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한국인 지갑.. 일본인보다도 돈 안써
한국이 '초고령 사회' 일본보다 소비가 더 위축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 고령화율(65세 이상 인구의 비율)이 12.7%로 일본(26.7%)의 절반 수준인데도 소비를 더 줄이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본지가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함께 한국과 일본 근로자 가구의 평균 소비성향(가처분소득 대비 지출 비율)을 분석한 결과 한국의 소비성향은 2010년만 해도 75.2%로 일본(72.7%)보다 높았다. 하지만 이후 한국은 소비성향이 계속 낮아지다 2013년부터 일본에 역전당했으며 지난해엔 역대 최저치인 70.3%(일본은 72.6%)를 기록했다. 평균 소비성향은 전체 소득 가운데 세금·공과금·국민연금·대출이자 등을 내고 남은 실질적으로 쓸 수 있는 소득(가처분소득)에서 생활비(식료품·통신·교육·의료비·월세 등)로 지출한 비중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고용·주거·노후 불안' 등 3대 불안이 최근 동시다발적으로 증폭되면서 한국 사회가 급속하게 '소비 절벽'에 빠져들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우리가 일본보다 소비를 덜한다는 것은 매우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이지평 선임 연구위원은 "일본처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소비 감소, 기업의 매출·이익·일자리 감소, 가계 가처분소득 감소로 차례로 전이되는 악순환에 빠져들기 전에 범국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가처분소득이 해마다 2~6%씩 경제성장률을 웃도는 수준으로 늘어나는데도 소비만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이 소득 자체가 제자리걸음 또는 감소하는 상황에서 소비가 줄어드는 것과는 대비된다. 특히 한국은 개인들이 미래 불안으로 소비를 미리부터 줄여가는 바람에 불황이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에 빠져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GDP(국내총생산)가 일본보다 작은 한국 사람들은 자산을 충분히 축적하지 못한 상황에서 불황을 맞아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더 커서 허리띠를 급속히 졸라매고 있는 것"이라며 "현 상황에서 개인이 소비를 줄이는 건 일견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경기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말 우리나라 국민이 보유한 순자산은 총 1경2359조원, 가구당 3억6000만원으로 일본의 가구당 순자산(46만1000달러)의 70% 수준이다. 그나마 이 가운데 75%는 부동산에 묶여 있어 대부분 필요할 때 지출하기 어려운 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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