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서 깬 '뉴타운'..도시재생 유도·매몰비용 처리 숙제

박성대 기자 2015. 5. 31.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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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후'] 뉴타운, 13년만에 출구 찾나?

[머니투데이 박성대 기자] [[부동산 '후'] 뉴타운, 13년만에 출구 찾나?]

서울시가 지난달 22일 '2단계 뉴타운 출구전략'을 발표하면서 '뉴타운'이 새삼 관심거리로 떠올랐다. 이번 2단계 출구전략은 뉴타운 사업이 장기간 정체된 사업지구에 대해선 서울시가 직접 구역을 해제하고 사업성이 있는 곳은 적극 지원해주는 내용이 포함됐다.

최근 주택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왕십리·아현 등 뉴타운지구내 분양물량이 나오는 가운데 시가 기존 '실태점검에 따른 단순 해제'에서 '적극 지원 또는 적극 해제'로의 방침 변경을 통해 출구전략에 가속도를 붙인 것이다.

서울시내 부동산 투자 열풍을 이끌다가 애물단지로 전락한 뉴타운이 시범사업 발표 13년만에 사실상 막을 내리고 본격적인 대안사업이 시작된 셈이다. 뉴타운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함께 도시내 노후된 생활권역을 묶어 도로·공원 등 도시기반시설을 확충하고 주민들이 주택을 새로 짓는 '시가지 종합재개발'이다.

서울 강남에 비해 도로와 학원, 학교 등 기반시설과 생활 편의시설이 낙후된 강북을 종합적으로 재개발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시작부터 한계점을 가지고 있었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도시기능, 성장경로, 거주환경 등에 큰 영향을 주는 대도시 내 사업인데도 전체적인 종합계획조차 없었고 사업계획을 발표하기 전 충분한 용역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치인들의 공약으로 남용되면서 사업지 선정기준 역시 모호했다"고 덧붙였다.

◇"헌집 줄께 새집 다오"…개발광풍 불다=2002년 10월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은 취임 3개월만에 선거 공약이었던 뉴타운 사업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성동구 하왕십리동 일대 '왕십리뉴타운(도심형)' 성북구 길음·정릉동 일대 '길음뉴타운(주거중심형)' 은평구 진관동 일대 '은평뉴타운(신시가지형)' 등 3곳이 뉴타운 시범지구로 선정됐다.

뉴타운 지정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새 아파트와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는 그동안 관심받지 못했던 강북의 낙후된 지역들이 '핫 플레이스'로 부상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됐다. 인근 지역의 집값 상승에도 영향을 미쳤다. 시범지구 선정지역인 성동·성북·은평구 등 3곳은 2002년 말 기준 3.3㎡당 아파트 매매값이 전년 대비 약 20% 상승했다. 성동구 아파트 매맷값은 한해 만에 3.3㎡당 714만원에서 883만원으로 23.7% 올랐고 은평구와 성북구도 각각 18~20% 뛰었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 서울시는 시범지구 지정 1년 후인 2003년 10월 종로구 교남지구, 용산구 한남지구, 동대문구 전농·답십리지구, 중랑구 중화지구, 강북구 미아지구 등 2차 뉴타운 12곳을 추가로 발표했다. 이어 2005년 동대문구 이문휘경지구, 성북구 장위지구, 노원구 상계지구, 은평구 수색증산지구, 관악구 신림지구 등 11곳을 3차 뉴타운 지구로 지정하면서 총 35개 지구(균형발전촉진지구 9곳 포함) 305개 구역에서 뉴타운 사업이 진행됐다. 서울에서 시작된 뉴타운 사업은 2004년 총선과 2006년 지방선거에서 후보들이 무더기로 뉴타운 공약을 들고 나오면서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사업 좌초… 꿈에서 깨다=2006~2007년 부동산시장 활황기를 거치며 '황금알'로 평가받던 뉴타운사업은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에 직격탄을 맞았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부동산경기 침체 등의 여파는 뉴타운 사업성을 급격히 떨어뜨렸다.

