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신도시 보상금' 둘러싼 세가지 쟁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월19일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에 출연해 서울 집값 상승 문제를 놓고 “보다 강력한여러 방안을 계속 강구해서 반드시 잡겠다”고 말했다. 문재인정부의 부동산규제에 대한 의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강력하다. 하지만 최근 진행되는 ‘수도권 3기신도시’ 개발은 땅값을 폭등시킬 우려가 높아 정부의 집값 안정책과 상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1차로 발표한 3기신도시 경기 남양주 왕숙지구, 하남 교산지구, 인천 계양지구의 토지보상을 내년에 시작한다. 과천은 올해 보상에 착수해 보상비 규모가 9000억원을 넘을 전망이다. 올 5월 2차로 발표한 고양 창릉지구와 부천 대장지구의 보상은 2021년 시작될 전망이다.
부동산개발정보기업 지존에 따르면 3기신도시 보상이 본격화되는 내년 사상 최대 규모인 45조원가량의 토지보상금이 집행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기존 최고기록인 2009년 4대강사업 토지보상금 34조8554억원보다 약 10조원 많다. 반면 국토교통부가 추정하는 3기신도시 토지보상금은 2021년 12조3132억원을 포함해 모두 32조3566억원이다.
막대한 규모의 토지보상금이 다시 부동산으로 흘러들어 땅값과 집값을 끌어올린다는 논리는 과거 사례에서 입증됐다. 참여정부 시절 시작된 2기신도시는 2006~2007년 60조원 가까운 토지보상금이 집행됐는데 같은 기간 동안 전국 땅값 10%, 아파트값 20%가량이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값은 32% 폭등했다.
더구나 지금은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수준인 1.25%이고 앞으로 더 내려갈 수 있는 상황이다. 부동산으로 더 많은 돈이 몰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익명의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집값을 잡기 위해 만든 신도시가 오히려 집값만 끌어올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쟁점 둘: 감정평가 기준 어떻게 해야 하나
“토지보상 업무를 수행하던 신입사원이 있었는데 어느 날 고령의 주민이 사무실로 찾아와 뺨을 때리며 ‘공기업이 서민에게 이럴 수 있느냐’고 울더군요. 알고 보니 그 노인은 100억원대 자산가였어요. LH 직원들도 정말 힘듭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토지를 수용당하는 주민 간의 싸움은 수십년째 반복됐다. LH의 공공주택용지는 ‘택지개발촉진법’에 준거해 개발된 땅이다. 1980년 정부가 도시에 주택공급을 늘리고 주거난을 해소하자는 목적에서 제정한 법이다. 저소득층에 임대주택을 지원한다는 명분 아래 시세보다 낮은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감정평가액을 산정해 보상 후 취득한다.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라 LH는 2명 이상의 감정평가사에게 가격 산정을 의뢰하고 감정평가서 최고금액은 최저금액의 110%를 초과할 수 없다. 토지보상금이 부풀려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주민들은 터전이자 생계 수단인 땅을 내주는데 보상금이 분쟁의 불씨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최근에는 정부가 감정평가액 산정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관련업계와 당국에 따르면 지난 11월8일 LH와 한국감정평가사협회는 워크숍을 열어 토지보상 감정평가 지침을 논의했다. LH는 감정평가 결과에 문제가 생길 경우 협회가 관련자를 징계할 것을 요구했는데 일종의 과대 보상을 우려한 조치로 해석된다.
정부는 토지보상금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현금 대신 택지지구 땅으로 보상하는 ‘대토 보상’을 활성화한다는 방침이다. 대토 보상은 토지보상금이 부동산을 상승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 2007년 도입됐다.
정부는 대토 보상 60% 이상 유지, 대토 보상권 전매제한 강화, 채권보상 활성화 등을 추진하지만 이런 정책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의문이다. 농사로 생계를 잇는 주민들은 택지지구 토지보다 대체 농지를 살 수 있는 현금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개발업체가 토지주들에게 수익을 보장하고 토지보상권을 사들이는 편법이 기승을 부려 당국도 골치를 앓고 있다.
대토 보상권에 대한 규제강화도 매력을 떨어뜨린다. 현재 대토 보상권은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칠 때까지 전매가 금지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대토 보상권 전매제한 규정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상정한 상태다. 개정안은 대토 보상권과 현금전환 보상권의 전매제한 위반에 대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처벌 규정을 신설했다.
개발을 기대한 투기자금이 토지보상금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경우 대토 보상을 더욱 반대할 수밖에 없다. 3기신도시 중 규모가 가장 큰 남양주는 10년 넘게 개발을 기대한 투기가 심했던 상황이다. 남양주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순수 농민뿐 아니라 개발 소식을 듣고 빌라 등에 투자한 사람이 많은데 보상금이 10분의1 수준이라는 소문이 돌아서 반대가 심한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은 상황에 과거와 같은 방식의 신도시 개발은 문제가 많다는 지적도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주택수요가 공급대비 많아서 땅을 강제수용해 공공택지를 조성하고 건설사에 땅을 제공함으로써 주택건설을 촉진한 것인데 40년 지난 지금도 같은 프로세스로 운영하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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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향 기자 me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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