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광풍 딜레마]불지핀 정부, 돌아선 배경은
[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가계대출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는 지적이 불거지면서 부동산ㆍ주택시장은 지난해 연말부터 주춤했다. 서울 강남권 일대는 상반된 흐름을 보였다. 재건축아파트 위주로 매도자 우위 시장이 이어지면서 오름세를 이어갔고, 오르는 폭이 워낙 커 전체 평균치를 끌어올릴 정도였다. 강남재건축 아파트가 시장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하는 착시효과를 일으키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강남재건축을 꽤 괜찮은 투자상품으로 여기게 된 건 각종 정책영향이 크다. 현 정권 출범 이후 주택ㆍ부동산분야와 관련해 10여차례 대책이 나왔는데, 재건축ㆍ재개발을 활성화하기 위한 규제완화에 초점을 맞췄다. 각종 세제나 금융ㆍ청약제도를 개선한 주택시장 정상화 종합대책(2013년4월)이나 규제합리화를 명목으로 재건축ㆍ재개발을 수월케 한 주택시장 활력회복방안(2014년9월)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유례없는 저금리 상황이 이어지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자금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부동산에 몰리는 경향이 강해졌다. 경기부양책을 내걸었던 정부로서는 강남재건축을 지핀 군불이 다른 지역으로 자연스레 번지길 기대했겠지만 시장은 그렇게 움직이지 않았다. 재건축단지를 중심으로 한 강남권과 비강남권간 아파트값 격차는 더 커졌고 분양성적도 양극화됐다. 5월부터 대출규제 등의 여파를 입게 된 지방 주택시장의 경우 한동안 침체를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대구 등 그간 공급이 많았던 지역의 경우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도 강남의 경우 3.3㎡당 4000만원을 훌쩍 넘는 새 아파트가 청약경쟁률이 수십, 수백대 일까지 치솟고 몇 주 새 수천만원씩 가격이 뛰는 등 과열양상을 빚자 정부도 소매를 걷었다. 분양권 불법전매나 다운계약 등 시장질서를 흐리는 일을 차단한데다, 지난달부터 분양가 9억원이 넘는 아파트에 집단대출을 제한하고 비싼 분양가를 매긴 곳에 분양보증 승인을 거부하는 등 다방면에서 나서고 있다.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6월 국회에서 강남재건축을 콕 집어 거품이 있다고 지적한 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그칠 줄 몰랐던 강남재건축 아파트의 오름세가 주춤하고 역대 최고 분양가로 예상됐던 강남구 개포동의 한 재건축아파트는 3.3㎡당 300만원 이상 분양가를 낮췄다. 투기수요를 차단하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란 지적과 함께 핀셋을 쓰듯 특정 지역, 특정 상품을 겨냥해 정부가 대책을 쓴 데 대해 적절했는가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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