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로또조장"vs"고분양가 억제 필요"..고심 깊어진 당국

최대열 2016. 9. 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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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전경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강남 재건축'을 둘러싼 박근혜정부의 정책기조는 비교적 뚜렷했다. 규제를 풀고 사업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준다면 시장에 돈이 돌고 경기를 띄우는 효과도 적잖을 것이라고 판단했던 것 같다.

조합과 건설사가 공동으로 사업을 시행할 경우 시공사 선정을 몇 단계 빨리 할 수 있도록 관련법령을 정비한 건 단적인 사례다. 리스크를 감안해야하는 공동시행 방식은 사업성이 담보되는 곳 위주로 검토할 수밖에 없고, 지역으로 따지면 서울 강남권이 첫 손에 꼽힌다.

◆"온기 안 퍼져"..강남재건축 디커플링 심화=강남 재건축 띄우기는 소기의 성과를 보였다. 서울 아파트값은 3.3㎡당 1853만원(부동산114 조사 9월 첫주 기준)으로 역대 최고 기록을 다시 썼다. 급증하는 가계부채를 우려한 정부가 집을 살 때 진 빚의 원금까지 같이 갚도록 하면서 올 들어 다소 주춤했지만 강남 재건축아파트를 중심으로 자금이 몰리면서 꾸준히 올라서다. 원하는 바를 이뤘는지에 대해선 긍정적이라 하기 힘들다.

서울에서도 강남과 비강남, 강남권에서도 재건축아파트와 일반 아파트간 다소 동떨어진 흐름을 보이면서 착시현상도 두드러졌다. 분양시장에서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강남 재건축의 일반분양은 수십, 수백대 일의 청약경쟁률을 보이며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3.3㎡당 4000만원 전후로 책정된 분양가는 지난해 하반기까지만 해도 '비싸다'는 인식 탓에 다수 사업장에서 미분양됐는데 올 들어선 강남구 개포동, 서초구 잠원동에서 일찌감치 완판사례가 잇따랐다.

주택시장 전반의 자금흐름이 원활하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강남 재건축에만 집중되자 당국의 고민도 깊어졌다. 특히 시세차익을 노린 분양권 거래가 급증하면서 가계빚의 주범으로 몰리자 정부 안에서도 대응수단을 두고 혼선이 적잖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내놓은 가계부채 대책이 되레 집값을 끌어올리는 데까지 이르자 부랴부랴 추가대책을 내놨다. 일각에서는 분양권 전매제한 등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경착륙을 우려한 정부는 카드를 만지작거릴 뿐 아직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

디에이치 아너힐즈 견본주택 방문객들이 모형 단지를 둘러보고 있다. 당초 계획보다 분양가를 3.3㎡당 수백만원 낮춰 일반분양했다.


강제로 분양가를 틀어쥔 강남 개포주공3단지 재건축아파트(디에이치 아너힐즈)가 청약경쟁률 100대 1을 기록한 후 추가계약 하루 만에 모두 팔아치우면서 시장의 관심은 다음번 분양단지로 쏠린다. 당장 이번달이나 다음달 중 잠원동 신반포5차(아크로리버뷰)나 잠원한신18ㆍ24차아파트(래미안 리오센트)가 대상이다.

정부가 이들 분양단지를 겨냥해 고분양가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장에서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지나친 분양가상승에 대응하는 건 필요하지만 일정한 기준을 정해 인위적으로 개입하는 게 적절치 않을 뿐더라 사실상 효과도 미미하기 때문이다.

◆"분양가 옥죄도 시세반영"..고심 깊어진 당국=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최근 작성한 내부문건에서는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를 지정해 고분양가에 대한 보증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7월 분양한 개포주공3단지가 앞서 3개월 전 분양한 단지보다 14% 가량 비싸다는 이유로 거부한 선례가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기준을 지키지 않으면 사실상 분양보증을 내주지 않겠다는 얘기다. 아파트를 분양하기 위해서는 HUG의 분양보증이 필수다.

아크로리버뷰나 래미안 리오센트는 최근 강남권에서도 집값이 많이 오른 한강변에 있는데다 일반분양물량이 많지 않아 평균분양가 기준 역대 최고가를 기록할 가능성도 제기됐었다. 최근 입주를 시작한 인근 아크로리버파크의 경우 3.3㎡당 최고 6000만원선에서 거래되는 등 근래 부동산경기 부침 속에서도 꾸준히 올라 '비싸도 잘 팔린다'는 기류가 팽배했었다.

인위적으로 분양가를 낮추더라도 추후 분양권 거래가 이뤄지면서 웃돈이 붙어 결과적으로는 주변 집값 시세를 끌어내리는 효과는 거의 없는 것으로 시장에서는 보고 있다. 역대 평균 분양가가 가장 높았던 잠원동 반포한양재건축(신반포자이) 사례를 보면 그런 점이 잘 드러난다. 이 아파트는 평균 일반분양가가 4290만원으로 역대 가장 비쌌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전용 59㎡형이 11억원대 후반, 84㎡형은 15억원대 중후반 선에서 거래된 것으로 신고됐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매수문의가 늘면서 웃돈이 1억원에서 1억5000만원 선까지 올랐다"며 "전매제한 기간이 끝나 거래가 늘어난데다 중도금대출규제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기존 분양단지를 찾는 사람이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비싼 아파트에 대해 중도금 대출을 못하게 하고 보증건수를 제한하는 등 일정한 규제를 마련했지만 강남재건축을 향한 자금집중현상을 막긴 쉽지 않을 것으로 시장에서는 보고 있다. 디에이치 아너힐즈가 완판된 데서 이런 점이 입증됐다. 시세가 일정하게 있는데 오히려 분양가를 낮춰 투기심리만 자극했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이러한 인위적인 분양가 끌어내리기를 두고 부동산업계에서는 '정부가 나서 (분양가를) 할인해줬다', '당첨되면 앉아서 1억~2억원 번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분양가를 낮추더라도 주변 시세를 끌어내리는 효과는 없으니 결국 혜택이 수분양자에게만 돌아가는 꼴"이라고 말했다.

고준석 신한은행 PWM 부동산투자자문TF 팀장은 "현재 고분양가나 가계부채가 문제라고 인식한다면 단순히 분양 당시 가격만이 아니라 분양권거래, 입주 이후까지 들여다봐야하지만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홍보비나 분양대행수수료처럼 분양과정에 낀 거품을 없애는 식의 미시적인 수단은 물론 수요공급관리 등 큰 틀에서 함께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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