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 '혼란 과장'..임대차법 때리기 나선 보수언론
작년 12월부터 전세기근..중개업자 "임대차법 때문만은 아냐"
2+2 계약, 부정효과 부풀리고
세입자 피해 프레임 덧씌우기도
월세 전환 공포 부풀리지만
갭투자자 월세 전환 여력 의문
전세 불안 보완책 필요 목소리
LH '공적 전세' 모델 검토할 만
‘세입자 면접 보고 자기소개서 받고 세입자 들이겠다.’ ‘실거주라고 속이고 내보낸 다음에 손해배상 하는 게 전셋값 못 올리는 거보다 낫다.’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한 주택임대차보호법(주임법) 개정안이 7월31일 전격 시행되면서 임대차 시장에서 큰 변화가 생기는 것과 함께 여러 논란도 일고 있다. 임대인들이 주로 모이는 온라인 공간에서는 불만이 쏟아지면서, 이번 개정이 임대인과 세입자의 ‘분열’을 촉발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특히 일부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는 전세가격 급등과 전세 매물 품귀 현상을 임대차 3법의 ‘부작용’으로 규정하면서, ‘세입자를 보호하는 법이 세입자에게 피해를 준다’는 논리까지 등장했다.
주임법 제정 41년 만에 처음으로 계약 갱신 관련 세입자 권리가 보장되는 ‘뉴노멀’을 임대인들이 수용하는 과정에서 일부 진통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전세시장 불안에 따른 세입자 피해를 과장해 이를 ‘악법’으로 몰고 가는 것은 임대인의 이해관계만을 반영한 악의적 주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전세의 월세 전환이 빨라지고 전월세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는 신규계약 때 전세가격이 상승하는 데 대한 세입자들의 우려가 큰 만큼 발표가 임박한 정부의 공급 대책이 일종의 보완대책 구실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_______ 4년으로 늘린 효과 크지 않은데 임대인 피해 과장
계약 갱신을 청구할 수 있는 횟수를 1회로 제한한 이번 주임법 개정안은 임대차 계약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린 효과를 낸다. 이번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주임법 개정안 가운데 6년 보장안(2년+2년+2년), 9년 보장안(3년+3년+3년) 등이 있었던 점에 비추어보면 가장 소극적인 개정이다. 세입자의 중대 의무 위반이 없는 한 횟수를 정하지 않고 계약 갱신을 보장하자는 박주민 의원 발의안에 찬성해온 ‘주임법개정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쪽에서는 이번 주임법 개정안을 ‘실망스럽다’고 평가한다. 실제 2019년 ‘주거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세입자들의 평균 거주기간은 3.2년으로 이미 1회 계약갱신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당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한 뒤에 이후 신규계약을 할 때 전세가격이 급등하는 등의 전세시장 불안정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이었다는 입장이다.
임재만 세종대 교수(부동산·자산관리학과)는 “4년은 기존 계약 관행에 따라 세입자들이 평균 거주하던 3.2년에서 0.8년 정도 연장되는 수준이고, 임대료 인상도 영원히 못하는 게 아니라 4년마다 한번씩 시장가격을 회복할 수 있다”며 “계약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 사유도 많아서 전월세 시장에서 임대인에게 과도한 손해가 발생할 정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_______ 월세 전환 가속화된다지만 임대인들의 전환 여력은 간과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주임법 개정안 표결 이후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이 “4년 있다가 꼼짝없이 월세로 들어가게 되는구나 싶다”고 발언한 내용이 화제가 됐다. 월세 부담 없이 전세로 거주하는 것을 선호하는 한국 세입자들의 가장 큰 우려도 ‘월세 전환, 전세 실종’에서 나온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해 아파트 전세를 주고 있는 ㄱ(41)씨는 “5% 증액을 해야 한다면, 전세보증금을 올리는 것보다 월세를 올리는 것이 내 입장에서는 더 유리하다”며 “다음번에 갱신할 때 월세로 전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갭투자가 성행해온 서울 전세시장 특성상 월세 전환이 급속히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효주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간사는 “상당 기간 서울의 주택 구매는 주택가격 100%가 아니라 세입자 전세보증금을 낀 갭투자였고, 갭투자를 할 때도 신용대출 등을 활용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며 “수억원 전세를 월세나 반전세로 돌리려면 그만큼의 보증금을 내줘야 하는데 지금 서울 주택시장에서 그럴 여력이 있는 임대인이 얼마나 될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자료를 보면, 지난 5월 서울의 주택 구매 절반(52.4%)이 갭투자(전세보증금 승계 거래)였다. 강남4구의 경우 갭투자 비중이 72.7%에 달했다.
_______ 전세가격 폭등과 전세 매물 잠김은 지난해 12월부터 예고
일부 언론에서 최근 전세시장 불안의 주범으로 임대차 3법을 겨냥하고 있지만 이는 임대차 3법의 영향이 아니라 집값 급등에 따라 예견된 결과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전세 씨가 마른다’는 제목으로 임대차 3법의 부작용을 집중 보도하고 있는 일부 언론은 이미 지난해 12월부터 강남권의 전세물량 소진과 전세가격 폭등에 대한 기사를 쏟아낸 바 있다. 지난해 12월 송파구의 헬리오시티와 관련해 보도한 한 기사를 보면 “2018년 초 한달 200가구~300가구에 이르던 전세계약 건수는 지난해 여름부터 한달 평균 20건 안팎으로 줄었고, 11월과 12월에는 12건, 6건에 불과하며 12월에는 1만여가구 중 10가구 미만”이라고 적었다.
특히 전세가격 상승과 관련해서는 임대차 3법 시행 이전부터 경제지 등에서 “매매가격이 폭등하면서 전세금도 평균 전세가율에 맞춰 급등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서울 노원구의 한 공인중개사 ㄴ씨는 “매물이 없는 건 연초부터 그랬고 임대차 3법은 큰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_______ 전세시장 불안은 사실…공적 전세 등 필요
다만 보유세 강화, 임대사업자 제도 폐지 등 다른 부동산 대책의 영향이 있는 상황에서 임대차 3법이 전세시장 불안을 가중시킨 부분이 있는 만큼 보완책이 요구되는 것은 사실이다. 김진유 경기대 교수(도시·교통공학과)는 “보유세 강화 등으로 다주택자 등 임대인들이 지불해야 할 비용이 증가하고, 이걸 자기 소득에서 충당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임대인들이 임대료 인상이나 실거주를 선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라며 “급격한 제도 변화로 피해를 보는 세입자들을 위한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3기 신도시에 공공임대를 확대하고, 공공임대 입주 자격을 기존 소득 6분위에서 확대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재만 교수는 “전세에 대한 세입자들의 선호가 있는 만큼 공공주택에서 전세 역할을 대신 해줄 수 있는 ‘공적 전세’ 모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적 전세’로는 기존 환매조건부 주택과 같은 형태가 거론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주택 지분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주택 구매자는 지분이 적은 만큼 전세보증금 수준으로 주택을 구매하되, 이를 시장에 팔 때는 시세차익을 엘에이치와 지분율에 따라 나누게 된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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