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0 부동산대책]전문가 "징벌적 과세, 분풀이는 되겠지만..실효성 물음표"(종합)
[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 최동현 기자, 임온유 기자] 정부가 10일 추가 부동산 대책 발표를 통해 '집은 한 채, 실거주만'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냈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통해 대책의 궁극적인 목적인 집값 안정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라고 입을 모았다. 시장에서도 '다주택자를 겨냥한 징벌적 과세'가 분풀이는 될지언정 내집마련을 목적으로 한 실수요자의 불안함을 잠재우진 못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오히려 조세저항을 높이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발표한 부동산 관련 추가 대책의 골자는 서민·실수요자 부담 경감, 실수요자 위한 주택공급 확대, 다주택자·단기거래에 대한 부동산 세제 강화 등이었으나 핵심은 ▲다주택자 대상 종합부동산세 최대 6% 세율 적용 ▲단기 보유 양도소득세 최대 70% 부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율 3주택 이상 30%포인트까지 인상 ▲다주택자·법인 등 취득세율 인상 등 세제 강화에 맞춰졌다.
시장 및 전문가들은 '세제 대책 만으로는 부동산 시장의 안정화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종부세 세율을 최대 6%까지 올려 투기세력을 잡겠다고 했지만 이는 다주택자의 부담을 키울지언정 당장의 집값 안정과 매물 증가 효과를 가져오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종부세는 이미 올해 과세기준일(6월1일)이 지나 올해 세금에는 현행 세법이 적용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시점에는 세제가 부동산을 잡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급 없이 세금만 올리면 향후 공급이 부족하다는 인식 때문에 결국 또 올라가게 된다"며 "특히 인상된 보유세 부과 시점은 내년이어서 당장 시장엔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 소장 역시 "돈 많은 다주택자 입장에서는 세금이 오른다고 집을 내놓진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증여를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도 "일부는 매물 매각이 가능하겠으나 내년 과세기준일까지 남은 기간 동안 증여 등 퇴로를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며 "버티는 방향으로 가게 되면 매물잠김이 이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전월세도 흔들리고 있고, 서울 청약은 100대 1의 경쟁률을 보이는 등 하반기 시장 상승 가능성이 커 내놓더라도 상황을 본 후 내년 상반기에 내놓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주택자 세부담 강화는 오히려 '똘똘한 1채'로 갈아타라는 시그널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다주택자들이 내놓는 매물을 똘똘한 1채를 갖겠다는 수요층이 받아주는 것으로 시장 양상이 바뀔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되면 본래 취지인 부동산 가격 하락, 시장 안정과는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
집값 급등의 주요 원인이 됐던 매물 잠김을 해결하기 위해선 양도세 중과 완화 등으로 다주택자에게 퇴로를 마련해줘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주장이었으나 이번 대책엔 오히려 중과세율 강화가 포함됐다. 기본세율(6~42%)에 종전 2주택 10%포인트, 3주택 20%포인트가 중과됐으나 이번 대책으로 2주택 20%포인트, 3주택 30%포인트가 중과된다. 단 이는 내년 종부세 부과일(2021년 6 월1일)까지 시행이 유예된다. 시장에 주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한다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지만, 시장 상황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한 정책의 유연성을 스스로 포기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양 소장은 "가장 단기적으로 매물을 쌓을 수 있는 방법은 양도세를 낮추는 것"이라며 "양도세 중과를 풀어줄 경우 매물 출회로 안정화를 기대할 수 있지만 이를 오히려 올림으로써 매물 잠김이라는 역효과만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계속 보유하고 버티면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학습효과가 퍼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권 교수는 "정부 방향성은 취득세·보유세를 올리는 쪽"이라며 "세제 강화보다는 완화를 통해 다주택자들의 매도를 유도해야 한다. 무주택자들에게 매물을 팔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주고 양도소득세를 감면하는 등 매도를 유도하는 방안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서민·실수요자 부담 경감 면에서도 아쉬운 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특별공급 확대가 '특정 실수요자'에 대한 혜택 제공에 그친 데다 이들에 대한 혜택 제공을 위한 '또다른 실수요자'의 몫이 줄어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생애최초 구입자, 신혼부부에 대한 특별공급 확대방침은 '가진 돈에 맞춰 작은 평수의 실거주 주택을 구입했다가 자녀가 생기는 등의 이유로 집 크기를 넓혀가는' 자연스러운 상황이 배제된 점, 특별공급 확대가 결국 이들이 접근 가능한 일반분양 물량을 상대적으로 줄여 역차별을 낳는다는 점 등에서 아쉽다"며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을 10%포인트 우대하겠다는 '서민·실수요자'의 소득기준에 여전히 해당되지 않는 맞벌이 부부들도 많다"고 말했다.
등록임대사업자 제도 보완 역시 기존 물량은 여전히 혜택이 유지되는 것이어서 '추가등록에 따른 아파트 매물잠김'은 막을 수 있으나 이미 잠긴 매물에 대해선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공급 대책 역시 서울 등 도심에 '수요자가 원하는 공급'이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이를 위해선 재건축ㆍ재개발 규제 완화를 포함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에 대해선 '이미 훼손된 강남권 일부 해제 필요'와 '도심 녹지공간 보존을 위한 해제 금지' 등으로 의견이 갈렸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수요가 있는 곳을 개발해야 한다"며 "재개발ㆍ재건축을 통해 용적률을 높이는 방향, 콤팩트 빌딩을 지어 공급하는 도심 재개발 등 만이 공급의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권 교수는 "재건축ㆍ재개발 규제완화, 층수 제한 완화, 용적률 상향 등 세 가지 공급 확대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선 대책을 보완하고, 또 보완하는 형태의 '따라가기식 대책'이 아닌,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단 목소리도 높다. 이 책임연구원은 "오늘 발표에서 제도의 필요성 부분에 '전세계적인 저금리 기조와 풍부한 유동성으로 주택시장에 유입될 수 있는 자금이 풍부한 상황'이라는 점을 짚었지만 보완 대책엔 이에 대한 건 없고 세금을 올리겠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함 랩장은 "수요 분산을 위해 공모리츠 등 소액간접투자처를 확대해 대체 투자가 가능한 토대를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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