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서 집사기 어렵네..주택구입비 연소득의 6.9배

정병묵 2019. 5. 16.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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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2018년 주거실태조사 결과 발표
수도권 주택구입비, 연소득의 6.9배로 증가
생애최초 주택구입시기도 7.1년으로 늘어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 비중은 5.7%로 ↓

[이데일리 정병묵·박민·경계영 기자] 서울 등 수도권에서는 집 사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생애 처음으로 내 집을 마련하는 기간도 7년 이상으로 늘어나는 등 주택 실수요자들의 시름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1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기준 수도권 주택구입가격은 가계 연소득의 6.9배로 1년 전(6.7배)보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가 지난해 6~12월 표본주택 6만가구를 대상으로 주거실태를 조사한 결과다. 결혼한 세대가 생애 처음으로 집을 사는 기간도 처음으로 7년 이상으로 길어졌다.

다만 전·월세 시장 안정세로 임차가구의 RIR(월소득 대비 월 임대료 비중)은 2017년 17%에서 2018년 15.5%로 감소하는 등 주거비 부담은 완화됐다. 최저 주거기준 미달가구 비중도 2017년 5.9%에서 5.7%로 줄었고, 1인당 주거면적은 같은 기간 31.2㎡에서 31.7㎡로 소폭 증가했다.

이명섭 국토부 주택정책과장은 “2017년 주거복지로드맵, 작년 신혼부부·청년 주거지원방안 등을 통해 청년·신혼부부 맞춤형 주거지원이 강화되면서 신혼부부 자가점유율이 48%까지 매우 큰폭으로 늘었다”고 자평했다.

서울 빌라와 주택이 밀집한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일대. 사진=연합뉴스
◇평균의 착시…수도권·광역시 내집마련 더 어려워

지난해 수도권과 광역시에서는 주택가격이 소득에 비해 큰 폭으로 오르면서 집 사기가 더 어려워졌다. 전국 6만1000여가구의 소득과 주택가격을 규모 순으로 나란히 세운 후 가운데 위치한 중간값을 토대로 산정한 연소득 대비 주택구입가격 배수(PIR)는 5.5배로 전년(5.6배)보다 소폭 내려갔다. 연소득 중간값인 가구가 전국에서 중앙값인 주택을 살 때 5.5년 걸린다는 얘기다.

전국을 기준으로 내 집 마련이 상대적으로 수월하다고 볼 수 있지만 지방 부동산시장이 침체돼 ‘평균의 착시’ 현상이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실제 도 지역 PIR이 2017년 4.0배에서 지난해 3.6배로 뚝 떨어지는 동안 수도권 PIR은 6.7배에서 6.9배로 뛰었다. 광역시 역시 PIR이 같은 기간 5.5배에서 5.6배로 높아졌다. 수도권과 광역시에서는 내 집을 마련하기가 그만큼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수도권 PIR은 2016·2017년 6.7배로 떨어졌다가 3년 만에 올랐고 광역시 PIR도 3년 연속 상승하며 10년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월평균 가구소득은 460만6125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444만5156원)보다 3.60% 올랐다. 그러나 같은 기간 한국감정원 집계 평균 주택 매매가격은 2017년 2억7898만원에서 지난해 2억8945만원으로 3.75% 올랐다. 소득의 오름폭보다 집값 상승폭이 더 컸던 것이다.

중간값이 아닌 평균값을 기준으로 구한 PIR은 전국 6.7배로 전년(6.4배) 대비 오히려 올랐다. △수도권 7.9배→8.6배 △광역시 등 5.8배→6.2배 △도 지역 4.5배 유지 등 전반적으로 오름세를 나타냈다. 특히 생애 첫 내 집을 마련하기까지 기간은 7.1년 걸리는 것으로 집계됐다. 생애 첫 내 집 마련 소요 연수는 2010년 8.5년까지 치솟았다가 2012년 8.0년→2014년 6.9년→2016년 6.7년 등으로 내림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2017년 6.8년→지난해 7.1년으로 2년 연속 늘어났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생애최초 주택구입자’ 대출 등 풀어 줘야

주택가격이 연 소득 최대 7배에 이르다보니 대출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신혼부부 가운데 자가가구의 PIR은 2017년 5.2배에서 지난해 5.3배로 늘었고, 임대료·대출금 상환이 부담된다는 응답률도 같은 기간 78.3%에서 82.7%로 많아졌다.

실수요자들은 정부의 주거 지원 정책 중 ‘주택구입자금 대출 지원’이 가장 필요하다고 봤다. 소득보다 집값이 더 큰 폭으로 뛰면서 대출 지원 없이는 내집마련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주택 수요자들은 가장 필요한 주거지원 프로그램으로 ‘주택구입자금 대출 지원(31.7%)’을 1순위로 꼽았다. 이어 ‘전세자금 대출지원’(18.8%)과 ‘장기공공임대주택 공급(13.6%)’ 등의 순으로 주거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주거대책이 지금까지 신혼부부와 주거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이뤄졌지만, 어느 정도 성과가 나온 만큼 중위소득 계층을 위한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서울 수도권 집값이 급격히 뛴 상태에서 오히려 중위 소득 계층이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내 집 마련이 점점 더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주거실태 조사를 하는 이유는 다양한 계층의 주거를 더 낫게 하기 위한 것인데 아무래도 정부 정책이 저출산, 고령화, 청년 주거비 감면쪽으로 맞춰져 있다 보니 소득이 중간쯤 되는 실소유자들이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고 봤다. 함 랩장은 또 “중간에 낀 계층의 경우 정말 주택이 필요한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를 대상으로 대출 규제를 완화해 실제 자가를 보유하는 이들의 규모를 늘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병묵 (honnez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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