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법 첫날 대혼선..곳곳서 계약취소

손동우,이선희 2020. 7. 31.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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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속 임대차법에..한번도 경험 못한 '전세대란'
전세 연장 합의했던 집주인 "새 세입자 구했으니 나가달라"
10% 올리기로 했던 세입자 "5% 인상으로 새로 작성하자"

◆ 임대차법 시행 혼란 ◆

주택임대차 3법 중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가 31일 시행됐다. 거대 여당 독주로 지난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처리된 지 사흘 만에 초고속으로 시행된 '이례적인' 기록이다. 역대 가장 큰 변화를 준비 없이 기습적으로 맞게 된 전월세 시장은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1990년 임대차 의무계약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린 후 국내 전월세 시장 역사상 가장 큰 변화다. 집주인과 세입자들이 계약이나 합의를 번복하며 서로 유리한 상황을 계산기로 두드리는 과정에서 갈등이 커지고 있다. 심지어 정부 담당자조차 답할 수 없는 모호한 사례가 쏟아져나오면서 집주인과 임차인 모두 '졸속 입법'으로 인한 피해를 보고 있다는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임시국무회의를 열고 전날 국회를 통과한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정부는 이날 관보를 별권으로 찍어 바로 공포·시행했다. 정 총리는 "법 시행이 늦어지면 그사이에 과도한 임대료 인상 등 세입자 피해가 우려되고 시장 불안을 초래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시장은 그 즉시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이사를 가려던 세입자들이 "계약 갱신을 청구한다"면서 마음을 바꾸고, 집주인들은 계약 갱신을 거부할 수 있는 명분을 확보하고 "임대차 연장을 거부한다"며 맞서고 있다. 임대차법이 국회를 통과한 지난 30일 직장인 김 모씨는 밤늦게 집주인한테서 "새 임차인과 계약서를 썼으니 전세 연장은 어렵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내년 2월 전세가 만료되는 김씨는 이미 한참 전에 집주인과 구두로 전세 연장에 합의한 상태였다. 집주인은 법 시행 전에 새 임차인과 계약하면 계약갱신권을 거부할 수 있다는 규정을 활용한 것이다. 김씨는 계약서를 보여달라고 요구할 생각이지만 집주인과 새 세입자가 나중에 계약하더라도 날짜만 30일로 바꿔서 계약서에 쓰면 김씨는 방법 없이 쫓겨나야 한다.

반대로 집주인이 세입자 측에서 계약을 번복당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직장인 이 모씨는 오는 12월 전세 만료를 앞두고 집주인과 10%가량 전세금을 올려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임대차법이 시행된 후 마음이 달라졌다. 이씨는 "내 권리를 찾겠다"며 "계약갱신권을 청구해 5% 인상으로 계약서를 작성하자"고 주인에게 통보했다.

전국 중개업소는 하루 종일 전화기에 불이 났다. 주택임대차 특성상 사례가 너무 다양해 법 유권해석을 일일이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30일 개정 임대차보호법 시행 관련 질의응답(Q&A) 설명자료를 긴급 배포했지만 모호한 부분이 많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법부터 일단 시행하고 세부 내용은 나중에 만든다는 기존 부동산 대책을 정부가 또 답습하고 있다"며 "혼란은 시장에서 알아서 소화하라는 식이어서 피해자가 분명히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동우 부동산전문기자 / 이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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