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릉개발 축소·재건축 완화 난항, 7·10대책 제자리걸음
[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정부의 예고한 부동산 공급 대책 발표가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대책을 지시한 지 일주일 만에 다주택자 규제 방안이 마련된 것과 달리 공급 확대책은 한 달 가까운 시간이 흐르도록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는 분위기다.
두 차례 열린 주택공급확대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있지만 공식적으로 확인된 추가 대책은 태릉골프장 부지 개발 정도다.
7ㆍ10 대책 당시 밝힌 큰 틀의 5가지 대책 방향 외에 시장 불안을 진정시킬 만한 '특단'의 대책은 보이지 않는 모습이다.
24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에 따르면 7ㆍ10 부동산 대책 이후 꾸려진 TF에서는 지난 15일 첫 회의 이후 기획재정부, 국토부, 국방부 등 정부 부처와 서울ㆍ경기ㆍ인천 등 지자체가 참여한 실무회의를 통해 다양한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논의 중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진행된 두 차례 실무회의에서는 논의 테이블에 올라온 공급 확대 방안을 둘러싸고 회의 참석자 간 온도 차이가 있다는 전언이다.
쟁점은 재건축ㆍ재개발 활성화다. 강남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가 백지화된 상황에서 재건축ㆍ재개발 활성화는 가장 확실한 공급 확대 시그널을 줄 수 있는 사안으로 평가된다.
서울시는 두 차례 회의에서 지속적으로 잠실ㆍ여의도ㆍ압구정 등 구체적인 대상지까지 거론하며 재건축사업의 정상 추진을 요청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2017년 이후 멈춰선 아파트 재건축 인허가 규제를 풀고 용적률을 높여 도심지 임대주택을 공급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주무 부처인 국토부는 부정적인 반응이다. 재건축 인허가는 서울시 소관이라면서도 법 개정을 이유로 들며 선을 긋고 있다. 서울시가 제안한 용적률 상향 조정과 관련해 국토부는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태릉골프장 일대 개발은 당초 예상보다 규모가 확 줄었다. 태릉골프장과 묶어 개발할 것으로 보이던 육군사관학교 부지를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못 박았기 때문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3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육사 부지 개발 여부에 대해 "현재로선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전체 공급 규모도 최대 3만가구에서 1만가구 안팎으로 축소됐다.
이 때문에 태릉골프장 개발 외에 현재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힌 공급 확대책은 ▲도심 고밀 개발 ▲3기 신도시 용적률 상향 ▲도시 주변 유휴부지ㆍ국가시설 부지 발굴 ▲공공 재개발ㆍ재건축 ▲도심 내 공실 상가ㆍ오피스 등 활용 등 이미 밝혔던 방안 수준에서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상태다.
도심 고밀 개발의 경우 역세권 범위가 350m로 커지고, 용적률이 올라가면 도심 미관과 교통난을 감수해야 한다.
역세권에서 고밀도 개발을 통해 불어난 주택은 주로 청년과 신혼부부 등에 임대로 돌아갈 수밖에 없어 내 집 마련 수요를 충족하기엔 엄연히 한계가 있다.
용산 철도 정비창 개발이 기존 8000가구에서 더 늘리는 것이 논의되고 있지만 증가 물량이 많아야 2000가구 안팎에 그칠 전망이다.
잠실ㆍ탄천 유수지 행복주택 시범지구, 대치동 서울무역전시장(SETEC), 공공기관이나 국책연구기관 부지 등의 국공유지 유휴부지 발굴도 소규모 땅인 데다 지자체들이 난색을 보이고 있어 최종 대책에 포함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최근 서울시가 30년간 분양대금을 나눠 내는 '지분 적립형 주택'을 제안하긴 했지만 공급 확대라기보다는 신혼부부ㆍ청년층의 주택구입자금 지원책에 가까운 방안이다.
시세가 크게 올라도 애초에 보유 지분이 적은 만큼 큰 이익이 발생하기 어려워서 투자 가치가 떨어져 실수요자들에게 큰 호감을 얻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더구나 정부는 지분 매각 시 공공에 되파는 것을 강제하거나 매각가를 시세가 아닌 감정가로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제도 도입시 실수요자들로 부터 반발이 우려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총력전처럼 공급계획을 세운다고 하지만 정작 핵심이 되는 서울 주요 도심을 제외한 주변 지역에 대한 공급책이 대부분"이라며 "도심 재건축ㆍ재개발 활성화가 최대 관건인데 정부가 규제를 너무 많이 해놓다 보니 이것을 풀기가 어려운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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