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벗어난듯한 경제지표..그래봐야 세월호 직전 수준
◆ 현장경기 긴급진단 ◆
지난 2월 우리나라 산업생산이 3년1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 1월 생산·소비·투자에서 '트리플 마이너스 쇼크'를 기록하며 불안감을 한층 가중시킨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에 따라 우리 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설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달 31일 발표한 2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전체 산업생산은 전달보다 2.5% 늘었다. 지난 2011년 3월 4.0%를 기록한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다. 지난 1월에는 이 수치가 -2.0%를 기록했다. 세부 수치를 보면, 제조업이 대부분인 광공업생산 수치는 1월 -3.8%에서 2월 2.6%로 반등했다. 반도체와 자동차가 생산 증가세를 이끌었다. 서비스업생산도 도소매와 금융·보험업 호조세 덕분에 같은 기간 -0.6%에서 1.6%로 반등했다.
개인 소비활동지표인 소매판매도 1월 -2.8%에서 2월 2.8%로 정반대 흐름을 보였다. 2월에 설 연휴가 낀 덕분에 음식료품을 포함하는 비내구재가 4.2%, 의복 등 준내구재가 3.9%나 증가한 덕분이다.
기업 설비투자도 1월 -7.4%에서 2월 3.6%로 바뀌었다. 자동차와 항공기 투자가 크게 늘어난 데 따른 결과다. 건축과 토목공사 실적이 늘어나 건설기성 지표도 전월 대비 4.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월 지표상으로 보면 우리 경제가 반등해 회복세로 돌아서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1월에 워낙 크게 위축된 데 따른 기저효과가 큰 데다 설연휴가 지난해 1월에서 올해는 2월로 이동하면서 2월 수치가 높게 나온 것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 2월을 합쳐 살펴보면 경기회복이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다. 1·2월을 합친 수치를 작년 4분기와 비교해봤을 때는 전산업생산이 0.1% 증가해 작년 4분기 증가세와 같았다. 1·2월 소매판매는 0.2% 증가해 작년 4분기에 전분기 대비 0.4% 늘어난 것에 비하면 미약한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건설투자는 6.6% 증가로 작년 4분기 -3.9%보다 훨씬 좋아졌다. 설비투자는 1.1% 줄었지만 작년 4분기 8.6%나 늘어난 데 따른 통계상의 감소세로 풀이됐다.
전반적으로 보면 경기가 하락세를 멈추고 건설 등 일부 분야에서 회복의 불씨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앞으로 경기는 정부보다는 민간경제활동 회복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백근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2월 지표가 좋게 나왔지만 강한 회복신호는 아니다"면서도 "경기가 세월호 사건 이전으로 돌아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현재의 경기 상황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00.5로 세월호 사건 직전인 작년 3월과 똑같았다. 앞으로 경기 국면을 예고해주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03.1로 작년 3월 99.8에 비해 오히려 높았다.
정부는 우리나라 경기가 1년여 만에 세월호 사고로 인한 충격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지난해 1분기 완만한 회복세를 보였던 우리 경제는 세월호 사태 이후 곤두박질쳤다. 이후 경기는 매월 등락을 거듭하며 혼조세를 보였다. 하지만 2월에는 이들 지표가 모두 플러스로 반등했다. 전문가들은 1·2월을 합쳐서 본 경기지표가 세월호 사고 직전인 작년 1분기 수준과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회복은 정부가 작년 하반기부터 재정·통화정책을 통해 막대한 규모의 돈을 푼 것에 기인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세월호 사고 이전인 작년 1분기 경기가 2013년부터 1년 이상 제자리걸음에 머물렀기 때문에 현재 우리 경제가 '세월호 이전 수준'이라고 해서 당장 좋아질 것이란 얘기는 아니다. 작년 7월 최경환 경제부총리 취임 이후 46조원 재정 확대, 세 차례 금리 인하, 10조원 추가 재정 확대 등의 효과로 인해 한국 경제를 간신히 제자리로 돌려놓은 것으로 보는 시각이 더 많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1월에 팽배했던 우려는 가셨지만 회복세는 아직 미약하다"며 "향후 정책효과, 기대심리 개선 등 긍정 요인이 많아 우리 경제가 '미약한 회복'에서 '완만한 회복'으로 바뀌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고 분석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 하락세가 커지지는 않았지만 회복 기조나 상승 탄력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워 다음달 나오는 1분기 국민계정이 경기 방향의 큰 지표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에서는 경제에 대한 자신감이 높아졌다. 지난달 30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부동산·주식 등 자산시장과 창업 등에서 조금씩 역동성이 살아나고 있으며, 저금리·저유가 등 대내외 여건 개선이 가계와 기업에 호재로 작용해서 심리적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조시영 기자 / 김태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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