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상한제, 전국 31개 투기과열지구로 확대
민간택지 대상… 이르면 10월부터 전국 투기과열지구에 적용
“분양가, 시세 70%로 하락 기대”속 “재산권 침해” 비판도
정부가 최근 상승세로 돌아선 집값을 잡기 위해 결국 분양가상한제 확대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르면 오는 10월부터 서울 전역 등 전국 31곳의 ‘투기과열지구’ 내 민간택지에 짓는 아파트에도 분양가 상한선이 적용된다. 이미 사업 단계에 들어선 재건축ㆍ재개발 단지에도 분양가상한제 적용 시점 기준을 넓혀 분양가상한제 대상에 포함시켰다. 또 이른바 ‘로또 분양’을 막기 위해 분양 받은 아파트의 전매제한 기간도 최고 10년까지로 대폭 늘리고, 최장 5년의 거주의무기간도 부여하기로 했다.
정부의 이번 대책은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 재건축 아파트의 높은 분양가가 전체 부동산 과열을 촉발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효과에 대한 의문과 함께, 사유재산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도 시장에 미칠 충격을 감안한 듯, 실제 적용 지역과 시점에는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며 여지를 남겼다.
◇31개 투기과열지구 모두 분양가상한제 사정권
국토교통부는 12일 더불어민주당과의 당정 협의를 거쳐 이 같은 내용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기준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개선안을 담은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은 오는 14일부터 다음달 20일까지 입법 예고되고, 이후 국무회의 등을 거쳐 이르면 10월 초 공포ㆍ시행될 예정이다.
정부안에 따르면, 우선 민간택지를 분양가상한제 대상으로 지정할 수 있는 요건이 완화된다. 지금은 특정 지역에서 “3개월간 주택가격 상승률이 그 지역이 포함된 시ㆍ도 물가 상승률의 2배를 넘어야” 분양가상한제 적용이 가능하지만, 앞으로는 ‘투기과열지구’라면 적용이 가능해 진다. 현재 투기과열지구는 서울시 25개 구 전체와 경기 과천시ㆍ광명시ㆍ하남시ㆍ성남 분당구, 대구 수성구, 세종시 등 전국 31곳이다.
나머지 3가지 ‘선택적 요건’(△최근 1년 분양가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의 2배 초과 △최근 3개월 주택매매량이 전년동기대비 20% 이상 증가 △직전 2개월 월평균 청약 경쟁률이 5대 1 초과 또는 국민주택규모 주택 청약경쟁률이 10대 1 초과)은 사실상 그대로 유지된다.
이럴 경우, 전국 대부분의 투기과열지구는 모두 분양가상한제 적용 대상이 될 전망이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올 6, 7월 서울 지역 평균 청약경쟁률은 각각 12.42대 1, 18.13대 1로 두 달 연속 10대 1을 넘었다. 6월말 기준 최근 1년간 서울의 민간 아파트 분양가는 전년 동월 대비 21.02% 올라 분양가 상승률 요건도 갖췄다.
◇”서울 강남 분양가, 현재의 절반까지 낮아질 수도”
국토부는 이번 대책으로 “분양가가 현 시세의 70∼80% 수준까지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현재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해 분양가를 간접 통제하고 있는 강남권 재건축 단지는, 앞으로 분양가가 HUG 기준보다 10∼20% 더 하락하면 주변 시세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이와 함께 분양가상한제 지정 효력이 발생하는 시점도 앞당겼다. 현재 재건축ㆍ재개발 사업은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한 단지’부터 분양가상한제 대상이 되지만 앞으로는 ‘최초 입주자 모집 승인을 신청한 단지’부터 적용하도록 했다. 후분양 방식을 통해 정부의 고분양가 관리를 피하는 사례를 막기 위한 조치다.
서울의 신규분양 아파트는 대부분 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통해 이뤄진다는 점에서 이번 개정안은 사실상 정비사업 규제나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결국 서울 신규 아파트 공급이 중단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서울의 아파트 공급 문이 차단된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현재 서울에서 추진되는 주택 정비사업 규모는 381개 단지, 29만4,000가구다. 이 가운데 이미 착공 단계에 있는 85개 단지(6만9,000가구)를 뺀 나머지 296개 단지(22만5,000가구)가 앞으로 분양가상한제 대상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실제 적용 지역ㆍ시점은 유동적
정부는 분양 당첨으로 막대한 시세 차익을 얻는 ‘로또 분양’ 등 부작용을 막기 위해 전매제한 기간을 현재 3∼4년에서 5~10년까지로 늘리기로 했다. 현재 수도권 공공분양 주택에 적용되는 최대 5년의 거주 의무기간을 올해 중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주택에도 도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민간택지 아파트에 거주 의무와 전매제한을 두는 것이 지나친 사유재산 침해라는 비판도 나온다.
다만 향후 분양가상한제의 실제 적용 지역과 시점은 정부의 의중에 따라 조절될 전망이다. 개정 시행령이 발표되어도, 구체적인 적용 계획은 주거정책심의위원회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실제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오늘 발표는 적용 요건 완화 절차에 돌입하겠다는 1단계 조치”라며 “부동산이나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해 실제 적용하는 2단계 조치는 관계부처 간 별도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분양가상한제는 나름의 단점도 있다"며 "별도의 협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명백히 한다”고 강조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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