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건설사 '줄도산' 직면..규제 완화해야"
올해 분양보증사고액 2637억원..전년比 웃돌아
"하자 소송남발 부담"
"임대주택사업 활성화·거래세 등 稅감면 절실"
[대담=이데일리 정수영 부장·정리=강신우 기자] “부동산규제 정책과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지역 건설업계가 ‘연쇄부도’라는 최악의 상황을 바라보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대출규제, 자금출처조사 강화, 종합부동산세율 인상 등 정부의 19번에 걸친 고강도 부동산규제정책과 올 초부터 코로나19가 대유행하면서 건설업계의 시름이 커지고 있다. 특히 지역의 중소·중견 건설업체 중심으로 위기감이 확대하는 분위기다.
박재홍(64) 대한주택건설협회(주건협) 회장은 지난 4일 서울 영등포구 대한주택건설협회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건설업계가 우려하는 목소리를 이같이 전했다. 박 회장은 “지방의 미분양 쏠림 현상이 연체료 상승,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의 금융리스크로 전이되면 지역 주택업계의 몰락과 함께 지역경제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며 “5월이 주택경기의 고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건협은 1985년 설립한 전국 중소·중견 건설업 단체로 주택사업 편의증진과 회원사 권익보호를 주 업무로 하고 있다. 현재 회원사만 7600여 곳에 이른다. 박 회장은 지난해 12월19일 취임, 전국 건설현장을 다니며 중소·중견 건설업체의 애로사항 등을 듣고 제도 개선사항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박 회장은 “미분양 물량의 90%가량이 지방에서 나오다 보니 지역 건설업체의 분양보증사고도 늘고 있고 하자 기획소송으로 피해를 입는 향토업체도 많다”며 “정부가 지방 미분양을 해소할 수 있는 보완적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해 놓고선, 이렇다 할 해법은 내놓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지방 부동산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는 차별화된 정책을 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분양 물량은 수도권에 비해 지방에 월등히 많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 3만8304호 중 수도권 4202호, 지방 3만4102호로 지방이 전체의 89%를 차지했다. 게다가 분양보증사고는 해마다 늘고 있다. 공정률 6개월 이상 지연 또는 3개월 이상 공사 중단 등을 기준으로 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연도별 분양보증사고 현황을 보면 사고금액과 총 가구수는 각각 2018년 340억3000만원·704가구, 2019년 2343억5800만원·1898가구에 이어 올해 4월까지 2637억6100만원·3234가구로 작년 보증사고 액수와 총가구 건수를 훨씬 뛰어넘었다. 사고 지역 대부분이 경남·충북·전북 등 지역권이다. 이를 방치하면 지방의 지역건설사들은 줄도산할 수 있다. 정부가 코로나19 등 상황을 고려해 주택도시보증공사의 환매조건부 미분양주택 매입 재시행과 지방 미분양주택에 대한 양도세 한시적 감면 재시행, 취득세·거래세 감면과 함께 잔금대출에 대한 여신심사 가이드 적용을 배제해 중도금 대출 전액을 잔금으로 전환해주는 조치가 절실한 시점이다.
-‘하자 기획소송’으로 인한 향토주택업체의 피해가 크다고 들었다.
△현장에서 들어보면 중소 건설사들이 꼽은 가장 큰 애로사항이 ‘하자 기획소송’이다. 주택건설현장에서는 기획 변호사들이 무조건 소송을 걸고 보자는 식의 ‘소송남발’로 주택사업자뿐 아니라 입주민들도 큰 어려움을 겪는다. 사업주체와 입주자간 협의로 해소할 수 있는 사소한 하자문제까지 소송으로 유도하고 있다.
-하자를 고치면 입주민 입장에서는 유리하지 않나?
△입주자가 승소하더라도 변호사 비용 등을 제외하고 나면 개별세대가 얻는 하자보상액은 미미한 실정이다. 또 소송완료시까지 하자가 보수되지 않은 채 생활해야 하기 때문에 이중으로 피해를 볼 수 있다.
-하자 소송남발을 방지할 방법은 있나?
△하자분쟁을 조정하는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의 역할이 더욱 활성화돼야 한다. 현재는 사업주체와 입주자 쌍방이 합의해야만 조정이 성립돼 재판상 ‘화해’의 효력을 인정하고 있다. 일정 기간 내에 이의가 없으면 당사자간 합의로 간주해 재판상 화해의 효력을 인정하는 ‘재정제도’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또 위원회를 통한 분쟁해결이 원활해지기 위해서는 지방위원회를 설치하고 사무국 인력도 확대해야 한다.
-제도적 허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자분쟁 조정의 기준이 되는 ‘하자판정기준’과 법원에서 관련 소송시 재판과정에서 참고하는 ‘건설 감정실무’의 하자내용에 차이가 있다. 건설 감정실무 내용 중 사업주체에게 불리하게 돼 있는 일부 항목을 정부가 고시한 하자판정기준과 일치시켜야 한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지방주택업체의 경영악화가 정말 심각한가.
△중소·중견주택업체는 주택사업에만 전념하고 있어 부동산시장이 침체되면 경영에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다른 산업에 비해 선투자비용이 매우 큰 주택사업 특성상 지방주택시장의 침체가 지속되면 ‘부도’라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일부 건설사들은 이미 경영난으로 주택 공사를 못하고 있는 곳도 있다.
-지방업체들 사이에 ‘이중규제’를 받고 있다는 불만도 있던데.
△맞다. 지역 주택건설업체는 사실상 이중규제를 받고 있다. 중앙정부의 부동산정책에 이어 지방에서는 지방대로 조례로 또 규제를 한다. 교육청 등에서 무리한 기부채납을 요구하는 것도 문제다. 아파트를 지을 때 의무적으로 학교용지 부담금을 따로 내는데 그 이상을 부담하고 있고 지방에서는 민간택지를 사야 하는데 도로, 하수구 등 주변 기반시설까지 사업체가 도맡아야 한다. 그에 따른 비용적 부담이 큰 것이 현실이다.
-지역 주택업체에 시급한 지원책은 어떤 것이 필요한가.
△민간건설임대주택 사업을 활성화 할 수 있게끔 장려해야 한다. 현재 역세권에 임대를 지어놔도 임대료가 월 70만~80만원씩 나오는데 그 돈 내고 청년들이 어떻게 살 수 있겠나. 임대주택을 지을 수 있게 임야를 규제에서 풀어주고 용적률도 더 올려야 한다. 건설자금 호당 융자한도액 상향, 표준건축비 현실화 등의 지원도 뒷받침돼야 한다. 주택건설공사 감리제도 개선도 시급하다. 감리자의 고의나 과실로 하자가 발생한 경우에도 감리자는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부실감리에 대해서는 손해배상 책임을 명시하는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
◇박재홍 회장은…
△1956년 전남 영광 출생 △2016년 대한주택건설협회 중앙회 감사 △2018년 호남대 토목환경공학 석·박사 △2019년 대한주택건설협회 광주·전남도회장 △現 대한주택건설협회 회장·영무건설 대표이사
강신우 (yeswhy@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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