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맞물린 日부동산 붕괴, 정말 '남의 일'일까

뉴시스 2017. 7. 30.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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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전철을 되풀이할 것인가.'

올들어 인구 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줄기 시작하면서 이미 1990년대초 부동산 시장이 붕괴, 오랫동안 제로 성장에 빠진 일본을 떠올리며 많은 사람들이 제기하는 화두이다. 실제 모든 게 똑같다고 말할 수 없지만 2017년의 한국과 1992년의 일본은 공통점도 상당하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행은 최근 한국은 일본과 같은 부동산 버블 붕괴가 없을 것이라고 분석, 관심을 끌고 있다. 간단히 요약하면 일본만큼 부동산 버블도 끼여있지 않고, 주택개발방식과 선호주택 형태도 크게 다르기 때문이라는 것인데, 논란이 없을 수 없다.

일본만큼 버블은 없다고 해도, 고령화의 속도는 우리가 더 빠르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큰 틀에서 일본의 패턴을 따를 것이라는 견해와, 장기간에 걸쳐 천천히 나타나는 고령화의 효과를 볼 때 부동산 붕괴론은 여전히 과장됐다는 반론이 팽팽하다.

한국은 정말 안전할까? 가계마다 막대한 부채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저금리 시대가 끝나가고 있고, 시골로 갈수록 빈집이 늘어가고 있는데, '부동산 붕괴는 없다'는 말을 믿어도 될까? 우리나라는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13.8%(통계청 2017년 4월 기준)로 고령사회(14%)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노동력이 줄면 소비와 생산이 동시에 감소해 경제는 직격탄을 맞을 수 밖에 없다. 한국은행은 노동인구 투입이 이런 추세로 줄어든다면 20년 뒤인 2036년을 넘어서면 경제성장률이 0%가 된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28일 한 포럼에서 "잠재성장률이 2.8~2.9%로 하락한 데는 노동생산성 증가율 둔화가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급속한 인구고령화는 미래 성장잠재력을 급락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인구고령화는 경제성장은 물론 인플레이션, 경상수지, 재정 등 거시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부동산 시장도 예외일 순 없다. 저출산·기대수명 연장에 따른 인구고령화는 은퇴계층의 소득감소, 고령 1∼2인 가구 증가, 주택매입 주 연령층 감소 등의 경로를 통해 주택시장의 구조변화를 유발한다.

무엇보다 은퇴에 따른 소득감소는 주택처분, 역모기지 등 자산유동화 필요성을 증가시켜 주택수요 증가세를 둔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특히 우리나라는 2020년부터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생)가 고령층(65세 이상)에 대거 진입함에 따라 인구고령화로 인한 주택수요 구조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가 진행된 일본에선 1990년대 초반 생산가능인구(15~64세) 감소에 부동산 버블 붕괴가 맞물리면서 장기간 주택가격 하락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이 때문에 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를 보이고 있는 우리나라가 일본처럼 집값 폭락 사태를 겪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한국은행 "일본과 세가지 상황 다르다"

일본에선 1990년대 초반 생산가능인구 비중이 줄고 단카이 세대(團塊: 1948년 전후 출생자,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는 시기에 부동산 버블이 꺼지면서 집값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1992년부터 2016년까지 일본 주택가격의 누적 하락률은 53%에 달했다.

우리나라도 생산가능인구가 2017년 정점을 찍고 내년부터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은 일본처럼 급격하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크게 세 가지 점에서 한국과 일본의 상황이 다르다고 봤다. 우선 일본 부동산 폭락 초기와 비교했을 때 한국 부동산 시장 상승률이 일본만큼 가파르지 않다는 것이다. 일본은 버블 붕괴 직전인 1986~90년 동안 6대 대도시의 연평균 주택지가 상승률이 22.1%에 달했다.

또 한국의 주택공급량이 당시 일본처럼 높은 수준이 아니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일본은 주택공급량이 크게 늘어났고 이는 주택시장 침체를 부추겼다. 한국은 대규모 택지개발보다 기존 주거지 정비사업(재건축·재개발) 위주의 주택공급 정책을 펼치고 있다. 재건축·재개발은 기존 주택을 없애고 새 주택을 공급하는 방식이어서 대규모 택지개발 방식에 비해 순공급량이 많지 않다.

또 다른 차이점은 일본은 단독주택 비중이 높은 데 비해 우리나라는 아파트 비중이 높다는 것이다. 일본은 목조 단독주택이 많아 거래량이 부족한 데 비해 우리나라는 아파트가 많아 거래가 훨씬 활발한 편이다. 오강현 한은 과장은 "베이비붐 세대를 중심으로 고령가구의 주택처분이 단기에 집중될 경우 주택가격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겠지만 거시경제 여건, 주택공급 조절, 높은 아파트 비중 등을 감안하면 그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인구 고령화가 중장기적으로 주택수요 증가세를 둔화시키겠지만 그 정도는 매우 완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1992년, 한국 2017년 닮은 점은?

한국과 일본 부동산 시장은 닮은 점도 많다. 우선 1980년대 후반 일본의 부동산 가격 급등과 우리나라의 최근 부동산 급등 풍경이 비슷하다. 한국과 일본 모두 경기를 회복시키기 위해 금융완화 정책을 강력하게 펼친 시기 부동산 버블이 형성됐다. 두 나라 모두 상당기간 이어진 저금리를 기반으로 부채형 부동산 활황이 나타난 것이다.

