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부족 불안심리 건드린 국토장관 탓?..분양가상한제, 서울 집값에 기름
규제의 역설인가, 아니면 원래 오를 집값이었나?
국토교통부가 10월 안에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령 개정에 나서겠다고 밝힌 이후 서울에서도 주택 수요가 많은 강남·서초·송파·강동구 등 ‘강남 4구’와 마포·용산·성동·광진구의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크게 뛴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의 역설’ 효과를 기대하며 주택 마련에 뛰어든 수요자들이 늘어난 것인데, 이들의 ‘불안심리’를 건드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실책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런 추세가 지속하면 올해 서울 집값도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국토부는 앞서 23일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의 적용 지역의 지정 요건과 적용 대상 등을 개선하기 위한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가 완료돼 10월 중 개정을 완료하겠다고 했다. 또 지정대상과 시기에 대해선 시행령 개정 완료 이후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결정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부처 간 협의만 된다면 10월 이후 언제라도 분양가상한제를 시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국감정원이 9월 23일 기준으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조사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서울 아파트는 한 주간 0.06% 오르면서 전주 상승률의 2배를 기록했다. 이는 작년 10월 둘째 주(0.07%)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강남(0.1%), 송파(0.1%), 서초(0.07%), 강동(0.07%), 마포(0.11%), 용산(0.06%), 성동(0.06%), 광진(0.09%) 등의 상승폭이 컸다. 특히 강남과 송파는 전주 상승률의 3배가 뛰었고, 광진과 용산 등도 2배를 기록했다. 주택 수요자가 많은 강남 4구와 이른바 마·용·성·광을 자극한 셈이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면 공급 위축 현상이 나타나면서 신축 아파트 위주로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판단한 수요자들이 몰렸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가만히 뒀으면 부동산시장 안정세가 이어질 수도 있었을 텐데 김현미 장관이 괜히 벌집을 쑤셔 공급 부족과 집값 상승이라는 불안심리를 자극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대적으로 분양가상한제 악영향을 받는 재건축 아파트도 신고가가 속출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재건축 아파트 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판단하는 수요자들이 매입에 나섰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전용 82.61㎡는 이달 17일 22억원에 매매돼 지난 6월 매매가(20억5000만원)를 경신했다. 강동구 둔촌주공 전용 79.93㎡도 이달 14억6000만원에 거래돼 넉달 전보다 8000만원이 올랐다.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전용 50.64㎡는 25억원에 거래돼 최고 기록을 경신했고, 은마아파트 전용 84㎡도 호가가 20억7000만원까지 올랐다.
국토부는 지난달 16일 "지난해 9.13 대책 이후 주택시장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며 "11월 둘째 주부터는 집값이 32주 연속 하락했으며, 상승 전환된 올해 7월 첫째 주 이후에도 주택가격 변동률은 0.03% 이내로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택시장에 심상찮은 기운이 감돌면서 전문가들은 올해 서울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내놓는다. 올해 들어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1.32% 하락했지만, 수요자들이 살고 싶은 지역은 이미 체감 상으로 지난해 가격 수준을 뛰어넘으면서 사실상 집값이 더 올랐다는 수요자 반응도 많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시중에 넘치는 유동성과 기준금리 인하 기대 등으로 서울 아파트 열기가 진정되지 않고 있다"며 "지난해 고점을 뚫을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상태가 지속하면 10월 서울 집값 상승폭이 이전보다 더 커질 것"이라고 봤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지금 상승세가 언제 꺾일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며 "다만 호가와 실거래가 차이가 지나치게 벌어진 곳은 거품이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고, 그동안 서울과 수도권 집값이 워낙 올랐던 만큼 위험 관리 차원에서 신중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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