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잠잠한 잠실, 金포된 김포"(종합)
잠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됐지만
"어차피 다시 오를 것" 규제 내성
규제 피한 김포, 풍선효과에 문전성시
"보유세 때문에 6월 전에 팔릴 물건들은 이미 다 팔렸어요. 지금은 오히려 잠잠합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지만 어차피 값이 오를 것이라고 보는 사람이 많아요."(서울 잠실동 A공인)
"김포가 '금포' 됐어요. 발표 전부터 규제지역에서 빠질 거란 소문이 다 퍼져서 분양권 문의가 몰리고 있습니다. 매도자들은 오른 값에도 팔려고 하질 않네요."(김포 걸포동 B공인)
정부가 전방위 부동산 추가 대책을 발표한 17일 오후 찾은 서울 강남권과 경기 김포는 상반된 분위기였다. 규제 지역의 집값 기대심리를 잡기는 커녕 오히려 비규제지역으로 수요가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확연하게 나타나고 있다.
◆"어차피 오를텐데"…무덤덤한 잠실= 정부 대책 발표에 이어 서울시가 국제교류복합지구를 포함 강남구 삼성ㆍ청담ㆍ대치동, 송파구 잠실동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지만 이 일대에선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지난해 12ㆍ16 대책에 포함된 15억원 초과 아파트 주택담보대출 전면 금지 이후 이미 자산가들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된 데다 세금 회피 매물도 소진됐다는 것이다. 스무번이 넘는 잦은 대책에 내성이 생겨 '어차피 다시 오를 것'이라는 인식 역시 강하다는 분위기다. 잠실동 C공인 관계자는 "보유세를 피하기 위한 급매물은 5월 말 잔금 조건으로 이미 많은 물량이 소진됐다"며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역시 이달 초부터 예견된 것이어서 별다른 반응이 없다"고 전했다.
잠실동 엘스와 리센츠는 최근까지도 갭투자가 여러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엘스 84㎡(이하 전용면적)의 경우 지난달 18억3000만원에 매매됐던 게 지난 2일 20억원까지 뛰었다. 현재 호가는 21억원을 넘는다. 최근 잠실 마이스(MICE) 조성과 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착공으로 가격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주변 중개업소들의 전언이다. 오는 23일 토지거래허가구역지정으로 2년간 실거주 의무가 부과되는 만큼 갭투자는 확실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정부 규제로 새로운 틈새 수요가 생길 우려도 제기됐다. 시세가 약 10억원인 리센츠 27㎡의 경우 지분면적이 13㎡라 허가 대상 기준인 18㎡에 못 미친다. 갭투자 수요가 이 같은 소형주택에 몰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실거주 요건을 채우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투자자들의 심리를 이용해 규제가 적용되기 전 세입자가 임대인에게 집을 싸게 넘기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허가구역 주변부로 수요가 이동하는 '강남 내 풍선효과'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강남구 압구정동 H 공인 대표는 "지방에서도 수요가 꾸준하나 비중이 크진 않다. 거주는 기본적으로 깔고 가는 경우 많다"며 "이번에 묶인 지역이 개발 호재로 이미 많이 올랐고 이번 규제까지 나오면서 투자 목적 수요자들은 압구정이나 반포 일대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불붙은 김포…"정부가 투자처 제시한 꼴"= 아이러니하게도 대책은 엉뚱한 시장에 불을 붙였다. 같은 날 김포 일대 중개업소들에는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 수도권 대부분 지역이 조정대상으로 묶인 가운데서도 김포는 파주 등 일부 지역과 함께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규제를 피한 수요가 몰리고 있다. 걸포동 B공인 관계자는 "다음달 입주를 앞둔 한강메트로자이2단지 분양권이 불티나게 거래되고 있다"며 "이달 초 1억1000만~1억3000만원 수준이던 59㎡ 입주권 프리미엄은 현재 1억4000만~1억7000만원까지 뛰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매수하겠다는 사람이 밀려드는데 매도자는 전화를 안받는다"며 상당수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장 들썩이는 곳은 풍무ㆍ걸포ㆍ운양ㆍ장기동 등 도시철도 김포골드라인 역세권 신축 아파트들이다. 중개업소들에는 갭투자를 노리는 투자 문의가 저녁 늦게까지 잇따랐다. 특히 학원가와 상권이 고루 형성된 운양동은 대단지 신축 아파트가 밀집했음에도 거래 가능한 물량이 바닥나면서 가격이 치솟고 있다. 지난 4월 최고 3억8700만원에 거래된 반도유보라2차 59.33㎡는 이달 최고 4억1000만원에 팔렸고 현재 호가가 4억3000만원으로 솟았다. 운양동 I공인 관계자는 "대장격인 반도유보라2차나 한강신도시롯데캐슬의 경우 갭투자가 가능하면 물건 안보고 사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양지영 양지영R&C 연구소장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국민들이 내성이 생겨 버렸다"면서 "공급 같은 근본적 대책 없는 규제는 결국 김포 등 비규제지역이나 조정대상지역 중 호재가 있는 곳으로 풍선효과를 유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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