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양극화①] 文정부 임대주택, 넘어야 할 '두 개의 산'

류정민 2017. 12. 30.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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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주택 최대 30개월까지 대기해야 하는데..6개월 이상 비어 있는 임대주택 전국 1만 가구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공공임대주택에는 청년을 위한 공방 등 창업공간, 신혼부부를 위한 국공립어린이집 등 육아 특화시설, 고령자를 위한 의료·복지시설 등이 적극 설치되도록 할 것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1일 경기도 성남 임대주택 단지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함께 ‘주거복지 행복플랫폼 출범식’을 열고 이렇게 말했다.

임대주택은 문재인 정부 주거복지로드맵의 근간이다. 집 없는 서민의 주거 고민을 덜어주겠다는 대원칙, 문재인 정부의 주거정책의 출발점이다.

특히 김 장관은 “공적주택 100만 가구 등 주거복지 로드맵은 국민과의 약속이므로,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현장도 직접 챙겨서 차질 없이 이행하겠다”고 다짐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김 장관은 국토부 첫 여성 장관이자 문재인 대통령과 남다른 인연을 지닌 인물이다. 국토부 정책에 힘이 실릴 것이란 관측도 이 때문이다. 국토부가 주거복지 정책 구상을 현실로 구현한다면 문재인 정부는 탄탄한 국정동력을 토대로 순항할 수 있다.

문제는 주거라는 테마가 성과를 내기 쉽지 않은 대상이라는 점이다. 역대 정부는 정책의 내용과 방향은 일부 달랐지만 주거 안정화라는 정책 목표는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부동산의 본질적인 특성 때문에 성과를 내기 쉽지 않았다.

재산증식 수단이 마땅치 않은 현실에서 부동산은 재산목록 1순위가 될 수밖에 없었다. 집을 가진 이들은 물론 집이 없는 사람도 부동산을 통해 재산을 불리고 재산을 유지하는데 관심을 보이는 이유다.

전세 중심의 임대 구조가 흔들리면서 세입자들은 월세, 반전세에 따른 임대료 부담이 만만치 않았다. 매달 나가는 월세 부담에 생활비까지 재산을 모으기 어려운 구조가 이어졌다. 임대주택(공공임대+공공지원민간임대)는 이런 이들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수단으로 떠올랐다.

거액의 내 집 마련 비용을 충당하지 못하는 이들도 안심하고 주거 생활을 영위하는 시스템을 정부가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임대주택에 사는 이들도 내 집 마련의 꿈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남들은 부동산으로 돈을 버는 상황에서 본인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불안감도 없지 않다. 정부는 이런 심리적 요인과 정책적 지향성을 고려해서 임대주택의 큰 그림을 그려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는 얘기다.

문재인 정부가 힘을 불어넣는 임대주택 정책이 원하는 방향으로 성과를 내려면 두 개의 산을 넘어야 한다. 핵심은 임대주택의 딜레마다.

임대주택은 입주를 희망하는 이들이 차고 넘친다. 올해 6월 말 현재 영구임대주택 입주를 기다리며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이들은 2만4574명이다. 입주 희망자의 평균 대기기간은 15개월에 이른다.

충북은 5개월, 대구와 경남은 6개월 정도를 대기해야 한다. 그런데 인천은 30개월, 경기도 15개월, 서울 11개월 등 10~30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곳도 있다. 길게는 2년 반이 넘도록 대기해야 임대주택 차례가 온다는 얘기다.

임대주택이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는 것은 분명하다. 임대주택 확대의 필요성이 요구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숫자의 함정’에 빠질 경우 정책의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서울 수서 LH 더스마티움에 마련된 신혼희망타운 견본주택을 둘러보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예를 들어 100만 가구의 공적주택을 공급할 경우 임대주택 수요를 채울 수 있을까.

두 번째 고민은 임대주택 공실 문제다. "임대주택 중 최장기 공실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해봤더니 4580일, 13년 동안 비어 있는 곳도 있었다."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국정감사 때 공개한 내용이다. 문제의 임대주택은 서울 관악구에 있는 주택이었다. 방의 구조와 주거환경 문제 때문에 사람이 찾지 않는 방치된 공간이 돼 버렸다.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8월 말 현재 전국에 6개월 이상 비어 있는 임대주택은 9984가구(1.20%)로 조사됐다. 경북(3.10%), 충남(2.99%), 전북(2.78%), 전남(2.59%), 대전(2.52%) 등은 임대주택 공가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임대주택 유형에 따른 차이도 적지 않았다. 신축 다세대 주택은 8.82%, 행복주택은 6.75%의 공가율을 기록했다. 반면 국민임대는 0.76%, 영구임대는 1.08% 수준이었다.

행복주택은 박근혜 정부 시절 공을 들였던 주거 정책이다. 주거 수요가 많은 도심 지역에 시세보다 20~40% 저렴한 가격으로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구상은 의미 있는 성과로 이어질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전용면적이 작은 임대주택 위주로 공급하면서 실수요층의 외면을 받고 있다.

임대주택 정책의 연착륙을 위해서는 국토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협업이 중요하다. LH가 공공임대주택 공급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도록 제도 정비도 이어져야 한다. 임대주택을 원하는 사람은 많지만 전국 곳곳에 비어 있는 임대주택이 적지 않은 모순된 상황을 풀어야 정책의 연착륙을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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