 부동산 게시판 > 전·월세상한제 등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으로 서울 아파트 전·월세 매물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서울 강남의 한 중개업소에 매매 및 전·월세 물건을 소개하는 게시판이 비어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정부는 ‘6·17 부동산 대책’을 통해 서울과 경기 구리 용인 등 수도권 대부분을 토지거래허가구역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등 부동산 규제지역으로 묶었다. 하지만 대책 시행 후 이들 지역의 아파트값 상승세는 오히려 가팔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지역에서 빠진 김포, 파주 등에서는 집값이 뛰는 ‘풍선 효과’가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수요 억제 위주의 대책에 내성이 생긴 데다 양질의 주택 공급 방안이 여전히 미흡해 시장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가격 상승폭 오히려 커져

19일 한국감정원 자료에 따르면 6·17 대책 시행 후 이달 10일까지 약 두 달 동안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 누적 상승률은 1.25%다. 대책이 나오기 전 두 달간(4월 10일~6월 15일) 상승률(0.83%)보다 50%가량 높아졌다.

6·17 대책으로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로 신규 지정된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예외없이 급등했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구리의 매매가 누적 상승률은 지정 전 2.78%에서 지정 후 3.17%로 확대됐다. 용인 기흥구 상승률 역시 1.71%에서 2.64%로 높아졌다. 조정대상지역으로 신규 지정된 고양(1.22%→2.71%) 남양주(1.83%→2.26%) 등에서도 상승세가 더 가팔라졌다.

구리 갈매동 ‘갈매역아이파크’ 전용 84㎡는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기 전인 지난 6월 중순 7억5800만원에 거래됐다. 최근에는 신고가인 8억원에 손바뀜했다. 호가는 9억9000만원까지 뛰었다. 대책 발표 전 최고가가 10억9000만원이었던 고양 일산동구 ‘킨텍스 원시티 M3블록’ 전용 84㎡는 최근 11억5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규제지역에서 빠진 김포와 파주도 강세를 지속하고 있다. 6·17 대책 직전 두 달 동안 0.06% 상승률을 기록했던 김포 아파트 매매가는 대책 이후 4.9% 급등했다. 같은 기간 파주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0.18%에서 2.37%로 상승 반전했다. 6월 초 4억5000만원에 매매된 김포 운양동 ‘한강신도시 롯데캐슬’ 전용 84㎡는 지난달 5억1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운양동 L공인 대표는 “정부 대책이 아무런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김포에선 조만간 규제지역으로 지정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그 전에 아파트를 사두려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대책 남발이 정책 불신 초래”

부동산 전문가들은 규제를 통해 수요를 억제하려는 정책이 시장에서 역효과를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같이 시중에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에서는 수요 억제책만으로 제대로 된 정책 효과를 내기 어렵다”고 했다.

‘정책 불신’이 누적된 것도 집값이 잡히지 않는 원인으로 꼽힌다. 정부는 지난 3년간 총 23번의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다.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이 기간 서울 아파트값은 평균 6억1000만원에서 9억2000만원으로 3억1000만원(52%) 뛰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집값 상승과 같은 부작용은 정부 정책이 작동할 것이란 시장의 믿음이 부족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정부 대책이 다주택자를 겨냥하는 동안 30~40대 무주택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확산했다는 분석도 있다. 수도권에서 5억~6억원대 중저가 아파트의 대출·매매 규제가 상대적으로 까다롭지 않아서다. 조정대상지역에서 5억원 이하 아파트를 살 때 1주택자는 담보인정비율(LTV) 40%를 적용받아 2억원을 빌릴 수 있다. 무주택자이고 부부 연소득이 6000만원 이하인 경우는 LTV 50%를 적용받아 2억5000만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최근 두 달 동안 서울 상승률 상위 지역은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등 중저가 주택이 몰려 있는 곳”이라며 “상대적으로 자본력이 취약한 청년층이 그나마 접근이 가능한 중저가 주택 매입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다주택자 절세 매물 소진이 이뤄진 6월을 기점으로 매수세가 다시 살아난 영향이라는 설명을 내놓고 있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고강도 대출 규제 등을 담은 지난해 ‘12·16 대책’으로 억눌렸던 매수세가 올 6월부터 중저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다시 살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정연일/심은지 기자 ne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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