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3기 신도시와 김현미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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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15 총선에서 국토교통부 공무원들의 최대 관심 지역구는 국토부 소재지인 세종시가 아니었다. '3기 신도시' 이슈로 뜨거웠던 일산에서 과연 누가 당선될지, 막판까지 손에 땀을 쥐었다.
현역 의원인 김현아 미래통합당 후보는 '3기 신도시 백지화' 공약을 내걸고 일산서구(고양정)에 출마했다. 부동산 전문가였던 그는 사전 여론조사에서도 우세했다. 결과는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승리. 53.4%의 득표율로 44.9%에 그친 김 후보를 따돌렸다. 물론 몇 명의 국회의원 때문에 정부 정책이 손바닥 뒤집듯 바뀌진 않는다. 그렇더라도 주무부처 국토부로선 '의원님 눈치' 보지 않고 소신껏 일 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선거는 여당이 이겼지만 일산 민심이 싸늘하게 변한 것은 사실이다. 지난해 5월 국토부가 창릉지구를 3기 신도시로 지정하겠다고 발표한 직후부터다. 서울과 일산 사이 창릉에 3만8000가구가 들어서면 일산 집값이 '폭락'할 거란 공포감이 이 지역에 확산했다. 그렇지 않아도 같은 1기 신도시인 분당 집값 대비 절반 이하로 떨어진 터였다.
선거구 '고양정'은 특히 오늘의 김현미 국토부 장관을 있게 한 정치적 토양이다. 19대·20대에서 김 장관을 연달아 뽑아줬다. 일산에서 3연임하려던 김 장관은 그러나 지난 1월 내각에 남기로 했다. 불출마 선언 자리에서 김 장관은 '울컥'했다.
바통을 넘겨받을 장관 후보가 없기도 했지만 싸늘한 일산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만약 김 장관이 출사표를 던졌다면 과연 여당이 고양정에서 승리할 수 있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정부 일각에선 '김 장관의 결단'이란 평가도 한다. 수도권 30만 가구 주택공급이라는 '정책적 판단'을 위해 '정치적 판단'을 내려놨기 때문이다. 정치인 김현미로선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애초에 3기 신도시는 '밑그림'부터가 '김현미표'였다. 창릉지구를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이 없지 않았을텐데 "이만한 입지가 없다"며 국토부가 도리어 고양시장을 3번 찾아가 사전 설득했다고 한다.
김 장관은 역대 두 번째 국토부 장수(長壽) 장관이다. 2013년 국토부 출범 이래로는 재임 기간이 가장 길다. 지난 2017년 6월 취임해 곧 임기 3년을 맞는다. 장수 장관으로서 이제는 김 장관만큼 부동산 정책을 꿰찬 전문가도 찾기 어렵다. 그간의 성과도 작지 않다.
"(외부에서) 코로나 덕분이라고 해도 좋으니 제발 서울 집값 잡혔단 소식 좀 듣고 싶다"고 했다던 그의 바람대로 서울 아파트값이 드디어 잡혔다. 지난해 6월 이후 10개월 만이다. 코로나19 등 외부 요인이 방아쇠를 당겼지만 정부의 12·16 부동산 대책 효과도 적지 않다.
김 장관이 얼마나 더 자리를 지킬지는 알 수 없다. '6월 개각설'도 솔솔 나온다. 그의 마지막(?) 미션은 아마도 서울과 수도권 주택 공급이 될 공산이 크다. 김 장관이 손수 밑그림을 그린 3기 신도시는 5곳 중 4곳의 지구 지정이 완료됐다. 이제부터는 촘촘한 교통 대책과 적절한 토지보상, 이주계획이 속도감 있게 나와야 한다. 김 장관은 3기 신도시 구상 단계부터 "지역 주민에 외면 받는 도시가 돼선 안된다"고 수차례 강조했다고 한다.
여기에 더해 국토부는 오늘(6일) 서울 도심내 7만 가구 공급 계획을 추가로 내왔다. 공교롭게도 1년 전 창릉지구 발표일과 같다. 사업성이 떨어지는 서울 재개발 사업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대신 공공임대 주택을 20% 이상 짓도록 하는 게 공급대책의 핵심이다.
국토부는 수도권 주택공급이 부족하지 않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연초 김 장관에서 "주택 공급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가 있어야 실수요자들이 안심할 것"이라며 "서울과 수도권 지역의 (주택)공급 확대에 속도를 내 주기 바란다"고 당부한 바 있다. 이번 대책이 '아파트 공급'에 목마른 서울 도심에 단비가 될 수 있을까.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성패가 최장수 장관의 손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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