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감소는 집값 하락에 직격탄?.."변수 많고, 지역마다 달라"
최근 통계청이 10년 뒤 우리나라 인구가 정점을 찍은 후 줄어들며 2044년부터는 세종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인구가 감소한다는 전망을 내놨다. 인구 감소에 따른 부동산 폭락은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일까?
온라인에서는 ‘인구감소 영향으로 중장기적으로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는 주장과 ‘인구감소는 집값 하락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며, 집값은 오를 것’이라는 주장이 맞섰다. 전문가들의 진단과 전망도 분분하다.
◇"일본처럼 인구 감소하면 부동산 버블 붕괴" 먼저 서울, 대구, 부산 등 주요 도시의 인구가 감소해 부동산 수요가 위축되면서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 근거로는 일본이 거론된다. 일본은 1991~1992년 부동산 거품이 꺼진 뒤 생산가능인구 비중이 줄고 단카이세대가 은퇴하면서 집값이 장기간 하락했다. 1992~2016년까지 일본 주택가격의 누적 하락률은 53%에 달한 것으로 보고됐다. 일본과 유사한 인구변화 흐름을 보이는 우리나라가 집값도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인구 감소에 따른 집값 거품 논쟁은 과거에도 있었다.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장은 2013년 보고서를 통해 "향후 주택시장은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에 큰 영향을 받게 돼 있다"며 "주택수요 연령대(35~54세) 인구의 꾸준한 감소는 국내 주택시장을 지속적인 장기침체로 몰고 가는 압력이 될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유튜브를 통해서도 집값 하락론을 펼쳤다.
지난 5일 한국감정원의 집계에서 서울 아파트 가격이 34주 만에 상승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기관 통계에서는 지난 달 중순부터 감지됐다. 이에 집값이 바닥을 치고 다시 오를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자 반론을 낸 것이다.
선 소장은 "기술적인 반등에 불과하다"며 "집값이 오르려면 거래가 늘어야 하는데 작년 9∙13대책 이후 추가 매수가 일어나지 않고 있어 집값 상승이 지속되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는 "저금리 기조라 집값이 폭락 또는 급락할 가능성은 적으나 시장 경기와 소득수준 등을 고려할 때 집값 하락세가 금방 멈추고 다시 가격이 오르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또 그는 "최근 4~5년 집값은 주택담보대출의 힘으로 밀어올린 것으로, 그 탓에 가계 부채가 폭등했다"며 2014년 최경환 전 부총리의 부동산 부양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인구 외에도 변수 다양…오를 곳은 오른다" 우리나라 경제 여건과 주택수급 상황, 아파트 비중 등 여러 변수를 고려하면 일본과는 차이가 있고, 서울 등 주요 도시의 집값 상승 가능성이 더 크다는 주장도 나온다.
홍춘욱 박사(전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는 "독일은 1990년부터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했지만 최근 세계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올랐다"며 " 베를린, 함부르크, 프랑크푸르트, 뮌헨 등 대형 지식산업 중심지로 사람이 몰리면서 이 지역 집값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시장에는 다양한 변수가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인구 구조 변화로 인기 지역에만 사람이 몰리면서 한쪽은 가격이 크게 오르고, 한쪽은 폭락을 맞는 지역 간 집값 양극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국은행은 ‘고령화가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에서 수요가 적은 지방에서는 빈집이 증가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보고서는 "사업성이 낮은 신도시·지방 소재 주택은 재건축 및 재개발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 빈집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전체 인구가 감소하더라도 1~2인 가구가 늘면서 주택 수요를 뒷받침하게 된다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고령 1∼2인 가구가 늘어나고 은퇴 후 주택자산 유동화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이들의 선호에 부합하는 중소형(85㎡ 이하) 주택을 찾는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1980년대부터 인구 감소를 겪은 선진국의 경우 대도시는 집값이 안 빠졌다"며 "사람들이 대도시로 쏠리고, 구매력 있는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지역 집값은 상승한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IMF와 같은 경제 위기가 오면 집값이 하락할 수 있겠지만, 인구 감소만 놓고 집값 하락을 얘기하는 건 섣부른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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