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임대주택 지원서도 소외된 '주거 빈곤층'
[경향신문] ㆍ2013~15년 도시주택기금, 분양전환임대는 늘리고 장기임대는 깎아
ㆍ“정부, 표 의식해 중산층 위한 정책 집중…취약층 제대로 지원 못해”
‘주거복지 수요에 따른 임대주택 우선공급, 주거비 우선지원을 통해 주거취약계층의 주거수준이 향상되도록 할 것.’ 이는 2015년 12월 제정된 주거기본법 3조 ‘주거정책의 기본원칙’ 2항에 나오는 내용이다.
하지만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 화재에서 드러났듯이 주거취약계층에 대한 주거지원은 여전히 미흡하다. 주거정책이 그간 주거취약계층 지원보다 주택 구입이 가능한 계층의 자가 소유욕 충족, 경기 부양 등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주거취약계층이 주거정책에서 소외된 대표적 사례는 공공임대주택이다. 지난해 3월 감사원의 ‘취약계층 주거 공급 및 관리실태 감사보고서’를 보면 국토교통부는 2013~2015년 분양전환임대주택에 주택도시기금 7조2000억원을 배정했다.
당초 계획된 5조7000억원보다 1조5000억원 많은 규모다. 반면 국민임대주택에는 계획했던 6조3000여억원의 49% 수준인 3조1000억원만 배정했다. 감사원은 국토부가 국민임대주택 건설 승인 물량 5만3271호를 공공분양주택, 분양전환임대주택 등으로 전환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당시 영구임대주택 공급물량을 확대해 8만5002가구에 이르는 입주 대기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분양전환임대주택은 공공임대주택으로 짓지만 5년, 10년 뒤 분양전환되는 주택이다. 정부는 분양전환임대주택의 도입 목적을 소득 5~6분위의 ‘내집 마련 촉진’으로 규정하고 있다. 반면 20년 이상 거주가 가능한 국민임대주택은 소득 2~4분위 주거취약계층의 주거안전망 확충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장기공공임대주택은 주변 주민들의 반대 등으로 사업 시행이 늦어지면서 기금 집행이 덜 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장기공공임대주택 확충이 늦어지면서 주거급여 수급자들은 열악한 주거환경에 내몰리고 있다. 올해 10월 기준 주거급여 수급가구는 100만9994가구이며 장기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수급가구는 26.6%에 불과하다.
주거복지를 위해 쓰여야 하는 주택도시기금도 주거복지에 배분되지 않고 있다. 2017년의 경우 주택분야 주택도시기금 21조1198억원 중 분양주택·구입전세자금 지원 융자가 7조9500억원으로 비중(37.6%)이 가장 높았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영구임대주택에 투입된 기금이 2013년 2246억원에서 지속적으로 감소해 2017년 680억원까지 줄었다. 국민임대주택에는 2013년 1조4638억원이 투입됐으나 2017년에는 6187억원으로 감소했다.
문재인 정부의 내년 주택도시기금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내년 주택도시기금 중 임대주택에 쓰이는 14조2007억원 중 최소 30년 이상 운영되는 공공임대주택에는 28%만 배정됐다. 반면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높거나 운영기간이 5~10년에 불과해 공공성이 떨어지는 민간임대주택(17.8%), 분양전환주택(12.5%)에 투입되는 기금은 30%를 넘어선다.
지난해 12월 국토부가 ‘주거복지 로드맵’을 발표한 뒤 열린 ‘주거복지 로드맵에 담겨야 할 쪽방 대책’ 토론회에서는 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의 문제점이 지적됐다. 국토부 지침을 보면 전세·매입임대주택 전체 물량의 15%를 주거취약계층용으로 공급하도록 하고 있다. 매해 전세·매입임대주택은 4만호가량 공급되는데, 2008년부터 10년간 주거취약계층에게 공급된 양은 6819호에 불과했다. 이동현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는 “예산은 한정돼 있는 현실적 한계 속에서 국가가 주거소외계층을 외면한 대표적인 예”라고 말했다.
주거취약계층에 대한 무관심은 최근 이 계층이 주로 거주하는 고시원 등 주거지가 외형은 깨끗해 ‘주거 빈곤층’이 시야에 잘 들어오지 않고, 이들이 선거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화제가 난 서울 국일고시원도 외관상으로는 허름하지 않았다. 서울의 주요 쪽방촌 지역도 대형 빌딩에 가려져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지고 있다. 김태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정부가 표를 의식, 중산층을 위한 주거정책에 집중하면서 취약계층 지원책 마련에는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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