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청년 주거복지 집중..'역차별' 우려도
1인가구와 노인층 지원책 미흡.."형평성 보완해야"
(세종=뉴스1) 김희준 기자 = 문재인 정부의 주거복지 정책은 공적임대주택 공급 활성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신혼부부와 청년층에 집중된 정책과 재산권 제한 등은 또다른 소외층을 양산할 수 가능성도 제기된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6개월만인 지난 2017년 11월 주거복지 로드맵을 발표했다. 공공임대주택 등 공적임대주택을 확대해 집주인을 중심으로 한 주택정책이 아닌 주거취약층의 주거복지에 집중하겠다는 게 로드맵의 핵심이었다.
그 결과 지난해엔 공공임대주택 14만8000가구, 공공지원 임대주택 4만6000가구 등 19만4000가구가 공급됐다. 대상별로는 청년 3만7000가구, 신혼부부 3만가구, 저소득·취약계층 11만3000가구, 고령자 1만4000가구 등이다.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면서 주거급여 수급자는 2017년 81만가구에서 지난해 94만가구로 늘었다. 가구당 지원금액도 11만7000원에서 12만9000원으로 늘렸다. 올핸 소득 기준을 완화해 주거급여 수급 대상을 100만가구에게 공급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내 집 마련을 위한 디딤돌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인 버팀목 대출 등을 통해선 약 22조원의 주택도시기금이 25만8000가구에 저금리로 지원됐다. 특히 신혼희망타운을 분양하며 신혼부부 전용 대출을 출시해 9만6000쌍의 신혼부부에게 10조3000억원을 지원했다.
◇신혼·청년에 집중…1인가구·고령층 소외 지난해 7월 내놓은 청년우대형 청약통장은 현재 17만3000만명이 가입했다.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 3만명은 임차 보증금 융자로 총 2조1000억원을 지원받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서민주거 안전을 위해 올해도 공공주택과 공공지원 임대주택 등 총 20만5000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라며 "신혼부부와 청년 등 세대별 맞춤지원도 강화할 방침"이라고 했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에서는 신혼부부와 청년들의 주거지원방안에 유독 집중하는 모습이다. 신혼부부 지원대상은 60만가구에서 88만가구로, 청년은 56만5000가구에서 75만가구로 늘렸고, 시세의 70%로 공급되는 신혼희망타운 공급 확대를 비롯해 청년 주택금융지원 상품도 7개나 된다.
특히 신혼부부는 디딤돌대출에서 대출 소득요건을 6000만원 이하에서 7000만원 이하로 완화하고 대출한도도 2억원에서 2억2000만원으로 확대했다. 자녀우대 금리도 도입해 3자녀를 가진 부부가 디딤돌 대출을 받으면 연 1.75% 금리가 적용된다.
반면 1인 가구나 중장년, 노년층에 대한 주거지원대책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해 2월 발표된 '주택도시기금 운용계획 변경안'은 30세 이상 1인가구(단독가구)의 디딤돌대출 한도를 2억원에서 오히려 1억5000만원으로 줄였다. 대출 가능한 주택가격도 5억원에서 3억원으로 줄이고, 면적도 전용 85㎡ 이하에서 60㎡ 이하로 낮췄다. 주거사다리 정책을 표방한 주거복지로드맵에서도 중장년층과 노년층 지원책은 없다.
이 때문에 '세대별·소득별 맞춤형 주거정책'을 약속했던 문재인 정부의 주거정책이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것 아니냐고 지적도 나온다. 한정된 정부재원을 신혼부부와 청년주거에 집중하면서 정작 노년층과 중년층의 주거취약 문제는 뒷전이 돼 버렸다는 것이다.
◇주거안정 세입자 늘었지만…임대사업자 한숨
다주택자의 투기수요를 민간임대업으로 유도하고 세입자의 주거안정을 지원하기 위해 추진 중인 임대사업자 등록도 명암이 교차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17년 '임대등록 활성화 방안'을 통해 주택 보유자가 4년 또는 8년 임대주택을 등록하면 취득세와 재산세, 임대소득세, 양도세, 종부세 등 5가지 세금을 감면해주기로 했다. 그 결과 임대사업자로 등록된 민간임대주택은 2017년 98만가구에서 올 3월 139만9000가구로 42.8% 늘었다. 그만큼 세입자들은 안정적인 임대료와 장기 주거를 보장받은 셈이다.
하지만 임대사업자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올 1월 발표된 임대등록 관리 강화방안에 따르면 의무를 위반하는 임대사업자의 과태료는 1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5배 늘었다. 연 5% 임대료 인상 상한선을 지키지 못하면 부과되는 과태료도 1000만원에서 3000만원까지 올렸다. 정부 안팎에선 임대등록을 바탕으로 전월세 상한제는 물론 전·월세 신고제 도입 가능성도 높다고 보고 있다. 그만큼 집주인인 임대사업자에 내려지는 규제와 제한은 강화된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정부 정책에 따라 임대등록을 한 다주택자들은 혜택이 줄고 무거운 의무만 늘어난 셈"이라며 "토끼몰이하듯 등록사업자를 늘려놓고 정책이 달라지면 앞으로 정부를 어떻게 신뢰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정부의 전폭적인 주거복지 정책은 그동안 주택에 집중됐던 정책을 주거안정의 패러다임으로 바꾼 좋은 계기가 됐다"며 "다만 이제는 계층과 주택의 유무를 떠나 모두가 고루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형평성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h991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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