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직증축 차질'..리모델링협회, 집단반발 움직임
【서울=뉴시스】김민기 기자 = 정부가 수직증측 리모델링 시 세대간 내력벽 철거 허용 결정을 3년 뒤로 미루면서 관련 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리모델링협회는 이날 오후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협회는 회원사와 업계 의견을 모아 다음주께 정부에 반대 입장을 전달하는 등 집단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대치2단지 리모델링 조합의 경우 지난 8년간 리모델링을 추진하면서 들어간 비용 60억원을 국토교통부에 청구하겠다며 강력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지난 9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에는 수직증축 시 세대 간 내력벽 철거를 허용하는 내용이 제외됐다.
내력벽은 건물 지붕이나 위층 구조물의 하중을 견디거나 힘을 전달하기 위해 만든 구조물이다. 기존의 리모델링은 좌우 증축은 불가하고 앞뒤로만 확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력벽을 철거하면 기존 옆 세대와 확장이 가능해 2베이 주택을 3베이, 4베이 등으로 변경할 수 있고 아파트 층수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한국건설기술원 등에서 내력벽을 철거할 때 말뚝기초에 하중이 가중돼 위험하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정부가 최종 결정을 유예했다.
국토교통부는 이와 관련해 "세대간 내력벽 철거는 국민 안전과 관련된 문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2019년 3월까지 정밀검증한 뒤 허용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리모델링협회는 이러한 정부의 결정에 대해 업계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며 강력히 항의했다. 정부의 정책 일관성이 사라져 더이상 신뢰할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올해 1월 세대 간 내력벽 일부 철거를 허용하는 내용의 '공동주택 리모델링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또 이를 담은 주택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데 이어 관련 기준을 규정한 안전진단 기준안까지 마련했다.
그런데 정부는 1년 가까이 안전성 문제를 두고 검토를 했음에도 이번에 또다시 3년 간 검토를 하겠다면서 7개월만에 입장을 바꿨다.
차정윤 리모델링협회 상근부회장은 "이미 서울대 석·박사들이 내력벽을 철거해도 보강공사를 하면 기술적으로나 안전성에서 전혀 문제가 없다는 발표가 나왔다"면서 "17개 단지의 1만 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이미 내력벽 철거를 반영해 설계안을 수립했거나 수립 중인데 갑자기 3년 후로 미뤄버리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간다"고 울분을 토했다.
특히 이번 정부 발표로 1기 신도시인 분당과 일산, 강남 개포동 대치2단지 등 리모델링을 적극 추진한 단지들의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1기 신도시의 낡은 소형 아파트들은 재건축하려 해도 사업성이 떨어지고 분양 예상가도 낮아 리모델링이 아니면 주거환경을 개선할 방법이 없는 상태다. 또 이 아파트들은 안전진단 'B' 등급 이상으로 상태가 양호하고 용적률도 180% 가량으로 높아 전면 철거하는 재건축 보단 리모델링을 선호해 왔다.
현재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서 준공한 지 15년이 넘어 리모델링이 가능한 아파트가 200만 가구다. 지난해 말 기준 수도권에서 34개 단지, 1만7000여 가구가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다. 이 중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는 서울에 9개 단지(4784가구), 경기도에 8개 단지(7501가구)다.
성남시 분당구에선 한솔5단지(1156가구), 매화1단지(562가구), 느티마을3(770가구)·4단지(1006가구), 무지개4단지(563가구) 등 총 4057가구가 수직 증축 리모델링을 추진 중이다.
서울에서는 강남구 개포동 대치2단지에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지상 18층인 대치2단지는 3개층 수직증축과 세대간 내력벽 철거, 별동 신축을 통해 현재 1753가구를 2010가구(일반분양 257가구)로, 용적률은 173.9%에서 276.5%로 각각 늘릴 계획이었다.
대치2단지는 수직증축 리모델링 기대감에 39.53㎡의 실거래가가 지난해 1월 4억2700만원에서 지난 6월 6억원으로 1억8000만원 가량 뛰기도 했다.
전학수 대치2단지 리모델링 조합장은 "지난 8년간 리모델링 등 주택과 관련된 사업으로 인해 60억원이라는 비용이 들어갔는데 3년을 또 다시 기다리기는 힘들다"면서 "지금까지 들어간 매몰비용을 국토부에 청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리모델링 담당 공무원이 바뀐지 4개월 밖에 안되다 보니 자기네들이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3년 후로 결정을 유예한 것"이라면서 "국토부에서는 세월호 핑계를 대면서 반대하고 있는데, 리모델링을 할 때 안전진단을 강화하면 안전에 부합한 상태로 공사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토부는 "2014년 4월부터 허용된 수직증축 리모델링도 아직 시행한 단지가 없어 안전성 등이 실증되지 않은 상태"라면서 "수직증축 시 내력벽 철거까지 추가로 허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km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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