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8000가구 들어서는 용산정비창 가보니..절반 분양, 절반 임대 '기대반 걱정반'

강현수 2020. 5. 7.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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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역 정비창 부지 개발 계획에 낙심한 투자자 문의 전화 이어져
서울 용산구 서부이촌동 시범아파트에 있는 공인중개사무소. 정부가 6일 용산 정비창 부지 개발 계획을 발표하자 서부이촌동 일대 중개사들은 '호재'라며 환영했다. 사진=강현수 기자

서울 용산구 서부이촌동 대림아파트 앞에 자리한 한 공인중개사무소. 정부가 6일 용산 정비창 부지 개발 계획을 발표하자 서부이촌동 일대 중개사들은 '호재'라며 환영했다. 사진=강현수 기자

서울 용산구 청파로에 있는 정비창 부지 전경. 정부는 이곳에 8000가구 규모의 '미니신도시'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중 절반 안팎이 임대주택으로 공급될 계획이어서 시장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사진=강현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임대주택 고밀 개발은 용산의 매력도를 떨어트릴 수 있습니다. 기존에 대규모 용산국제업무지구를 기대하고 이곳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지금 땅을 치고 있는 이유입니다."(용산정비창전면1구역 인근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
"그래도 용산역 정비창 부지의 70%가 남아있고 여기에 상업·업무 시설이 들어섭니다. 4000가구 민간 아파트와 서부이촌동에 엄청난 수요가 예상되며 인근 인프라 개발도 속도가 붙을 수 있어 마냥 부정적인 계획은 아닙니다."(서부이촌동 B공인중개사무소 대표)
이달 6일 국토교통부가 수도권 주택 공급대책의 일환으로 용산역 정비창 부지에 주거·업무 복합단지를 짓겠단 계획을 발표하자 부동산 업계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잉 고밀 개발이 난개발로 이어질 경우 서울 도시 발전을 하향 평준화시키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고밀도에 민간·임대 반반..."용산 가치 떨어질 수도"
7일 찾은 용산역 일대 중개사무소들은 5분에 한 번꼴로 울리는 전화를 받는 데 급급했다. 전날 나온 용산역 정비창 부지 개발 계획에 낙심한 투자자들의 문의가 이어진 탓이다. 8000가구 규모의 '미니 신도시'가 이곳에 건설될 예정이지만, 고밀 개발과 임대주택 수에 투자자들이 실망에 빠졌다고 중개사들은 입을 모았다.

용산정비창전면1구역 내에 위치한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아파트 동 간 거리가 좁기로 유명한 송파 헬리오시티가 약 40만㎡에 9500가구를 지었는데, 정비창 부지 51만㎡의 30%에 8000가구가 들어온다. 아파트가 70층 이상이 아닌 이상 어떻게 짓겠다는 계획인지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임대주택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용산의 가치를 떨어트릴 것이란 주장도 제기됐다.

원효동에 있는 C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임대주택이 절반이나 차지하는 정부 주도 주거단지의 모습이 과연 용산역 앞쪽에 있는 래미안용산더센트럴아파트, 용산푸르지오써밋오피스텔, 용산센트럴파크해링턴스퀘어 등 최고급 주거단지와 어우러질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민들을 위해 임대주택을 늘린다고 해도 이 정도로 고밀도면 임대주택에 사시는 분들도 정말 몇 평 안 되는 곳에서 좁게 생활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용산 개발 신호탄?...서부이촌동에는 '호재'
그럼에도 이번 용산역 정비창 부지 개발 계획을 호재로 보는 중개사들도 있었다. 서부이촌동의 교통난, 인프라 부족이 해결될 수 있어서다. 실제 서부이촌동은 그동안 좋은 입지에도 불구하고 학교와 병원 등 생활편의시설이 부족했다. 용산역으로의 접근성도 단점 중 하나로 꼽혔다.

서부이촌동 B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이번 개발 계획이 당장은 임대주택 때문에 악재로 보일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용산, 특히 서부이촌동에 큰 호재"라며 "서부이촌동에 버스정류장이 네 곳밖에 없고 용산역으로 걸어서 20분, 버스로 10분이어서 주민들이 끊임없이 불편함을 호소해왔는데 정비창 부지 개발이 본격화하면 이곳 교통, 인프라 개발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서부이촌동 재개발이 아직 탄력을 받지는 않았지만 아마 재개발이 진행되면 한강변 고급 주거단지로 거듭날 것"이라며 "용산역 정비창 부지와 놓고 봤을 때 임대주택 비율은 훨씬 낮으면서도 뒤쪽에 있는 상업·업무 시설의 수요도 흡입해 전망이 좋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용산 정비창 부지 개발 계획이 서울 도시 발전에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라고 우려했다.

두성규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용산역 정비창 부지는 도심 내에서도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땅인데 시간을 갖고 서울 도시 공간 개발의 효율성을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고민했어도 충분했을 것"이라며 "정부에서 서울의 발전 수단을 장기적 측면에서 고려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라고 말했다.

두 연구위원은 이어 "부지의 특수성을 살리지 못하고 단순히 주거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주택을 짓기로 했는데, 용적률도 상향될 예정이어서 과도하게 밀집된 소형으로 개발될 가능성이 크다"라며 "공공역할을 강화하고 임대주택 확충이 현 정부의 컨셉과는 맞겠지만 시장에서 필요로하는 수요를 충족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niki@fnnews.com 강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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