일본은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저임금을 기반으로 하는 수출주도형 경제를 갖고 있었다. 저임금에 따른 일본의 대미무역 흑자는 통상마찰의 빌미가 됐다. 미국은 1985년 G5 정상회담에서 플라자 합의를 통해 달러화 약세를 합의했다. 이런 영향으로 엔고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수출기업들은 점차 경쟁력을 잃어갔다.

지나친 엔화 강세에 부담을 느낀 일본은 이자율을 낮춰 엔화 강세의 속도를 낮추려 했다. 이자율이 떨어지자 갈 곳을 잃은 자금은 부동산과 주식에 몰렸다. 1986~1990년 6대 대도시 연평균 주택지가 상승률이 22.1%에 이르렀다. 일본 정부는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금리를 올리고 땅을 사기위한 대출을 금지했고, 부동산 가격은 주식은 1991년 가을부터 하락세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조명래 단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일본과 마찬가지로 한국 부동산 시장은 시장 자체가 가지고 있는 수요의 힘보다 제도가 만든 가수요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며 "저금리 정책이나 1순위 자격 완화 등의 제도가 시장에서 수요를 만들어냈다. 지금의 부채형 부동산 활성화 시장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본은 공교롭게도 집값이 하락하기 시작한 1992년부터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한국은 2017년을 정점으로 2018년부터 줄기 시작할 전망이다. 조 교수는 "이미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선데다 고령화가 심화되면 집을 살 수 있는 사람이 줄어든다"며 "최근 3~4년간 부동산 시장이 살아있는 것을 가지고 일본과 다르다고 하는 것은 지금 현상만 보는 것이다. 시기적으로 차이가 있고 한국의 특성을 반영하겠지만 큰 틀에서 일본식 패턴을 따라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日 불황 이후 부동산 트렌드···지방 슬럼화·월세 시장

일본이 생산인구감소로 인해 겪은 지방의 슬럼화 현상이 우리나라도 나타날 것이란 우려도 커진다. 일본의 경우 도쿄, 오사카 등 대도시 집값은 올라도 지방은 빈집이 속출하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한은은 주택보급률(주택 수/가구 수)이 2015년 현재 102.3%인 상황에서 인구고령화에 따른 주택수요 증가세 둔화는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은지방, 노후주택을 중심으로 빈집 증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정섭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차장은 "일본과 한국이 유사한 점은 도심과 외곽 간 차별화, 양극화 현상이 심각하다는 것"이라며 "편리성과 사회적 네트워크 등의 요인 때문에 은퇴 이후에도 도심에서 살고자 하는 수요가 많아 대도시의 불황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5대 광역시 이하 지역은 빈집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버블 붕괴 후 시세차익을 통한 수익을 기대할 수 없게 되면서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임대시장이 크게 활성화됐다. 우리나라도 점차 인구고령화가 진행되면 임대시장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신 차장은 "일본 부동산 시장이 10년 전과 비교해 보면 임대 시장이 크게 성장했다"며 "우리나라도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은퇴한 노인층이 큰 노력과 리스크 없이 수익을 낼 수 있는 임대 시장에 주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식 부동산 위기론 과장됐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이 일본식 버블붕괴 패턴을 따라가지 않을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인구고령화에 따른 주택 수요 감소가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데는 시간이 매우 오래 걸릴 것"이라며 "일본식 패턴을 따라갈 것이라는 주장은 폭락을 좋아하는 사람이 과장되게 얘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은 플라자 합의에 따른 엄청난 경제 충격 요소가 있었고 장기간 마이너스 성장을 했지만 우리나라는 계속 성장을 하고 있다"며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일본만 떨어졌는데 일본을 따라갈 것이라는 가정 자체가 위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전문위원은 "산업구조가 일본과 비슷하니까 부동산 시장도 유사할 것이라는 가정하에서 일본식 위기론을 얘기하는데 미래는 만들어가는 것이고 우리는 우리나라 특성에 맞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인구 고령화에 따른 부동산 시장의 충격에 대해선 "은퇴자들이 노후 생계비 마련이 충분하지 않아 주택을 파는 시점이 언제가 되느냐의 문제"라면서 "지금의 주택에 대한 애착, 투자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고령화에 따른 충격이 조기에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주택연금 제도도 잘 되어 있기에 충격을 완화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은은 은퇴자의 주택처분(주거면적 축소, 주택연금 가입 등 포함) 행태는 정년(60세) 후 완만히 늘어나다가 실질 은퇴연령인 70세를 기점으로 뚜렷해진다고 분석했다. 오강현 과장은 "60세 정년이 된다고 바로 주택을 파는 것이 아니라 이후 수년 동안 주택을 유지하다 70대 이후 처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정년 직후 주택을 즉각적으로 대거 처분하지 않는 것은 대부분 1주택자인 은퇴가구가 재취업, 창업 등을 통해 경제활동을 지속하며 자가를 유지하려고 하는 데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가계부채 1360조원 '금리인상 이슈' 촉각

전문가들은 136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를 부동산 시장의 뇌관으로 지목했다. 한국도 전세계 흐름에 맞춰 금리인상 깜빡이를 켠 가운데 가계부채가 부동산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심 교수는 "금리가 가장 큰 변수"라며 "옛날에는 금리인상이 영향을 크게 미치지 않았지만 지금은 가계부채가 워낙 막대한 규모이다 보니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가계부채를 손보지 않으면 충격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새 정부가 새 정부 다운 정책을 못 내놓고 있다. 청와대는 보유세 인상을 하려고 하지만 기재부에서는 거시경제 영향을 이유로 못하게 하는 양상"이라며 "일종의 신구 세력의 입장 조율 과정을 올해 하반기까지 거치면서 정책은 물타기식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번도에 강도높은 대책이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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