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집 부자들의 조세피난처 "5억 먹어도 양도세는 고작 3천" [이슈&탐사]

전웅빈 김판 임주언 박세원 기자 2020. 6. 29.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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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깔아준 다주택 꽃길] ②강남 집 부자들의 조세피난처


30대 초반 김성훈(가명)씨 부부는 2018년 여름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전용면적 76㎡)를 18억원 가량에 사고 곧장 임대사업자 등록을 마쳤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임대사업자 등록 혜택으로 투기꾼에게 과도한 선물을 준 것 같다”며 정책 수정 메시지를 던졌을 쯤이었다. 실제 그 해 9월 13일 부동산 대책이 나오며 임대사업자 등록 혜택은 대폭 줄었다. 이때 공시지가 6억원 이라는 가액기준이 만들어졌고, 은마아파트 신규 매입자는 각종 ‘세금 감면 선물세트’ 대상에서 빠지게 됐다. 바꿔 말하면 김씨는 등록 임대사업자들을 위한 대규모 혜택 ‘막차’를 탄 셈이다.

당시 그가 기대했던 실익은 어느 정도 일까. 천정 세무회계사무소 김병한 세무사 도움을 받아 김씨 부부가 기대했던 양도세 감면 혜택을 계산해 봤다. 최근 3년간 은마아파트 평단가 상승률에 따라 계산한 10년 후 미래가치(24억여원)에 집을 판다면, 5억원이 넘는 차익을 얻고도 양도세는 3000여만원만 내면 된다. 반면 등록을 하지 않았을 때의 양도세는 1억3800여만원까지 늘어난다. 임대주택 등록으로 세금을 1억원 넘게 아끼는 것이다.

은마아파트를 주로 거래하는 한 공인중개사 A씨는 “당시에도 비쌌지만 가격이 계속해서 오른다는 믿음이 있으니 안 살 이유가 없었다”고 했다. 6·17 대책 발표와 토지거래허가제 시행 이후 현재 가격은 조금 빠졌지만 이 평형대는 이달 19억5000만원까지 거래됐다.

집을 산 과정에서도 혜택은 있었다. 당시 전세 시세는 5억원 가량이었다. 갭을 끼고 사도 13억원 가량이 필요했다. LTV40%를 적용했을 때 받을 수 있는 대출한도는 7억2000만원, 그러나 부동산 등기부등본엔 근저당 10억3000만원 가량이 잡혀 있다. 근저당권설정비율(110~120%)을 감안하면 8억5000만~9억3000만원 가량을 빌린 것이다. 대출 규제에서 빠진 임대사업자 대출 혜택이 주어졌을 가능성이 있는 대목이다. 결국 자기 돈 3억~4억원 정도만 투자해 18억원대 아파트를 구입한 셈이다.


투자를 부추긴 건 정부다. 8·2부동산 대책 등으로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을 중과하면서 동시에 등록 임대사업자에게는 인센티브를 강화해 투기세력에게 절세 도피처를 마련해줬기 때문이다. 도피처에는 기존 다주택자는 물론 똘똘한 한 채를 소유하려던 무주택자·1주택자까지 빨려 들어갔다. 이 같은 현상은 저가 아파트(국민일보 6월 29일자 1·4·5면 참조) 뿐만이 아니라 이미 집값이 천정부지로 올라있던 강남 고가아파트 단지에서도 목격됐다.

임대사업자 등록 혜택이 가장 컸던 2018년, 이들 아파트의 전체 실거래는 줄었지만 임대주택 사업을 위한 매수거래는 되레 늘어난 것으로 29일 국민일보 취재결과 확인됐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진짜 고급정보를 가진 사람들은 시세차익이 큰 쪽(강남)으로 집중했다는 게 보인다”며 “2018년에 이곳에서 집을 사고, 임대사업자 등록을 한 사람들은 정책의 빈틈을 알고 들어온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2018년에 무슨 일이 있었나
“2018년에 매매랑 임대등록을 같이 문의한 분들이 꽤 많았죠. 내가 그때 (혜택들에 대해서) 답을 해주면서도 ‘왜 다주택자한테 이런 당근을 주나’ 했어요.”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사 B씨는 이렇게 말했다. 항상 수요가 높고 매수세가 강한 곳이긴 하지만, 유독 그 시기에는 임대등록에 대한 문의도 많았다는 설명이다.

