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완화 기대감에 '벌써 들썩'..강남 재건축 1억원 '쑥'
"재건축, 주택공급 효과 커..조합 참여·집값 안정이 관건"
(서울=뉴스1) 국종환 기자 = 규제 여파로 한동안 주춤하던 서울 강남 재건축이 주택 공급 확대에 따른 규제 완화 기대감에 벌써 호가 상승 움직임이 나타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3일 중개업계에 따르면 강남구 대표 재건축인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6㎡ 주택형은 호가가 이번 주 들어 22억원까지 올랐다. 지난주 최고 호가(21억원)보다 1억원 더 오른 값이다.
은마아파트는 지난 6·17 부동산대책에서 실거주 2년 의무, 토지거래허가제, 초과이익 환수 등 규제 포화를 맞으면서, 전용 76㎡가 18억원까지 떨어지는 등 집값이 크게 하락한 바 있다.
그러나 급매물 소진 이후 토지거래허가제가 발효되자 매물 부족이 심화하고, 다주택자 세금 규제 강화로 '똘똘한 한 채'로 다시 수요가 몰리면서 이달 들어 호가는 20억원 초반대를 회복했다.
이후 규제 완화 기대감이 집값에 다시 불을 붙였다. 정부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를 놓고 갈등을 빚던 서울시가 대안으로 정비사업 지원 계획을 밝히자, 규제 완화 온기가 은마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되면서 호가가 올랐다.
여기에 지난 20일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유력한 공급 대안으로 여겨지던 그린벨트 해제 카드를 쓰지 않기로 하자,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커지면서 호가가 올라 지난해 12·16대책 이전의 최고 호가(21억5000만원) 수준까지 단숨에 회복했다.
송파구 인기 재건축인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도 비슷한 분위기다. 토지거래허가제와 초과이익 환수 등 규제 악조건이 겹쳤음에도 꿋꿋하게 호가를 유지하다가 다시 오르는 분위기다. 전용 76㎡의 경우 이달 초 21억원 후반에서 22억원 초반에 호가됐으나, 현재 23억원도 호가한다.
정부의 그린벨트 해제 요청에 대립각을 세우던 서울시는 최근 그린벨트를 보존하는 대신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내놨다. 정부도 문재인 대통령의 '그린벨트 보존' 발표 이후 도심 고밀도 개발과 3기 신도시 용적률 높이기, 국가시설 부지 활용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재건축 규제 완화가 포함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와 서울시는 민간이 아닌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등 공공이 주도하는 '공공 재건축·재개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 재건축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면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줄 계획이다.
정부와 서울시가 내놓을 수 있는 인센티브 카드는 용적률·층수 등 건축 규제 완화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현재 서울 3종 주거지역은 용적률 250%, 높이 제한은 최고 35층에 묶여있다. 용적률을 높이면 분양 물량이 늘어나 조합 입장에서는 사업성이 높아진다. 정부는 규제를 완화하는 대신 일정 비율 임대주택이나 기부채납 등으로 개발이익을 환수하는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급에 목말라하던 시장에선 일단 재건축 규제 완화를 반기는 분위기다. 다만 공공이 주도하는 사업방식에 대해 조합들이 얼마나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서울 지역의 공급을 늘리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라며 "그러나 민간이 아닌 공공이 주도하는 사업방식에 대해 조합은 반감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공공이 관여해 사업을 좌지우지하거나 임대물량이나 기부채납을 과도하게 책정할 경우 조합 반대 여론이 높아질 것이란 얘기다.
재건축 규제 완화에 따른 집값 상승 우려도 문제다. 최근 규제 완화 기대감만으로도 집값이 오르는 상황에서 규제가 본격적으로 풀리면 또다시 서울 집값 과열의 기폭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그린벨트 해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하던 정부가 계획을 접은 것은 후보지로 언급되던 내곡동, 세곡동 등의 투기 유입에 따른 집값 상승 우려 때문이었다"며 "현재와 같이 재건축 가격이 다시 급등할 경우 규제 완화 결정에 부담이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jhk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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