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던 '수용성·안시성·오동평'.. "코로나19로 풍선 바람 빠졌다"

백윤미 기자 2020. 4. 21.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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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부동산 규제 이후 올해 초 무섭게 생겨났던 수도권 풍선효과가 사그라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보이는데, ‘작은 충격에도 바람 빠지기 쉽다’는 전문가들의 예측이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2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의 주택 매매심리가 연일 하락하는 가운데 올해 초 뜨거웠던 수도권 지역 아파트값도 기세가 꺾이기 시작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값은 4월 넷째 주 하락세로 돌아선 뒤 계속 하락폭이 커지고 있다. 수도권의 경우 전체 아파트값은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지난 3월 셋째주부터 5주 연속 상승폭이 둔화하고 있다. 4월 둘째 주에는 0.06% 상승하는 데 그쳤다.

특히 주목할 것은 불과 한두달 전까지만 해도 부동산 광풍이 불었던 지역에서 바람이 크게 잦아들었다는 점이다. 지난 2.20 부동산 대책으로 ‘수용성(수원·용인·성남)’ 지역이 규제로 묶이자 ‘안시성(안산·시흥·화성)’, ‘오동평(오산·동탄·평택)’, ‘김부검(김포·부천·검단)’ 등의 신조어가 양산될 정도로 인근 부동산 시장이 뜨거워졌었다.

집중 규제를 받은 ‘수용성’ 지역은 냉각현상이 뚜렷하다. 3월 들어 거래가 급격히 감소하는가 하면 평균 매매가도 다소 내렸다. 특히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수원의 아파트 거래량은 2월 5280건에서 3월 1832건으로 약 65% 급감했다.

4월 둘째 주 성남 아파트 값 상승률은 마이너스(-0.01%)로 돌아섰다. 지난 2월 둘째 주 2.04% 올랐던 수원 아파트 값은 4월 둘째 주 0.05%밖에 오르지 못했고, 용인의 상승률도 2월 셋째 주 0.75%에서 0.07%로 줄었다.

‘수용성' 지역 규제 후 생긴 이른바 ‘2차 풍선효과' 지역으로 거론되던 곳들도 상승세가 꺾이고 있다. 우선 ‘안시성’ 지역에서 하락세가 뚜렷하다. 0.72%까지 치솟았던 안산의 주간 아파트값 상승률은 최근 절반 이하인 0.30%로 떨어졌다. 역시 주간 최대 1% 대까지 폭등세를 보였던 시흥과 화성의 아파트 값 상승률은 4월 둘째 주 각각 0.24%, 0.1%로 폭삭 가라앉았다.

‘오동평'도 마찬가지다. 3월 넷째 주 1.07%까지 치솟았던 오산의 아파트값 상승률은 4월 둘째 주 10분의 1 수준인 0.10%로 떨어졌다. 상승세가 확 꺾인 동탄신도시가 있는 화성 지역뿐만 아니라 평택 역시 3월 첫째 주 0.39% 상승에서 4월 둘째 주 0.18%로 상승률이 절반 가량 줄었다.

‘김부검’ 지역도 상승세가 반토막났다. 애초에 풍선효과가 뚜렷하지 않았던 김포 아파트 값은 4월 둘째 주 0.03% 내렸다. 부천은 3월에 최대 0.40%까지 올랐지만, 4월 둘째 주에는 절반 이하인 0.16%만 올랐다. 인천 검단 지역은 최근 인천 폭등에 힘입어 최근 0.26% 오름세를 보이고 있지만, 역시 폭은 절반 수준으로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도 풍선효과의 취약성에 대해 전망한 바 있다. 갑자기 불어온 풍선효과는 바람이 빠지기 쉽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풍선효과는 시중에 돈이 넘치고 상승 기대심리가 클 때 나타나는데 강남권 초고가 아파트 값이 떨어지는 와중에 중저가 아파트만 오르는 현상이 계속 나타나긴 힘들다는 이유였다.

양지영 R&C연구소 소장은 "부동산 시장의 기대감이 크지 않아 풍선효과도 꺾이는 것"이라면서 "대규모 개발호재가 있거나 인구가 계속 유입되는 곳, 인프라가 좋은 지역 등은 대기수요가 언제나 있어 풍선효과도 어느 정도 지속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은 지역들은 거래량이 줄면서 가격도 떨어지게 된다"고 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수도권 풍선효과 지역들은 갭투자 비중이 컸는데, 소액으로 투자한 갭투자자들이 최근 주식으로 옮겨가며 더 급격하게 거래량과 가격이 빠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그는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거나 주식에서 하락장이 한번 더 올 경우 일부 갭투자 수요가 돌아올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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