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상한제' 경고사격 석 달..집값 또 오르고 청약만 어려워졌다

이상현 2019. 9. 2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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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포주공·둔촌주공·마포래미안푸르지오 등 신고가 경신
분양가 상한제 입법 예고 이후 서울서 분양된 단지 청약가점 14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이후 입법 예고가 종료되기까지 약 세 달의 시간이 흘렀지만, 이 기간동안 서울에서는 신고가를 경신한 단지가 속출하고 청약가점 커트라인은 기존보다 오히려 더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올해 분양가 상한제 도입 검토 이후 분양된 이수푸르지오더프레티움 모델하우스 전경. 이 단지는 평균 200대 1이 넘는 청약경쟁률을 기록하며 올해 서울 최고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단지가 됐다. <대우건설 제공>

[디지털타임스 이상현 기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이후 입법 예고가 종료되기까지 약 세 달의 시간이 흘렀지만, 이 기간동안 서울에서는 신고가를 경신한 단지가 속출하고 청약가점 커트라인은 기존보다 오히려 더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집값 안정을 위한 취지로 도입이 검토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지만 결과적으로는 부동산 시장만 들쑤신 꼴이 된 셈이다.

2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확대 적용하기 위한 40일간의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 예고가 종료됐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7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힌지 약 석 달 만이다.

결과만 놓고보면 부동산 시장에는 오히려 역효과만 남겼다.

부동산114 자료를 보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도입 검토를 밝힌 7월 이후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 변동률은 0.11%(7월19일), 0.10%(7월26일), 0.14%(8월2일), 0.09%(8월9일) 등 큰 폭의 등락없는 모습이었다.

입법예고가 시작된 이후부터는 0.02%(8월16일), -0.03%(8월23일), -0.03%(8월30일) 등 오히려 하락하기도 했지만 9월 들어서 급등했다. 이달 6일자로 0.04% 올랐던 재건축 아파트값 변동률은 20일 기준 0.21%까지 치솟았다.

실제 7~8월 기존 실거래가를 경신한 단지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개포주공1단지 전용면적 50.64㎡ 평형은 이달 5일 23억원에 실거래됐다. 기존 22억(7월22일) 실거래가 대비 40여 일 만에 1억원이 올랐다. 둔촌주공1단지 전용면적 79.93㎡ 평형도 이달 4일 14억6000만원에 실거래가가 신고됐다. 종전 14억원(8월5일) 대비 약 한달 여 만에 6000만원이 더 올랐다.

문제는 강남 재건축 단지에 국한되지 않고 서울 전역으로 신고가 경신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면적 84㎡A타입이 지난달 15억2500만원에 실거래됐다. 이 가격은 해당평형의 역대 최고 실거래이자 종전 최고 실거래가(2019년 6월, 15억)보다 2500만원 더 오른 가격이다. 분양가 상한제로 직격탄이 우려됐던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 역시 1단지 전용 79.93㎡가 이달 14억6000만원에 거래되며 직전 최고 실거래가액보다 6000만원 더 비싸게 팔렸다.

청약시장은 새 아파트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지면서 최고 당첨가점과 청약경쟁률이 치솟고 있는 상황이다.

분양가 상한제 발표 이후 서울 동작구에서 분양된 '이수 푸르지오 더프레티움'은 평균 203대 1을 기록하며 올해 지역 최고 청약경쟁률을 기록했으며, 인천 송도 더샵 센트럴파크Ⅲ도 평균 206대 1로 올해 인천지역 최고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당첨문턱도 높아졌다. 입법예고 이후 서울에 분양된 송파 시그니처 롯데캐슬, 서대문 푸르지오 센트럴파크, 이수 푸르지오 더 프레티움 등 3개 단지의 평균 당첨가점은 62.9점으로 나타났다. 분양가 상한제 입법 예고 적전까지 분양된 32개 단지의 평균 당첨가점이 48.9점인 것을 감안하면 약 14점 가량 상승했다. 최저당첨가점 역시 35.8점에서 47.6점으로 10점 가까이 뛰었다.

여기에 소급적용 여부를 놓고 재건축 조합원들의 반발도 거셌다. 실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기간 동안, 총 4949명이 관리처분인가 단계 사업 적용 제외, 218명이 소규모 사업 적용 제외 등을 요구하며 국토교통부에 반대의견을 남겼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은 심리저인 요인이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은데, 분양가 상한제가 전반적으로 불안감을 키운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정부부처간 분양가 상한제 도입 시기를 놓고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점도 집값 불안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부동산114 관계자는 "당초 10월로 예상됐던 분양가상한제 시행 시점이 미뤄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었던 서울 주요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이 다시 오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현기자 ishs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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