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권은 쏙 빼고.."가계부채 아닌 집값 부양 대책"
하지만 주택 공급 부문에만 치중한 나머지 분양권 전매제한 강화와 같은 수요관리 대책이 빠져, 가계부채 대책이 아니라 집값 떠받치기 대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5일 정부가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대책은 처음으로 주택공급 조절 방안이 포함돼, 가계부채 대책의 큰 방향 전환을 예고했다. 주택공급 자체를 줄여 가계부채 급증의 원인이 된 중도금 대출을 줄여보겠다는 것이다.
◇ 과잉공급의 고리…밀어내기 분양 →분양권 과열→청약호조 →추가분양
실제로 최근 건설사의 밀어내기 분양으로 신규 분양이 늘어나고 여기에 저금리로 갈 곳 없는 자금이 분양권 전매 등 투기 수요로 몰리면서 청약이 조기에 완판되는 등 분양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실제로 청약경쟁률은 2012년 이후 계속 상승 중이다. 지난 7월까지 누계로 평균 청약경쟁률은 12.3 : 1로, 2.5 : 1에 불과했던 지난 2012년과 비교하면 5배 이상 경쟁이 치열해졌다.
그리고 이는 또다시 건설사의 분양 공급 증가로 연결된다. 실제로 지난 6월까지 인허가 물량이 전국에 35만5천세대로 전년대비 18.4%나 늘어났다. 이제는 주택의 과잉공급이 우려되는 상황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공급이 늘어나면서 분양자들의 집단대출 즉 중도금 대출이 급증해, 가계대출이 불어나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집단대출은 11조6천억원으로 주택담보대출의 49.2%로 비중이 확대됐다. 지난해 12.4%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지나치게 빠른 증가세다.
그래서 이번 가계부채 대책은 LH의 택지공급을 줄이고, 건설사가 신청하는 PF대출 보증이나 분양 보증을 강화해, 건설사의 무분별한 신규 분양사업을 감소시키는데 집중돼 있다.
◇ 투기수요 제한 없이 성공할까
하지만 이런 대책으로 주택 공급이 줄어들려면 2~3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 이미 인허가를 받은 분양 물량은 내년까지 계속 쏟아지고, 이에따라 중도금 대출도 당분간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도금 대출의 보증건수를 통합 2건으로 제한하고, 대출보증도 100%에서 90%로 줄이기로 했지만 이것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다.
게다가 지금 과열된 분양시장의 분위기가 2~3년 뒤에도 이어질지 알 수 없다는 점도 문제다. 지금은 분양권 전매 등이 활발히 일어나면서 신규분양에 대한 기대가 크지만 과도하게 분양권 가격이 오를 경우, 2~3년 뒤 잔금을 치르고 실제 입주를 해야 하는 시점에서 대거 입주 포기 사태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앞서 나갔던 중도금 대출에서 부실이 발생하게 된다. 가계부채에 실제로 빨간불이 켜지는 시점이다. 이런 사태를 막으려면 분양권의 프리미엄이 과도하게 오르는 것을 막고, 주택이 실수요자에게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결국 청약제도를 강화하고, 단기차익을 노린 분양권 전매를 제한해 가수요를 없애야 하는데, 어쩐 일인지 이번 대책에서 분양권 전매제한 강화 대책은 쏙 빠졌다.
이번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논의되기도 했지만, 수요 측면까지 제한을 하면 부동산시장이 급격히 냉각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 "가계부채 대책이 아니라 집값 떠받치기 대책"
가계부채 TF팀장인 이찬우 기재부 차관보도 "분양권 전매제한은 둔탁한 규제"라며 "주택시장 자체가 급격하게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과잉 공급 상황에서 수요가 줄어들면 집값이 폭락하고, 이는 주택을 담보로 잡고 있는 주택담보대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져올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과도한 투기 수요를 억제하지 않은 채 공급만 줄이면 이것은 결국 거품이 낀 집값을 떠받쳐 장기적으로 가계부채를 더 부실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정의실천연합은 논평을 통해 "공급조절로 주택 가격을 떠받친다면 실수요자들은 빚내서 집사라는 정부의 유혹에 넘어갈 수밖에 없다"며 "부동산 거품을 키우고 이를 통해 경제를 유지하다 회복 불가능한 상황에 처하기 전에 분양권 전매제한, 후분양제 등으로 투기 가수요를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번 대책에서는 지나치게 부동산 문제에 치중한 나머지 가계부채 폭탄의 뇌관에 해당하는 취약 계층의 대출문제 등에서 별다른 진전이 없는 것도 이번 대책의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 당국이 가계부채 책임 떠넘기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1%대로 금리를 떨어뜨린 한국은행은 금융정책 탓을 하고 있고, 금융정책을 담당하는 금융위는 주택정책 탓이라며 국토부로 공을 떠넘기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가계부채는 결국 금리와 금융의 문제인데 자꾸 부동산 문제로 떠넘기려고 한다"며 "부동산 정책으로 가계부채를 해결하려는 것은 단기적인 대책에 불과할 뿐"이라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CBS노컷뉴스 장규석 기자] 2580@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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