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절벽 넘어라] 분양시장 충격파 어디까지?

김노향 기자 2017. 7. 13.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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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6·19 부동산대책 시행 후 시장은 그야말로 혼란의 연속이다. 미리 담보대출을 받아 분양에 나선 수요자가 크게 늘었고 하반기 주택 구입이나 전월세 거래를 계획한 사람들은 고민이 깊어졌다. 더 큰 문제는 오는 8월 도입될 신 가계부채 대책이다. 부동산대출에 가계대출까지 조이면 내집 마련에 나선 실수요자는 물론 세입자의 이자부담도 늘어날 수 있다. <머니S>는 6·19 부동산대책 시행 이후 달라진 부동산·금융환경을 짚어보고 하반기 대출·분양전략을 알아봤다. 또 금융전문가를 통해 정부의 부동산·가계부채 정책이 나아가야 할 길을 조명해봤다.<편집자주>

# “맞벌이하며 아이 둘 키우려면 회사에서 최대한 가까운 곳에 최소 20평대는 사야 해요. 언제까지 전세로 이사만 다닐 수도 없고…. 그런데 집값이 5억원만 넘어도 대출한도를 줄인다니 도심에서 5억원짜리 찾기가 쉽지 않네요.”(서울 용산구 30대 회사원 김모씨)

# “저희는 맞벌이해서 한달 소득이 500만원 정도 돼요. 전셋집 계약이 끝나는 2년 후에 3억원대 아파트를 분양받을 계획인데 부부합산 연소득이 6000만원 이상이라고 집값의 60%만 대출해준다니 걱정이에요.”(경기 안양시 30대 회사원 정모씨)

정부의 6·19 부동산대책에 따라 지난 3일 이후 입주자 모집공고를 내는 신규아파트는 앞으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60%, 총부채상환비율(DTI) 50%로 대출한도가 강화된다. 기존 대출한도보다 각각 10%포인트씩 줄어든 것. 3억원짜리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면 기존엔 9000만원이 들어갔지만 앞으로는 1억2000만원이 필요하다. 신용대출을 추가로 받을 경우 연간 원리금상환액이 소득의 50%까지만 허용된다.

◆실수요자 ‘내집 마련’ 피해 없나?

정부는 이번 부동산대책의 목적을 ‘투기수요’를 막는 데 뒀다. 서울·경기·부산·세종의 집값 과열이 심한 40개지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해 대출규제를 적용하되 서민 실수요자에게 피해가 없도록 예외를 뒀다. ▲부부합산 연소득 6000만원 이하(생애최초 구입자는 7000만원 이하) ▲주택가격 5억원 이하 ▲무주택 세대주가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실수요자도 이번 대출규제의 영향을 피해갈 수 없다. 서울만 봐도 신규아파트 분양가가 지난 5월 84㎡ 기준 평균 5억3760만원 수준이다. 주택가격 5억원 이하 규제에 걸린다.

전문가들은 내집 마련 시기를 미루고 자금계획을 다시 세우거나 아파트를 벗어나 소형주택, 단독주택 등 다양한 주거상품을 알아볼 것을 조언한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에서 밝힌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오래된 도심의 단독주택 등을 재개발하는 데 50조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과거 뉴타운사업처럼 대단지아파트가 들어서는 것은 아니지만 마을주차장과 어린이집 등을 짓고 주거환경을 개선시키는 방식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강남 재건축아파트처럼 집값이 10~20배 뛰지는 않아도 적은 공사비로 3~4층짜리 단독주택, 다가구주택, 상가주택 등을 재개발해 투자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기지역의 분양시장은 투자수요가 줄어들고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되더라도 급격한 하락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부동산시장 관계자는 “서울은 공급과잉이지만 수요도 그만큼 많다. 금리가 아직은 낮은 데다 집값과 전셋값의 차이가 크지 않아 주택시장이 급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축역 센트럴 푸르지오’ 분양사무실에 많은 시민들이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스1 박세연 기자

◆서울 외 집값 보합… 투자 신중

하지만 신규아파트 공급과잉이 워낙 심한 상황이이서 당분간은 투자에 신중한 편이 낫다.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 외곽과 지방은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하반기 전국 입주물량은 30만2398가구에 달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2017년 하반기 건설·부동산 경기전망’ 세미나에서 수도권 주택시장이 보합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수도권 외곽은 입주물량 증가에 따른 미분양·미입주가 더욱 심해지고 지방은 집값이 0.2%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런 현상이 2019년 상반기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허윤경 연구위원은 “정부의 규제 기조와 입주물량 급증에 따라 올 하반기 리스크가 현실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전국 아파트가격은 6·19대책 발표 직후 주춤하다가 다시 관망세를 보였다. 한국감정원 조사 결과 서울 강남의 아파트값 상승률은 지난달 마지막 주 0.12%를 기록해 일주일 전 대비 0.01%포인트 하락했고 이달 첫주는 변동이 없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대출규제 시행과 여름철 비수기가 겹쳐 한동안 눈치보기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 재건축, 대출보다 전매 타격

최근 몇년 동안 전국 집값 평균을 높인 서울 재건축시장도 움츠러들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집값을 주도하는 강남 재건축아파트값은 대출규제가 아닌 전매규제의 영향이 더 클 전망이다. 서울 강남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전매규제로 분양권 프리미엄을 노린 투자는 사라지겠지만 강남 같은 부촌의 특성상 자금난 때문에 분양을 포기하는 수요는 적어 일정 수준이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정대상지역은 지난해 11·3대책 이후부터 이미 청약경쟁률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지난달 29일 분양한 ‘고덕 센트럴푸르지오’는 청약경쟁률이 평균 6.9대1을 기록했다. 지난해 11·3 부동산대책이 발표되기 전 10월에 분양한 인근의 ‘고덕 그라시움’이 평균 22.1대1을 기록한 데 비하면 3분의1 수준이다. 실수요자에게는 그만큼 당첨의 기회가 많아졌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조정대상지역은 11·3대책 이후에도 청약경쟁률이 많이 낮아진 상태”라며 “아무래도 가수요가 많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강남의 대표적인 재건축사업 예정지 ‘개포주공1단지’는 6·19대책 발표 후 매매가격이 4000만∼5000만원 떨어졌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도 비슷한 시기 5000만∼6000만원이 하락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달라진 환경에 따라 분양지역의 입지와 편의시설, 시장성 등을 고려해 맞춤형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재건축에 투자하려면 올해 말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유예가 종료되는 점을 감안해 올 상반기 사업시행 인가를 받은 곳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연말까지 관할구청에 관리처분 인가를 신청하지 못하면 내년부터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의 적용 대상이 된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496호(2017년 7월12~1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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