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이어 월세까지 통제.. 두더지잡기하듯 反시장법 쏟아내

박상기 기자 2020. 8. 6.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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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대책 후폭풍] 전문가들 "주택임대 줄어들어 집없는 사람들만 피해볼 것"

정부·여당이 최근 국회에서 부동산 관련법을 일방 처리해 시행에 들어간 데 이어 후속 조치로 전·월세 전환율을 낮추고 표준임대료를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임대차 계약 기간을 4년(2+2년)으로 늘리고 재계약 때 임대료를 5% 넘게 올리지 못하게 하면서 전세가 월세로 급속히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전세가 월세로 바뀔 경우 세입자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집주인들이 높은 월세를 받을 수 없도록 사실상 강제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집주인과 세입자들의 사적(私的) 계약에 국가가 과도하게 개입하고 시장의 가격 조정 기능까지 통제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당·정·청(黨政靑)은 5일 국회에서 긴급회의를 열어 전·월세 전환율을 하향 조정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 현재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에 규정된 전·월세 전환율은 '기준금리+3.5%'인데 이를 더 낮추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부동산 태스크포스(TF) 단장인 윤후덕 의원은 당·정·청 회의 뒤 브리핑에서 "(현재의 전환율은) 2016년에 정한 것이어서, 2016년의 기준금리를 보고 지금의 것을 봐야 한다"며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는 속도를 더 늦추는 합리적인 전환율을 정부가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현행법에 따르면 현재 기준금리는 0.5%이기 때문에 전·월세 전환율은 4%다. 예를 들어 5억원에 전세를 주던 임대인이 현재의 전환율을 기준으로 '3억원+월세'로 돌릴 경우 월세 67만원가량을 받게 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0.5%밖에 안 되는데 여기에 3.5%를 더하는 건 지나치게 높다"며 "이를 낮추면 그만큼 월세가 줄기 때문에 세입자 부담을 줄이고, 집주인도 월세로 돌려도 큰 이익이 없게 된다"고 했다. 월세로 돌리는 게 집주인에게 큰 이득이 안 되게 만들어 월세 전환을 막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범여권 성향의 무소속 이용호 의원은 이날 전·월세 전환율을 은행 등 금융기관의 대출금리를 초과하지 않도록 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의원은 "지난달 기준 시중은행의 평균 대출 이자율이 연 2.65% 수준이어서, 현재의 전·월세 전환율보다 낮다"고 했다. 또 현재의 전·월세 전환율이 '강제 조항'이 아니라는 점을 들어 "전·월세 전환율을 어기는 월세를 받을 경우 임대인에게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조항도 개정안에 넣었다. 만약 이 법이 통과돼 시행에 들어가면 집주인들은 무조건 이 법이 정한 전환율 상한을 지켜야 한다.

민주당에서는 이미 전·월세 전환율 외에, 표준임대료를 설정해 임대료 폭등을 막는 법안도 발의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윤호중 의원은 지난달 "시·도지사가 시·군·구를 기준으로 매년 표준임대료를 산정·공고하고, 표준임대료를 근거로 임대료와 인상률을 정해 과도한 임대료 인상을 억제한다"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주거기본법·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여당이 7월 임시국회에서 밀어붙인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의 계약을 최대 4년(2+2년)까지만 보장해 4년 뒤 임대인이 새로 계약을 맺을 때 임대료가 폭등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표준임대료를 설정해 이를 막겠다는 것이다. 친여(親與) 성향 열린민주당의 김진애 의원도 이날 라디오에서 주택청 신설 필요성을 거론하며 "(주택청이) 표준임대료를 제시하는 등 민간 임대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법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에서는 임대인이 기존 세입자와 4년 임대가 만료된 후 새로운 세입자와 계약을 맺을 때에도 임대료 인상률 상한을 종전 계약의 최대 5%로 제한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전·월세 전환율과 표준임대료를 설정해 부동산 가격을 법으로 통제하는 것은 "과도한 재산권 침해"라는 비판이 나온다. 허영 경희대 석좌교수는 "헌법이 규정한 자유시장경제의 원리를 존중하지 않고 계약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아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했다. 미래통합당에선 "민주당은 주거의 공공성을 내세우지만 세입자 표심만 잡을 수 있으면 위헌 소지 여부는 상관없다는 생각인 것 같다"고 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부동산 공급 대책보다 집주인의 권한을 통제하는 쪽으로 가는 정부·여당의 대책은 결국 전세든 월세든 임대주택 자체가 줄어드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그로 인한 피해는 결국 집 없는 사람들에게로 돌아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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