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반환점]'강남·한강변·신축'..2년 반 새 15억 올랐다(종합)

지연진 2019. 11. 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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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약발 안듣는 '미친집값'
강남 주요단지 10억씩 올라
노무현 정부 웃도는 상승세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 김유리 기자] 2년 6개월 간 '기대 불로소득'만 15억원. 서울 강남의 아파트 대장주로 꼽히는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84㎡가 지난달 34억원에 실거래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전인 2017년 4월 19억원 안팎에서 거래된 이 단지는 문 대통령 취임 후 한 달 만에 1억원이 뛰었다. 자고 일어나면 아파트 가격이 올라 '미친 집값'이라는 신조어가 나오기도 했다. 아파트값 폭등의 서막이었다.

오는 9일 '임기 반환점'을 맞는 문재인 정부에서 강남 아파트 가격이 3.3㎡(평)당 1억원 시대를 맞았다. 최고가 아파트로 꼽히는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를 비롯해 강남의 주요 단지가 줄줄이 문재인 대통령 임기 절반이 지나는 동안 10억원 이상 가격이 올랐다.

6일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 114에 따르면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는 전용 58.08㎡ 기준 2017년 4월 말 14억1500만원에서 지난 달 말 25억5000만원으로 11억3500만원(80.21%) 급등했다(이하 부동산114 시세 기준). 1982년 입주한 이 단지는 재건축 막바지 단계를 진행 중이다. 10년이 안된 신축의 상황도 비슷하다.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1단지는 전용 84.97㎡ 기준 2017년 4월 말 15억7500만원에서 지난 달 말 27억2500만원으로 11억5000만원(73.02%) 뛰었다. 학군수요가 몰리는 대치동에 들어선 신축이라는 점이 급등 원인이 됐다. 10년이 갓 넘은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84.94㎡는 15억5500만원에서 2년 반 만에 24억2500만원이 됐다. '잠실 대단지'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 84.8㎡ 역시 11억5000만원에서 18억9500만원으로 64.78% 올랐다.

강북 역시 입지와 신축 대단지 효과가 맞물린 곳 중심으로 큰 폭 상승했다.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89㎡는 2017년 4월 말 8억2500만원이던 가격이 2년 반만에 13억5000만원으로 63.64% 상승했다. 입주 20년이 넘은 용산구 이촌동 한가람건영2차 전용 84.89㎡ 역시 9억7250만원에서 14억9000만원으로 50% 이상 올랐다.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 5월부터 지난달까지 서울의 아파트가격은 20.68% 뛰었다. 이는 부동산 가격이 폭등한 노무현 정부 같은기간(2003년 2월~2005년 8월) 아파트값 상승률 19.99%를 소폭 웃돈다. 특히 마포구(24.70%)와 성동구(24.41%), 용산구(22.35%) 등 이른바 '마용성'과 강남4구(강남구 23.37%, 송파구 23.98%, 서초구 18.59%, 강동구 22.71%)가 크게 올랐다. 가격 변동폭이 보수적인 한국감정원 통계를 보면 이 기간 서울 아파트가격은 11.59% 상승했다.

문재인 정부는 취임 직후부터 '집값과 전쟁'을 시작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내리막을 걷던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박근혜 정부인 2014년 8월 반등한 이후 야금야금 오르고 있었다. 그러다 문 대통령 취임 직후 가격 상승폭은 더욱 커졌다. 정부는 2017년 6월19일 부동산 대책을 시작으로 8·2 부동산 대책과 10·24 가계부채종합대책 등 굵직한 부동산 규제를 잇따라 내놨다. 이어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2018년 시행),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강화(2018년 3월) 등도 쏟아냈다. 하지만 백약이 무효했다. 규제가 나올 때마다 주춤하던 서울 집값은 매번 널뛰기를 거듭했다. 지난 한 해 동안 서울 아파트 가격은 13.56% 올랐다. 서울 강북의 주요 아파트 소형 면적대가 10억원을 속속 넘겼고 강남 중형 면적대는 30억 선을 찍기도 했다.

소방수는 고강도 대출 규제로 꼽히는 9·13 대책(2018년)이었다. 규제지역 대출을 틀어 막아 거래가 중단된 탓에 지난해 연말부터 서울 아파트 가격은 올 상반기까지 33주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김현미 국토부장관을 비롯해 여권에선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됐다"고 자화자찬했다. 하지만 지난 7월 초부터 반등한 서울 아파트 가격은 강남을 중심으로 다시 뜀박질을 시작했고, 정부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카드를 꺼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 들어 나온 부동산 대책 19개 중 11개가 규제정책"이라며 "규제는 집값을 반드시 올리게 된다"고 평가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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