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닉바잉 잡겠다는 공급대책..이번엔 '렌트패닉' 우려

국종환 기자 2020. 8. 6.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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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공급 막힌 상황에서 청약대기수요 늘어 전세 불안↑
가을 이사 철 전세난 악화 우려..전세 공급 숨통 틔워야
서울 아파트 모습.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국종환 기자 = 정부가 집값 불안에 따른 '패닉바잉'(Panic Buying, 공황구매)을 진정시키기 위해 대규모 공급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전세 공급을 묶어놓은 상황에서 청약 대기수요가 늘어 오히려 전세시장 불안이 심화하는 '렌트패닉'(Rent Panic)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4일 '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하며 서울 등 수도권에 13만2000가구를 새로 공급하기로 했다.

특히 정부는 이번 8·4 대책에서 그동안 아껴왔던 서울 등 수도권의 알짜 부지를 대거 풀어, 예비 청약 수요자들의 관심이 더욱 커진 상태다. 정부는 Δ강남서울의료원 Δ용산정비창 부지 Δ태릉CC Δ용산 캠프킴 Δ정부 과천청사 일대 Δ서울지방조달청Δ국립외교원 유휴부지 Δ서부면허시험장 등을 신규 부지로 공개했다.

정부는 또 공급 물량이 실제 시장에 나오는 데까지 걸리는 시차를 줄이기 위해 3기 신도시 등의 사전청약 물량을 종전 9000가구에서 6만가구로 대폭 확대했다. 사전청약은 본청약 1~2년 전에 일부 물량에 한해 진행된다. 당장 내년에 3만 가구, 2022년 3만 가구가 예정됐다.

정부가 시장 예상을 웃돈 공급대책을 서둘러 마련한 것은 주택시장의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서다. 거듭된 규제에도 집값이 오르면서 불안에 따른 맹목적인 '패닉바잉'이 사회적 문제가 되자, 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자투리땅까지 긁어보아 공급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전문가들도 이번 공급대책에 수요자들이 선호할만한 입지가 대거 포함되고 사전청약 물량이 확대된 만큼,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매수 타이밍을 미루고 분양시장에 대기하면서 과열됐던 주택시장이 안정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봤다.

서울의 한 지역 중개업소 모습.© News1 이성철 기자

문제는 전세시장이다. 전세 공급이 막힌 상황에서 청약 대기 수요의 전세 눌러앉기가 심화하면서, 전세시장은 더욱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온다. 인기 지역 청약을 위해선 무주택 요건을 유지해야 하므로, 청약 대기 수요자들은 원하는 아파트가 분양할 때까지 전세에서 대기할 가능성이 높다.

서울 아파트 시장은 입주 물량 감소로 전세 공급이 줄어드는 가운데, 각종 규제 여파로 전세 수요는 늘어나면서 전세난이 심화하고 있다. 대출 규제가 강화되고, 3기 신도시 대기 수요가 늘면서 전세에 눌러앉는 세입자가 늘었다. 재건축 등 실거주 의무가 대폭 강화되자 본인 소유의 집으로 들어가려는 집주인들까지 가세하면서 전세는 더욱 줄었다.

이에 더해 임대차법이 본격화 화면서 전세시장은 더욱 불안해졌다. 전셋값 인상 폭과 임대 기간 설정에 제약이 생긴 집주인들이 전세를 거둬들이거나, 실거주를 주장하면서 인기 지역 대단지의 경우 전세 물량이 '제로'(0)인 단지가 속출하는 등 전세가 씨가 말랐다.

한국감정원 조사에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주 0.14% 올라 57주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상승 폭도 전주보다 확대(0.12%→0.14%)됐다. 감정원은 "실거주 요건 강화, 임대차 3법 법안 추진, 저금리 등의 영향으로 매물이 부족해지면서 수급이 불안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주택 공급을 늘리려는 의지 자체는 좋았으나, 전세시장 현황을 세심하게 고려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는 지적이다. 당장 가을 이사 철부터 전세난이 심화할 수 있는 만큼 적절한 대책이 시급히 요구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공공 및 임대주택에 청약하기 위한 자격이 무주택 세대주로 제한되기 때문에 이들이 임대차 시장에 머물면서 전·월세 가격의 불안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임대차시장의 가격 모니터링과 불안 양상에 대한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도 "가을 이사 철이 다가오는 상황에서 임대차법 영향 등으로 전세가 줄어 문제가 되고 있는데, 청약 대기 수요까지 누적되면 전세 불안은 더욱 심화할 것"이라며 "집주인 직접 거주 등 일부 규제를 완화하더라도 전세가 나올 수 있도록 퇴로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전했다.

jhk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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