묶여버린 4만 가구.. '공급절벽' 현실화

상반기 분양 못한 민간택지 대상
지자체 심의 거쳐 공급가격 결정
재건축 조합원·수요자 역차별에
수익 떨어져 건설사도 사업 난색

정부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29일부터 본격 작동한다. 한 시민이 서울 강남구 대치·개포동 일대 아파트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29일부터 '분양가 상한제' 적용

정부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29일 본격 작동하면서 아직 시장에 나오지 못한 4만채 이상의 서울 주요 지역 신규 아파트가 심의에 묶인다. 한쪽에서는 가두고 또 한쪽에서는 공급확대를 추진하는 정부의 오락가락 행정에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의 꿈은 더 멀어지게 됐다.

이런 가운데 이날 더불어민주당은 임대차 3법(전·월세 상한제, 전·월세 신고제, 계약갱신청구권) 가운데 전·월세 신고제가 가장 먼저 상임위원회를 통과시켰다.

이 법은 부동산 전월세 계약을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하도록 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다. 미래통합당 의원들은 이에 반발 전원 퇴장했다.

디지털타임스가 28일 부동산정보업체에 부동산114에 의뢰해 집계한 결과, 서울 주요 지역에서 4만2361가구가 분양가 상한제 유예 기간 내 분양을 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상반기 분양된 1만3000가구의 약 3.3배에 달하는 물량이다.

분양가 상한제는 공동주택을 분양할 때 택지비와 건축비를 합한 금액 이하로 분양가격을 제한하는 제도다. 그동안 공공택지에서만 적용됐고 민간택지에 대해서는 요건이 비현실적으로 어렵게 설정돼 사실상 운영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상한제 시행으로 4만여 가구가 분양가 심의를 받아야 한다.

대표 단지로는 단연 최대 규모인 1만2032가구의 둔촌주공아파트와 래미안원베일리(2990가구), 래미안(이문1구역, 2904가구) 등이 꼽힌다. 이들 단지들은 29일부터 지자체로부터 분양가 심의를 받아야 한다.

가구 수가 가장 많은 둔촌주공은 분양가 상한제 유예기간 만료 전 입주자모집공고를 신청한 상태로 분양가 상한제를 피할 요건은 갖춰놓았다. 하지만 다음달 조합 해임총회 등이 남아 있어, 분양방식은 향후 조합 상황에 따라 정해질 예정이다.

둔촌주공은 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조합간 불거진 내홍이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다. 분양가상한제를 피해도, 못 피해도 주민들의 분담금 부담이 너무 커서다. 조합원들은 수억원의 분담금 폭탄을 맞지만, 일반 분양받은 수요자들은 수억원의 시세 차익을 챙기는 역차별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조합원 간 갈등이 커지고 있어 분양이 더 밀릴 가능성이 크다.

조합원뿐만 아니라 사업 시행자인 건설사들도 수익성이 떨어져 사업 추진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강남권 일부 단지들은 후분양 방식을 고려하는 등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부동산 업계는 정부와 서울시의 35층 규제 완화가 대안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당정은 8월 4일 본회의에서 부동산 세법 개정안을 처리한 후 공급대책을 발표하기로 예정인데, 이 때 강남 재건축 용적률 상향을 검토한다.

현재 정부와 서울시가 관련 내용을 논의 중인데 '35층 넘는 서울 신축 아파트 허용'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부동산 업계는 정부가 추가 규제를 앞둔 상황에서 분양가 상한제까지 종료돼 가격 불안 양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민주당은 세칭 '임대차 3법' 가운데 전·월세 신고제가 가장 먼저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이날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모두 퇴장한 가운데 전체회의를 열고 전·월세 신고제가 담긴 부동산 거래신고법 개정안(박상현 민주당 의원 대표발의)을 의결했다.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등이 담긴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아직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법은 법사위를 거쳐 본 회의를 통과해야 한다. 여대야소 상황에서 이변이 없는 한 법은 통과될 전망이다. 관련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에서 "전월세 3법이 같이 통과되지 않으면 전월세시장의 혼란이 커질 수 있기에 같이 처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길·이상현기자 sweatsk@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