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확정도 안됐는데..' 주택공급 유력지 태릉·상암 등 주민 민원 폭주

2020. 8. 3.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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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릉 골프장 인근 주민 반대 여론.."공공주택 반대"
상암 DMC·강남 SETEC도 반발.."예정대로 마이스 개발"
부동산 공급대책 4일 발표 유력..10만채 수준
정부가 주택공급 확대 방안으로 태릉골프장과 서울 마포구 상암동 DMC랜드마크 용지 등 개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후보지로 언급된 지역 주민들의 민원이 폭주하고 있다. 정부가 택지 개발을 논의 중인 노원구 태릉골프장과 인근 지역의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민상식 기자] “태릉골프장 인근은 왕복 8차선인데도 주변에 아무것도 없이 도로만 있어도 막히는 상습정체구간입니다. 남양주 별내지구와 구리 갈매지구, 다산신도시 때문에 교통체증이 심각한 상황에서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더 들어서면 인근 주민들에게 그 피해가 갈 것입니다.”

태릉골프장이 위치한 서울 노원구의 한 주민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태릉골프장 부지 주택 공급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며 이같이 비판했다.

정부가 주택공급 확대 방안으로 태릉골프장과 서울 마포구 상암동 DMC랜드마크 용지 등 개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후보지로 언급된 지역 주민들의 민원이 폭주하고 있다.

이들 주민들은 교통난 가중과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훼손, 임대 아파트 공급에 따른 집값 하락 등 이유로 반대 의견을 보이고 있다.

▶2만가구 거론되는 태릉골프장 교통난 우려…“교통대책 먼저 내놔야”=태릉 골프장은 83만㎡ 규모로, 아파트가 최소 2만가구 정도는 들어설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인근 별내지구와 갈매지구 다산신도시 영향으로 외곽순환고속도로 등의 교통 체증이 심각한 상황에서 2만 가구의 아파트가 추가 공급되면 교통난이 불보듯 뻔하다는 반발이 크다. 이 지역엔 향후 3기 신도시 중 가장 큰 6만6000가구 규모 왕숙신도시도 조성된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에도 ‘녹지 보존을 위해 태릉골프장 개발을 반대한다’ 등의 주민 민원이 수십여건 접수됐다. 태릉골프장이 그린벨트 지역이기에 ‘강북 그린벨트는 해제하고 강남 그린벨트는 유지한다’며 지역 차별적인 정책이란 비판이다.

교통난 해소를 위해 ‘교통계획 선(先) 수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태릉골프장 인근 경기 구리시는 태릉골프장 개발에 앞서 광역교통대책을 마련할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면적 50만㎡ 이상 또는 인구 1만명 이상의 대규모 개발사업 때는 인근 도시 등에 영향을 주는 만큼 광역교통대책을 마련하도록 특별법으로 정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임대 주택 공급에 따른 인근 주민들의 집값 하락 우려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노원구 A공인 대표는 “대부분 임대 아파트로 공급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집값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주민들이 상당수”라고 전했다.

반면, 경기 구리시 갈매지구 등 인근 지역에선 인프라 확대 등으로 집값 상승 기대감도 나타나고 있다. 갈매지구 갈매역아이파크 전용 84m² 호가는 최대 9억원까지 뛰는 등 2주만에 1억5000만원 가량 상승했다.

▶상암 DMC·강남 SETEC도 주민 반발…“예정대로 마이스 개발 추진”=서울 상암동 DMC랜드마크 용지 3만7262㎡에 고밀 개발을 통해 약 5000가구 이상을 공급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근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서울시는 DMC랜드마크 부지에 용적률 1500%까지 적용하면 최대 8000가구까지 공급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상암동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상암 랜드마크 부지 인근은 상업시설이 거의 없고, 월드컵경기장 등으로 교통난이 심각한데 고밀 개발로 대규모 주택이 공급되면 교통체증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밀 개발과 함께 교통 인프라 확충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대규모 주택 공급계획을 내놓을 때 광역교통대책도 함께 마련해야 입주 이후 주민 불편을 줄일 수 있다”면서 “도심 고밀 개발의 경우에는 대중교통 이용을 유도하기 위해 주차장 규모를 줄여 차 이용을 억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서울 강남권 택지 개발 후보지로 거론되는 대치동 서울무역전시장(SETEC) 부지 4만㎡와 동부도로사업소 부지 5만㎡는 연계 개발할 경우 7000채까지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지역 역시 공공주택 대신 예정대로 마이스(MICE, 회의·관광·컨벤션·전시) 단지를 만들라는 주민 여론이 지배적이다. 올해 초에는 강남구 주민 1만명이 SETEC 부지에 MICE 단지 개발 계획을 추진하라며 서울시에 집단 청원서를 제출한 바 있다.

▶정부, 4일 주택공급 대책 발표 예정…“장기적인 공급계획 세워야”=당정청은 지난 2일 저녁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비공개 고위 당정협의회를 열어 부동산 대책을 논의했다.

당정청은 주택 공급 대책을 오는 4일께 발표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규택지 발굴을 포함해 기존 택지 용적률 상향, 도심 역세권 규제 완화를 통한 고밀도 개발 등 이번에 추가되는 공급 규모는 10만채 정도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단순 공급량 확대보다 장기적인 계획을 통한 도심 내 질적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좋은 입지에 실수요자가 원하는 수준의 아파트 공급이 없는 것이 문제”라면서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풀어주는 등 적어도 10년 이상의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주택공급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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