수치로도 입증된다. 국민일보 취재 결과 지난 16일 기준 은마아파트의 등록 임대주택 327가구 중 252가구가 2017년 5월 이후 등록됐다. 특히 정부가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을 내놓은 직후인 2018년 한 해에만 174가구의 임대주택 등록이 몰렸다.


문제는 주객이 전도됐다는 데 있다. 은마아파트 실거래량은 2017년 323건에서 2018년 145건으로 줄었다. 그런데 2017년 5월 이후 등록된 임대주택 중 2018년에 임대사업용으로 거래된 물량이 45건이나 된다. 그 해 전체 실거래 중 31%가 임대사업자 매수 물량이라는 의미다. 2017년(5~12월)에는 3건, 2019년에는 10건 거래가 있었다.

최 소장은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은 이전 정부부터 존재했지만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정부에서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를 도입하면서 이런 혜택을 유지하자 임대사업자 등록제도가 루프홀(정책의 구멍)이 되면서 주목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강남의 다른 고가 아파트 단지 사정도 비슷하다. 강남구 청담자이 아파트의 경우 2017년 5월 이후 총 47가구가 임대주택으로 등록했다. 이중 11개에서 임대사업을 위한 매매거래가 발생했다.


30대 중반 박진성(가명)씨는 서초구 아파트에 살면서 2018년 여름 5억원 정도 대출을 받아 14억원에 청담자이 아파트(전용면적 49㎡)를 샀다. 당시 이 평형대 전세가(8억원대)를 고려하면 실제 본인 부담금은 1억원대 수준일 것으로 추정된다. 박씨도 곧장 아파트를 8년짜리 임대주택으로 등록했기 때문에 추후 집을 팔 때 임대 기간에 따라 양도세를 70%(최대 100%)까지 감면받을 수 있다. 강남처럼 집값이 비싼 곳은 임대주택 등록 유인이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실제로는 이들처럼 세제 혜택을 노린 이들이 적지 않았다.


그 사이 아파트 값은 꾸준히 올랐다. 은마아파트의 경우 이번 정부가 출범한 2017년(6~12월) 실거래된 매물로 계산한 평단가(3.3㎡)는 5696만원이었으나 2020년(1~6월)에는 8072만원까지 상승했다. 청담자이 아파트도 같은 기간 평단가가 7839만원에서 1억1506만원으로 뛰었다.

이 같은 상황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2017년 말 정부가 임대 주택사업자에 대한 양도세 감면(조세특례제한법 97조)을 연장하기 직전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회의에서 박주현 당시 국민의당 의원은 “(일몰 연장은) 33평 이하 주택으로는 실컷 다사라, 무조건 사라는 신호다. 나라도 사겠다”며 반대했지만 관철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양도세 감면이 1년 연장된 2018년 임대 목적 거래가 크게 늘면서 박 전 의원 우려는 현실이 됐다.

현장에서도 정책의 잘못된 시그널이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왔다.

“결과적으로 보면 집값은 시간이 가면서 계속 올랐잖아요. 정책실패죠. 차라리 그런 정책을 내놓지 않고 그냥 뒀다면 이것보단 상황이 합리적이지 않았을까 싶은 거에요.” 은마아파트 인근에서 만난 공인중개사 C씨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도피처가 마련해준 혜택
정부가 도피처를 마련해 주자 투자자들은 계산기를 두드렸다. 국민일보는 정부의 다주택자 관련 정책이 엇박자 났던 2017~2018년에 맞춰 은마아파트를 구입한 임대사업자 등기부등본 등을 통해 이들이 기대했던 절세 규모를 예측해봤다. 당시 기대 이익을 구하기 위해 최근 발표된 6·17 대책 영향은 고려하지 않았다. 구체적인 시뮬레이션은 천정 세무회계사무소의 도움을 받았다.

40대 최주민(가명)씨는 2017년 여름 12억3000만원에 은마아파트(전용면적 76㎡)를 샀다. 대출은 3억6000만원을 받았다. 그는 서초구에도 아파트를 한 채 가지고 있었다. 최소 조정지역 내 2주택자라는 뜻이다. 그는 2019년 겨울 은마아파트를 임대주택으로 전환하고 올해 4월 지분 30% 가량을 서인성(가명)씨에게 증여했다.