막대한 분담금을 부담하더라도 이익을 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사라지면서 사업 추진을 반대하는 주민이 늘었다. 이같은 주민들의 반대는 사업을 추진하려는 주민과의 갈등으로 번졌고, 결국 각종 소송으로 이어졌다. 공사가 마무리 단계인 곳을 제외한 대부분의 뉴타운 사업이 멈추면서 '뉴타운은 헌 집 주면 새 집 주는 사업'이 아닌 수억원을 들여도 제 값 못받는 애물단지 사업으로 전락했다. 이에 십여년 간 진행됐던 305개 뉴타운 사업구역 가운데 사업이 마무리된 곳은 전체의 10% 수준인 29곳에 불과했다.

사업추진 과정에서 단독주택과 다가구, 다세대 주택이 대거 사라져 서민의 주거 불안이 심화됐고 특히 원주민들의 재정착률이 떨어지는 지면서 '누구를 위한 뉴타운이냐'는 지적도 잇따랐다. 뉴타운 사업이 마무리된 시범지구 내 길음뉴타운 4구역의 원주민 재정착률은 일반 주택재개발사업 평균 재정착률(34%)의 절반인 17% 수준이었다. 결국 2011년 재보궐 선거로 당선된 박원순 서울시장은 2012년 1월 '뉴타운 출구전략'을 발표했다. 이후 2013년 6월 창인·숭인뉴타운을 시작으로 30여곳의 뉴타운 사업지구가 줄줄이 해제됐다.

◇매몰비용 처리 '난제'=뉴타운 사업을 중단하려고 해도 매몰비용 처리에 대한 확실한 기준이 없어 논란이 될 전망이다. 매몰비용에는 안전진단과 설계, 감정평가, 사업비 및 분담금 추산 용역, 사업시행계획서 작성, 조합운영 등에 쓴 돈이 모두 포함된다.

서울시에 따르면 매몰비용 처리는 '주민 스스로가 해산을 원한 경우'의 사업장에만 지원이 가능하고 행정기관이 직접 구역해제를 추진하는 경우에는 지원 되지 않는다. 시에서 직접 해제를 추진한 사업지역의 매몰비용을 지원하기 위해선 국회에서 법적 근거를 만들어야 하는데 현재 해당 법안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주민 스스로 해제하는 추진위원회만 매몰비용의 최대 70%까지 지원이 가능한 만큼, 서울시가 직접 하는 경우도 비용을 보조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 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법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매몰비용 처리 문제에 대한 소송이 곳곳에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해제구역 추진위 관계자도 "매몰비용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직접 해제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입장"이라며 "현실적인 비용 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소송이 진행될 수도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도시재생사업, 뉴타운 대안으로 떠올라=서울시와 국토교통부는 지난해부터 뉴타운 사업의 대안으로 소규모 개발 중심인 '도시재생사업' 활성화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서울시는 뉴타운·재개발 해제구역 주민이 원할 경우 주거환경관리, 가로주택정비, 리모델링 활성화 등 지역 특성을 고려한 도시재생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전면 철거 뒤 아파트를 짓는 재개발 중심의 시 도시정비사업을 개별 주택을 개량하는 방식으로 패러다임을 전환시키는 게 핵심이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저층 주거지 개별 주택 개량에 필요한 자금을 공사 금액의 80% 이내에서 최대 9000만원까지 5년 균등분할 상환 조건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연 4% 안팎의 적용 금리 중 2%는 시에서 부담한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의 활성화를 위해 SH공사를 공동사업 시행자로 참여시키고 주택도시기금 융자 대상에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추가해 재정적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 사업은 대규모 재개발로 인한 마을조직 붕괴 등을 방지하면서 7층 이하 공동주택을 조성하는 것으로 가로구획으로 둘러싸인 1만㎡ 미만, 노후불량 건축물이 2/3이상 밀집된 지역에서 이뤄지는 사업이다.

이제원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은 "집이 낡고 불편하면 고쳐야겠다는 생각을 해야하는데 그동안에는 재개발에 대한 기대감으로 돈을 쓸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있었다"며 "앞으로 주거 재생은 정비사업 중심에서 탈피해 저층 주거지 전체에 대한 개별 주택 개량의 지원과 지역 맞춤형 주거지 재생을 병행하는 방향으로 바꿔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대 기자 spar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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