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청약' 부른 분양가상한제 1년..더 멀어진 '내 집 마련'
현금 적고 가점 낮은 2030엔 '그림의 떡'으로
시장을 안정화하겠다며 정부가 초강력 카드로 꺼낸 상한제가 공급위축 신호로 읽히면서 청약수요 폭증, 신축 아파트 가격 상승, 전세가 상승 등 부작용만 더 키우고 있다. 현금이 적고 청약 가점이 낮을 수밖에 없는 20~30대에게 내 집 마련은 점점 ‘희망고문’이 되는 모양새다.
14일 서울경제가 직방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서울 아파트 청약 경쟁률은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처음으로 공식 언급한 지난해 6월 말 이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19년 3·4분기 39.8대1에서 4·4분기에는 48.3대1로 상승한 데 이어 올 들어서는 1~6월 경쟁률이 무려 106.6대1로 세자릿수를 돌파했다. 올 들어 서울에서 새 아파트에 당첨되려면 100대1 이상의 경쟁률을 뚫어야 하는 셈이다. 경기도의 올 상반기 경쟁률도 36.3대1로 지난해 4·4분기(18.8대1)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상한제 등) 각종 규제가 오히려 시장을 왜곡시키고 있다”며 “시장 정상화를 위한 전반적인 제도 정비가 이뤄지지 않는 한 지금의 현상이 쉽게 해소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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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안정은커녕...집값 상승·청약과열·공급위축 부작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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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한제 마법, 언급하자 서울 매매·전세가 플러스=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처음 언급한 것은 지난해 6월26일이다. 시장에서 상상하지 못한 초강력 카드인 상한제로 분양가를 낮춰 집값을 안정화한다는 목적에서다. 정부는 같은 해 8월 관련 법안을 입법예고 했다. 전문가들은 상한제에 대해 공급 위축에 따른 청약 과열, 신축 불패 재연, 전세가 상승 등 각종 부작용을 경고했다. 김 장관은 이에 대해 “공급물량이 충분하다”며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상한제 부작용은 정부의 지난해 6월 언급 이후 바로 시장에 나타났다. 한국감정원의 월간 아파트 값 통계를 보면 2019년 7월부터 서울 아파트 매매·전세가 모두 플러스 변동률로 돌아선 것이다. 2018년 ‘9·13대책’ 효과로 매매와 전세시장 모두 안정화하는 추세인데 상한제 언급이 집값과 전세가 상승의 불씨를 살린 것이다.
한국감정원 통계를 보면 상한제 언급 1년 전 서울 아파트 값은 1.07%, 전세가는 -1.93%의 변동률을 보였다. 이후 1년은 매매가 1.71%, 전세가 3.09%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국 아파트 값은 1년 전 2.29% 하락했는데 이후 1년간 2.80% 상승했다. 한국감정원 전국 아파트 매매실거래가격지수는 지난해 6월 100.2였는데 올 들어서는 2월 기준 107.5까지 상승했다. 서울의 경우 상승세는 더욱 가파르다. 지난해 6월 서울 아파트 매매실거래가격지수는 119.1이었는데 올 들어서는 2월 기준 135.26까지 올랐다. 매매실거래가격지수는 실거래 가격이 얼마나 올랐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매매가는 그나마 2019년 나온 ‘12·16대책’의 영향으로 올 1·4분기 잠시 주춤했지만 전세가는 사정이 다르다. 상한제발 역효과 등이 겹치면서 2019년 7월1일 이후 주간 단위로 무려 49주간 연속 상승세를 타고 있다. 정부가 당초 목표로 한 상한제 동별 핀셋지정도 무의미해졌다. 정부는 서울 강남구 개포·대치·도곡동 등 27개 동을 첫 적용 대상으로 선정했다. 이후 한 달여 만에 12·16부동산대책을 내놓으며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의 ‘동별 지정’ 원칙도 스스로 무너뜨렸다.
지방도 청약 광풍에 휩싸였다. 전남 순천, 광양, 대구 등 지방 곳곳에서 분양하는 아파트에도 청약자들이 대거 몰리고 있다. 올 들어 30.5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3·4분기의 경우 18대1, 4·4분기에는 16.7대1이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입지만 어느 정도 되면 청약은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완판은 기본이고 경쟁률이 얼마냐가 문제”라고 말했다. 전국 청약통장 가입자도 급증해 지난해 6월 2,497만여명에서 올해 4월 기준 2,604만여명까지 늘었다. 약 10개월 만에 107만명가량 증가한 것이다.
반대로 청약 희망고문은 더 커지고 있다. 경쟁률이 치솟으면서 웬만한 가점으로는 인기 단지 당첨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20대와 30대에게는 말 그대로 ‘희망고문’이 돼버렸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정부의 분양가 통제로 청약시장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며 “하지만 현행 가점제 체제에서 젊은 층은 아파트 당첨자가 되기 힘들어 일종의 ‘기울어진 운동장’이 조성됐다”고 평가했다.
더 큰 문제는 공급이 위축되고 있다는 점이다.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는 초기 재건축 단지들은 사업 진척 속도가 대폭 느려졌다. 분담금이 늘어날 것이 뻔하다 보니 빨리 진행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커졌기 때문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 들어 4월까지 전국 주택 인허가 물량은 12만7,490가구로 최근 5년 평균치(18만907가구)의 70%에 불과하다. 서울 역시 4월까지 주택 인허가 물량이 1만8,025가구로 5년 평균치(2만5,640가구)의 7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주택도시연구실장은 “분양가상한제는 지난 1977년 처음 도입된 후 주택경기에 따라 적용과 폐지가 반복됐는데 그간 사례를 보면 시장 안정효과는 미미했다”며 “오히려 신규주택 공급 위축으로 자산배분의 비효율성이 커지는 등 부작용이 많이 발생한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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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번째 대책 예고에...전문가 “분상제·대출규제 풀어 시장정상화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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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그럼에도 또 집값을 잡겠다며 이르면 이번주 22번째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반면 전문가들은 규제를 강화하는 게 아니라 시장을 왜곡시킨 규제를 하나둘 풀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시장 정상화를 위한 전반적인 제도 정비가 서서히 이뤄지지 않는 한 왜곡이 쉽게 해소되기 힘들 것”이라며 “시장 안정화를 위한 규제 완화를 시도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특히 분양가 규제를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아울러 공급 절벽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인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주문했다.
대출규제도 다르지 않다. 30대를 중심으로 젊은 층이 갭 투자 등을 통해 집 장만에 나서는 것은 그나마 대출규제가 덜할 때 집을 사야 한다는 불안감이 작용하고 있어서다. 임미화 전주대 교수는 “가장 큰 문제는 12·16대책으로 대출이 막히고 보유세가 오르며 거래가 많이 제한됐다는 것”이라며 “대출규제를 비롯해 거래를 제한하는 각종 문턱을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도 “실수요자들이 대출을 받아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을 만큼은 규제를 풀어주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종부세도 현실 상황에 맞게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1주택자는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공시지가 9억원 이상’인 종부세 부과 기준을 상향하는 방법 등이 제시됐다. 1가구 1주택자에 한해 ‘역진세(逆進稅)’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과도한 세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살고 있던 집을 파는 일을 예방하자는 차원이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1가구 1주택자에 대해서는 누진세가 아닌 역진세를 도입할 수 있다. 부동산 가격이 올라갈수록 오히려 세율을 낮춰주는 역진세율로 1가구 1주택자의 ‘거주의 자유’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강동효·양지윤·권혁준기자 kdhy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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