증여 당시 실거래가(19억5000만원) 기준 서씨 지분은 6억6000만원 정도다. 두 사람이 부부라고 가정하면 6억원까지는 증여세를 공제받을 수 있기 때문에 세금은 630만원정도만 내면 된다. 최씨가 일부 지분을 이때 증여한건 향후 임대주택 등록으로 받을 수 있는 양도세 혜택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김병한 세무사는 “두 명이 지분을 나눠 갖고 있으면 세율이 유리하게 적용되기 때문에 양도세를 줄이려고 일부 증여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임대주택 전환에 대한 가액기준이 생긴 9·13 대책 이후에 주택임대 사업자 등록을 했지만, 당시 발표대로라면 취득 시점이 대책 발표 이전이기 때문에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10년 임대 후 아파트를 최근 실거래가인 19억5000만원에 판다고 가정하면, 차익 7억2000만원에 대한 양도세는 3400만원(2년 거주 미충족)에 불과하다. 임대 등록을 하지 않았다면 세금은 1억6300만원까지 늘어난다. 김 세무사는 “해석의 여지는 있지만 증여한 지분이 30%대가 아닌 50%였으면 적용 세율이 더 커지기 때문에 세금이 늘었을 것”이라며 “세금을 줄이는 적정 범위를 알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엇박자 대책, 여전한 ‘선물’
임대사업자에게 선물보따리를 안긴 대가로 전월세 시장 안정 효과는 있었을까. 전문가들은 일부 효과는 인정하지만 그에 비해 세입자와 집주인이 얻는 이익 차이가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2017년 12월 임대사업자 등록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3억짜리 전세를 사는 세입자가 기대할 수 있는 이익을 연간 200만원 수준으로 계산했다. 최 소장은 “반면 임대인이 양도세, 임대소득세 감면 혜택으로 얻는 이득은 이보다 훨씬 크다”며 “어차피 세 놨을 주택을 등록했다는 이유만으로 너무나 과도한 혜택을 줬다는 것이 문제다. 이정도의 안정 효과를 위해 지불해야 하는 사회적 비용이 너무나 크다”고 꼬집었다.


그런데 전월세 시장까지 들썩이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는 52주째 상승세다. 수요는 많은데 물량은 적어서다. 강남구 아파트 단지 중 2017년 이후 임대주택 등록이 두 번째로 많았던 은마아파트도 지난해 말부터 전세가 상승 움직임이 감지됐다는 게 현장 공인중개사들의 설명이다. 공인중개사 B씨는 “2018년까지만 해도 31평 전세가가 4억5000만원이었는데 올해 들어서 같은 평수가 전세 6억원대에 거래되고 있다”고 했다.

6·17 대책 이후에는 전세가 폭등의 전조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지난 23일 찾아간 은마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사 사무소 10곳에서는 집주인의 문의전화가 끊임없이 걸려왔다. 한 공인중개사는 “내가 거래했던 전세계약 2건이 곧 만기인데, 집주인이 실거주 요건을 채운다고 들어온다고 했다. 여긴 애들 학교 보내려고 전세 사는 세입자들이 대부분인데 조만간 전세가가 엄청나게 오를 것 같다”고 말했다.

엇박자 대책의 폐해는 집주인을 거쳐 세입자를 향할 수밖에 없다. 2017년 말 임대주택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던 정부는 지난 17일 재건축 아파트에서 2년 이상 거주해야 분양자격을 주겠다고 밝혔다. 즉 2018년 정부 대책을 보고 임대주택으로 등록한 집주인들은 과태료를 내고 등록을 취소하거나 분양권을 포기해야 한다. 현장 공인중개사들에 따르면 3000만원의 과태료를 물고서라도 실거주를 택하겠다는 집주인이 늘었다고 한다.

안정적 임차를 기대했던 임대주택 세입자들은 날벼락을 맞게 됐다. 임대주택이 아닌 아파트에 살던 세입자들도 전세 보증금을 올려주거나 이사를 가야하는 상황에 놓였다. 공인중개사 D씨는 “아이 학교 문제로 은마아파트에 전세로 들어온 한 가정은 뛰어버린 전세가를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이사를 갔다”고 말했다.

미리 집을 샀던 사람들은 여전히 ‘과도한 선물’을 받을 수 있는 구조도 문제다. 6·17 대책의 변수와 무관한 기존 임대사업자들은 여전히 위의 시뮬레이션처럼 양도세를 대폭 아낄 수 있다. 게다가 2018년 9월 13일 이전 아파트를 사들인 사람은 지금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양도세 공제 등 각종 세금 혜택이 주어진다.

전웅빈 김판 임주언 박세원 기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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