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출 집주인 동의 필요없다" 현실도 모르는 정부
임대차3법 시행에 따라 세입자(임차인)가 1회(2년) 계약갱신을 할 수 있게 되자 집주인들이 전세대출 '거부'를 통해 '임대차3법'을 무력화하겠다고 나섰다. 갱신시 전세대출금을 증액을 하려면 집주인 '동의'가 필요한 허점을 이용한 것이다.
'구멍'을 몰랐던 정부는 부랴부랴 대응에 나섰다. "법적으로 집주인 동의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며 전세보증시 보증기관이 집주인 동의를 받고 있던 일부 관행을 개선키로 했다.
하지만 은행은 여전히 "전세대출이 나가려면 집주인 동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하고 있어 정부가 실제 대출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부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서울보증보험의 전세대출보증은 채권양도 또는 질권설정 방식으로 취급된다"며 "채권양도 또는 질권설정은 보증기관이나 대출기관이 그 사실을 임대인에게 통지(또는 승낙)하는 것으로 대항요건을 충족(효력은 이미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전세대출은 HUG, 서울보증, 주택금융공사(주금공) 등 3곳의 보증을 받아 은행들이 취급한다. 주금공은 세입자의 신용기반으로 대출을 하기 때문에 주금공 보증으로 나가는 전세대출은 집주인 동의가 필요 없다.
이와 달리 HUG와 서울보증은 전세보증금을 일종의 담보 성격으로 잡고 대출을 해 준다. 은행은 세입자와 질권설정하거나 채권(집주인에게 전세만료 시점에 돌려받는 전세금)을 양도하면서 이 사실을 집주인에게 알리는 절차를 밟아 왔다.
정부 관계자는 "민법상 '통지' 또는 '승낙'으로 효력이 발생하는데 통지만 해도 되기 때문에 집주인의 승낙(동의)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집주인 승낙이 필요없다'는 정부 설명과 실제 대출현장에서의 상황은 다르다. 은행은 전세대출을 할 때 주금공 보증이 아니라면 집주인의 동의를 밟도록 내부 절차를 만들어 놨다.
한 대형은행 관계자는 "집주인의 동의가 없으면 대출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전세대출 상담 때 대출자(세입자)에게 미리 설명하고 있다"며 "최종 단계에서 집주인이 승낙 하지 않으면 대출이 나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집주인이 거부하는데 대출을 실행하게 되면 나중에 민원이 발생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라며 "집주인의 승낙을 전화를 통해 확인 받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집주인인 방문해 '승낙서'를 쓰기도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전세계약 갱신 시 전세대출 연장 등이 원활히 시행될 수 있도록 보증기관 내부 규정과 절차를 명확하게 하는 추가 조치를 보증기관 등 관계기관과 협조해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HUG는 질권설정에 대해 집주인에게 '통지'하면서 "집주인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는 아니다"고 추가 안내할 방침이다. 하지만 보증기관의 내부 절차가 바뀌어도 집주인의 민원 우려 때문에 은행들이 집주인 동의를 계속 구할 수도 있다 .
서울보증의 경우 직접 집주인에 통지를 하거나 동의를 받지는 않고 질권을 설정했거나 채권이 양도된 전세대출계약을 은행으로부터 인수를 받았다. 서울보증의 전세보증을 긴 전세대출은 결국 집주인 승낙 여부를 은행이 결정해 온 것인데 은행의 관행이 바뀌어야 하는 셈이다. 정부는 이에 대한 대책은 별도 내놓지 않았다. 다만 은행이 세입자로부터 전세대출을 회수하지 못하면 보증기관이 100% 대신 갚아주는 만큼 보증기관이 '통지'로 전환하면 은행도 '동의'를 요구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집주인이 계약갱신청구권을 요구하는 세입자의 전세대출 증액을 막기 위해 '악의적'으로 동의해 주지 않으면 결국 임대차분쟁조정을 통해 제동을 걸거나 소송으로 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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