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21번째 부동산 대책 앞두고 '폭풍전야'

김민기 2020. 6. 16.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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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요자, 자금 묶이며 집구하기 더 힘들어져
현금 부자들 기회 늘어날수도
집주인, "집값 더 오른다" 매물 잠궈
정부가 이르면 17일 수도권 대부분 지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묶는 등 규제지역을 대폭 확대하고 법인 부동산 투자에 대한 세금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추가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16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에 있는 한 부동산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지난 주말부터 정부가 규제 대책 내놓는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집주인들이 매물을 싹 걷어갔습니다. 매수 대기자들도 대출 규제가 나오기 전에 미리 신용 대출을 받아야하는지 문의가 끊이질 않습니다.”(강남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정부가 이르면 17일 관계부처 회의를 거쳐 추가 부동산 대책을 발표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16일 서울 강남 공인중개사무소에는 어떤 대책이 나올 것인지, 또 이로 인해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묻는 전화가 끊이질 않았다. 이날 오후 1시간 남짓 짧은 시간 중개사무소에 있었지만 그동안 청약을 준비하던 무주택자들도 규제 강화로 내 집 마련이 힘들어질까봐 급하게 매물을 알아보는 전화와 집주인들도 규제로 인한 가격 상승이 예상돼 매물을 거둬들이겠다는 전화가 쏟아져 중개업소 대표와 제대로 말도 섞지 못했다.

■대책 앞두고 중개업소 문의 전화 쏟아져
16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법인과 갭투자자를 집중적으로 겨냥하는 규제를 내놓을 전망이다. 법인에 적용되는 주택 매매차익에 대한 추가과세율(현재 10%)과 취득세율을 끌어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갭투자를 막기 위해 전세보증금에 적용하는 간주임대료의 계산식을 변경해 임대소득세를 더 걷는 방안 등도 거론된다. 전·월세신고제와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 등 주택 임대차 3법 개정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풍선효과를 막기 위해 수도권에서 접경지역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묶고, 기존의 조정대상지역을 투기과열지구로 격상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처럼 정부 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이자 무주택자나 수요대기자들의 불만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현재도 대출 규제가 심해 내 집 마련이 쉽지 않은데다가 정부가 자금출처까지 들여다보고 수도권까지 옥죄면 집을 살 기회가 더 줄어들기 때문이다.

점심시간에 잠시 중개업소를 찾은 30대 후반의 직장인 문모씨는 “지금 전세를 살면서 청약을 준비하고 있는데 자꾸 집값은 오르고, 청약 당첨은 쉽지 않아 갭투자라도 하지 않으면 평생 집을 살 수 없을 것 같다”면서 “그나마 자금 여력이 없는 서민들은 일단 전세라도 끼고 집을 샀다가 나중에 돈이 좀 모이면 실거주를 할 수 있는데 무조건 막아버리면 어떻게 하냐”고 토로했다.

오히려 이러한 규제가 실수요자들의 주택 구매는 막고 현금 보유량이 많은 현금 부자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수도권 비규제 지역이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9억원 이하에는 50%, 9억원 초과엔 30%가 적용되고, 총부채상환비율(DTI)은 50%로 묶이며 청약 1순위 요건도 강화된다.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의 한 공인중개소는 “만안구가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자 돈이 부족한 실수요자는 대출 규제 강화로 집을 사는 게 힘들어지고 오히려 현금을 보유한 부자들이 갭투자로 들어온다”면서 “이들은 대부분 박리다매로 단타를 치고 나오는데 의무거주기간 마저 늘리면 실수요자들은 매물이 줄어 또 다시 피해가 갈 수 있다”고 전했다.

■'규제해도 또 오른다'집주인 매물 회수
정부 규제로 실수요자들의 내집 마련은 어려워지는 가운데, 최근 목동 아파트들이 잇따라 안전진단을 통과하면서 호가가 3억원 급등하는 등 서울 집값 과열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다. 사실상 목동은 준 강남에 해당하는 만큼 이번 안전진단 통과가 서울 집값 상승의 전초전이 될 수도 있다는 평가다.

실제 목동 신시가지 6단지는 주말 사이 투자자가 몰리면서 호가가 3억원 이상 급등했다. 지난달 10억1700만~10억3000만원에 거래된 6단지 47㎡(전용면적)은 현재 11억원까지 올랐다. 지난 3월 20억원에 거래된 115㎡는 현재 저층 기준 호가가 3억원 오른 23억원을 넘어섰다.

목동 인근 중개업소 대표는 "6단지 안전진단 통과 소식 후 집주인들이 대부분 물건을 거둬들이는 분위기"라면서 "5단지 전용 95㎡가 지난달 17억원에 거래됐는데 지금은 가격이 18억∼19억원으로 올라갔다"고 말했다.

서울 집값이 꿈틀대자 집주인들은 집값이 더욱 오를 것이라는 생각에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 정부 규제로 단기간에 ‘반짝 효과’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또 다시 상승할 것이라는 ‘학습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정부가 수원, 용인의 집값 폭등으로 조정대상지역 지정한 후 상승폭을 다소 늦추긴 했지만 여전히 집값이 잡히지 않았다. 또 임대차 전월세 3법이 통과되면 전셋값이 올라 매매가를 받쳐주게 되고 서울 역시 급매물이 소진되면서 조금씩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30대 후반의 최모씨는 “최근 목동 6단지 매물을 구입하려고 집주인과 가계약을 맺고 계약금을 걸었으나 갑자기 안전진단 통과로 호가가 오르자 집주인이 계약을 파기했다”면서 “집주인이 그 자리에서 5000만원을 주면서 계약을 없던 것으로 해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kmk@fnnews.com 김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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