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가계부채 문제가 십수년째 표류한 이유

경계영 2016. 8. 22.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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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전임자들이 웬만한 대책을 다 내놓아서…”

지난 11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 이후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의 최대 고민으로 떠올랐다. 당장 25일 한은의 2분기 가계신용 발표에 경제계의 이목이 집중돼있다. 대책을 준비하는 금융당국의 마음은 편치만은 않다. 한 관계자는 “새로울 만한 대책은 없을 수 있다”고 했다. 대책은 이미 나올 만큼 나왔다는 푸념 섞인 소리도 했다.

기획재정부 주재로 19일 열린 가계부채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도 묘수는 나오지 않았다. 한 회의 참석자는 “문제가 심각하다는 데 인식을 공유했다”고 했지만 속사정은 그렇지 않았다. 위험을 줄이려는 금융당국과 부동산시장의 불씨를 꺼트리지 않으려는 국토교통부가 입장 차만 확인했다고 한다.

그도 그럴것이 가계부채 문제는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박근혜정부가 들어선 2013년 초에도 ‘가계부채 백서’가 나왔다. 백서는 당시 “가계부채 문제가 지난 10여년 동안 지속돼왔다”고 했다. 수치를 제외하면 가계부채 진단과 해결책은 십수년 전이나, 3년 전이나, 지금이나 판박이다.

백서가 짚은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은 이렇다. △완화적 통화정책 △가계에 신용공급에 나선 은행 △기대를 높인 부동산 시장 △순차적인 주택담보대출 규제 등이다. 어디선가 많이 본 내용이다. 사상 최저인 1.25%인 기준금리, 주택담보대출을 늘린 은행, 되살아난 부동산시장, 뒤늦은 대출규제 강화 등 모두 3년 전과 닮아있다.

처방전도 비슷하다. LTV(주택담보인정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 조정 등으로 수요를 조절하거나 공공주택 공급 등으로 공급을 관리하는 수준이었다.

왜 십수년째 이런 현상은 반복됐을까. 지금 당장 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없거나 경제에 큰 위협을 주지 않는다는 안이함이 작용한 건 아닐까. 이 때문에 책임 소재를 떠넘기려는 당국간 기싸움만 빈번했던 것이 아닐까.

가계부채는 어느 한 부처만의 대책으로 해결할 수 없다. 백서에 답이 뻔히 나와있다. “실물경제, 부동산시장, 서민 생활안정을 포함한 범정부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근본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 각 부처가 흉금을 터놓고 ‘한국경제호(號)’만 생각해야 함은 더 말할 것도 없다.

확실한 사실은 대책 마련이 빠를수록 좋다는 점이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가계부채는 아마 수년 후 더 커져서 우리 경제를 기다릴 것이다.

무엇보다 문제를 제기한 한은부터 대책에 발을 빼지 말길 바란다. 가장 큰 책임은 기준금리를 낮춘 한은에 있다는 냉정한 시선을 외면해선 안 된다. 가계부채는 미시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해서 한은의 영역이 아니라고 여긴다면 곤란하다.

금융당국도 마찬가지다. ‘부채에 의존하는 성장’이 지속 가능한지부터 다시 점검하길 바란다. 지금 가계부채 수준이 위기라는 전제 아래 원점에서 대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경계영 (kyu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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