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울 국책연구기관 땅, 공공주택 단지로 조성 검토
정부가 주택 공급 확대 대책 중 하나로 서울 내 국책연구기관 부지를 공공주택 단지로 재조성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방안을 포기하고 국공립 시설 부지를 적극 발굴하기로 정책 방향을 선회하면서 속도감 있게 주택 공급이 가능한 서울 내 연구기관 부지를 활용하는 방안을 선택한 것이다. 연구기관 부지는 대규모 공급이 가능할 정도로 넓지는 않지만, 서울 시내 곳곳에 흩어져 있어 주택 수요를 흡수하기 적합하다. 또 용적률 상향 등의 추가적인 조치가 함께 나온다면 수천 가구 수준의 주택 공급이 가능하다고 전망된다.
21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세종시로 이전한 국책연구기관들의 옛 부지와 현재 서울에 남은 각 정부 부처 산하 연구기관 부지를 주택 공급지로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우선 주택지로 활용할 수 있는 연구기관 부지 후보를 끌어모으는 전수조사에 들어갔다. 연구기관 건물 등 부지는 국공유지가 대부분이라 별도로 주민 보상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또 정부 의지에 따라 건물 용도를 변경해 주택지로 쓸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 그린벨트 해제 후 개발하는 것보다 기존 건물의 구조를 바꾸거나 리모델링하는 방식으로 주택 공급을 빠르게 할 수 있어 속도전에도 적합하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서울 서초구 옛 한국교육개발원 부지, 통일연구원 부지, 국립외교원(외교안보연구원) 부지, 서울연구원 부지, 서울시 인재개발원 부지를 활용하는 방안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부지는 부동산 수요가 큰 서울 강남에 있어 공공임대주택을 지을 경우 부동산 시장 안정에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예를 들어 서초구 우면동 일대 한국교육개발원 부지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공공임대주택 약 340여 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을 이미 세워놨다. 한국교육개발원 주차장 부지(약 7000㎡)를 제2종일반주거지역으로 종 상향하고, 이 곳에 7층 높이 규모의 공공임대주택 344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이에 대해 용적률 등을 높이는 식으로 공급 규모를 약 100가구 정도 추가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전체 면적 6만37㎡ 중 80%가 그린벨트로 지정돼 있어 개발이 쉽지는 않지만, 종 상향 등을 통해 주택 공급량을 늘릴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서울 내 연구기관 부지를 활용하면 수천가구를 공급하는데 무리는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용산구 원효로 옛 국립전파연구원 부지(우정사업본부 소유 1만4000㎡)도 주요 검토 대상 중 하나다. 용산역 인근 한국철도공사 정비창 부지와 도보로 15분 거리(약 1㎞)에 불과해 개발 사업을 함께 진행할 경우 도심 내 수요를 흡수할 수 있다.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한국행정연구원, 여성가족부 여성인재아카데미, 한국환경산업기술원 부지도 넓은 면적을 갖추고 있어 주택 공급지로 전환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정부는 현재 세종시 반곡동 일대에 정부출연 연구기관 제2 연구청사를 짓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에 남아있는 연구기관들이 제2 연구청사로 둥지를 옮길 예정이다. 연구기관 이전에 속도가 붙으면 현재 연구기관 부지를 빠른 시일 내로 주택 공급지로 활용할 수 있다.
서울 동대문구 홍릉 일대의 옛 국책연구기관 단지 부지도 대규모 주택 공급지 후보다. 특히 홍릉 연구단지 내 KDI, 산업연구원 옛 건물을 공공임대주택으로 바꾸는 방안이 비중있게 다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DI 옛 건물은 현재 글로벌지식협력단지로 운영되고 있다. 광복 이후 대한민국의 경제 발전과정을 전시하고, 개발도상국이나 국제기구와 노하우를 공유한다는 목적에서다. 그러나 실제로는 국제 교류 등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지 않아 금싸라기 땅을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연구기관 옛 부지가 현재 어떤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는지 살펴보고, 주택 공급 등 정책적으로 필요한 용도로 변경하는 방안을 폭넓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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