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금 무이자의 불편한 진실..'조삼모사'격 분양가에 전가

김종윤 기자 2017. 7. 4. 07: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6·19대책으로 서울 중도금 무이자 단지 증가
전문가 "분양가만 높아질 것" 우려
현대산업개발이 분양하는 고덕 센트럴 아이파크 모델하우스 내부 모습/사진제공=현대산업개발© News1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2015년 현대산업개발·삼성물산 컨소시엄이 분양한 '반포 래미안 아이파크'. 당시 중도금 이자 후불제가 적용돼 분양일정이 시작됐다. 1순위 청약은 평균 12대1을 기록하는 등 순조롭게 출발했다. 하지만 3.3㎡당 4240만원이라는 고분양가라는 우려 속에 계약 속도가 올라오지 않았다. 결국 건설사·조합은 중도금 무이자 조건으로 변경해 계약을 마무리했다. 건설업계에선 조합이 조건 변경으로 손해를 보지는 않았을 것으로 예상했다. 분양가엔 이미 수천만원에 달하는 이자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정부가 내놓은 6·19대책으로 서울에서 분양권 거래가 사실상 중단된 데다가 이달 3일 이후 입주자 모집공고가 나오는 단지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강화된다.

건설사들은 수요자 부담이 커지면서 서울에서 좀처럼 꺼내지 않았던 중도금 무이자 조건을 제공하고 나섰다. 업계에선 계약자들이 분양권 거래 불가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분양가에 이자 금액을 포함하는 특성상 '조삼모사'격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이 지난달 서울 은평구 수색4구역을 재개발한 'DMC 롯데캐슬 더 퍼스트'는 중도금 무이자 조건으로 분양됐다. 이 단지는 1순위 청약 결과 37.98대1을 기록하며 올해 서울 최고 경쟁률을 갈아치웠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중도금 무이자 혜택으로 분양권을 장기간 보유해야 하는 수요자 부담이 낮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분양시장에서 중도금 무이자 조건을 제공하는 단지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중도금 이자는 사업 시행사 측이 부담하는 것으로 고스란히 수익성 하락으로 이어진다.

변화는 지난달말부터 감지됐다. 정부가 분양권 전매를 등기 이후로 가능토록 못박으면서 계약자 금융부담이 커졌다. 집단대출 심사도 까다로워지면서 조합·건설사들이 다시 중도금 무이자 혜택을 제공하고 나선 것.

지난주 서울에서 분양한 단지 모두가 중도금 무이자 조건으로 등장했다. 현대산업개발이 선보인 '고덕 센트럴 아이파크'뿐 아니라 '월계 아이파크' 전용84㎡는 중도금 무이자 조건으로 진행된다. 효성이 선보인 '용산 센트럴파크 해링턴 스퀘어'도 마찬가지. 이 단지는 분양가 총액이 9억원을 넘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집단대출 보증을 받을 수 없다. 다만 건설사 자체 보증으로 중도금 무이자 혜택이 제공된다.

전문가들은 중도금 무이자 조건이 계약자 심리적인 부담 경감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이자율이 5% 이상까지 상승한 상황에서 변동금리는 수요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계약자들은 수천만원에 달하는 금융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심리적인 효과를 느낄 수 있다"며 "투자자도 장기적으로 분양권을 유지할 수 있는 기본적인 토대가 마련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조합과 건설사의 수익성에 큰 변동은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 분양가 책정 요소에 이자를 포함하는 관례가 있어서다. 반포 래미안 아이파크가 중도금 유이자 조건을 빠르게 무이자로 변경할 수 있었던 이유다. 중도금 무이자로 계약자들이 실제로 얻는 금융적인 혜택이 크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당시 조합은 중도금 이자를 분양가에 포함해 일정을 강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중도금 조건 변경에 따른 금융 부담은 사실상 없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일반적으로 건설사들은 중도금 이자 후불제를 선호한다. 후불제를 적용하면 표면적인 분양가가 낮아지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저렴한 분양가는 청약 흥행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건설사들은 미분양에 대한 우려가 있는 지역에만 무이자 조건을 꺼낸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부 사업지에서 무이자 조건이 발목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전국에서 미분양이 없는 세종시는 여전히 중도금 무이자 조건이 이어지고 있다. '무이자' 시장이라는 이미지가 자리 잡은 상황에서 건설사가 함부로 유이자로 조건을 변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건설사들은 세종시에선 사업성이 생각보다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택지지구에선 중도금 이자는 심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건설사 입장에선 중도금 무이자 혜택은 수십억원에 달하는 추가 부담이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주택사업에서 핵심은 분양가의 적절성 여부"라며 "분양가를 높이는 대신 발코니확장을 무상 제공하는 것도 사업적인 측면이 강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무이자 정책으로 분양가가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놨다. 서울은 도시정비사업(재건축·재개발) 위주로 진행돼 택지지구보다 상대적으로 분양가 책정에선 자유롭다. 조합 측이 중도금 무이자 카드와 함께 분양가를 높게 책정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서울 분양시장 규제를 내놓은 상황에서 건설사들이 중도금 무이자 정책을 고려하는 단지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달 서울 예정 물량은 지난해 동기와 비교해 240% 증가한 1만547가구로 집계됐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시행자가 부담해야 하는 이자도 사업성 분석 요소에 포함된다"며 "조합도 이자부담으로 빠져나가는 수십억원을 고스란히 분양가에 반영하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라고 말했다.

passionkjy@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