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내몰리는 하우스푸어 줄었다
은행 빚을 못 갚아 집을 경매에 넘기는 '하우스푸어'들이 줄고 있다. 최근 주택가격 회복과 거래 증가로 집을 처분하기 쉬워지고 금리 하락ㆍ전세금 상승 등에 따라 하우스푸어들이 예전보다 대출 상환에 여유가 생겼다는 분석이다.
경매정보 업체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1~8월 근저당권이나 전세권, 유치권 등 아파트 자체에 대한 담보물권을 근거로 한 '임의경매' 누적건수가 작년 대비 '확' 줄었다. 임의경매 신청 주택은 은행 대출을 못 갚거나 전세금 반환이 불가능한 '깡통 아파트'로 전락해 경매에 넘어가는 집을 말한다.
임의경매 신청건수는 지난 8월까지 서울 3353건, 경기 7561건이다. 작년에는 서울 4771건, 경기 1만342건이었다.
올 들어 작년 대비 서울은 30%, 경기는 27% 감소한 것이다. 미분양 무덤인 청라ㆍ영종이 위치한 인천도 8월까지 2387건이 임의경매로 집이 나와 작년(2802건) 대비 15% 줄어들었다.
특히 새 경제팀이 DTIㆍLTV 규제 해제 조치를 발표한 직후인 지난 8월에는 서울 312건, 경기 834건으로 올해 최저치를 나타냈다. 작년 동월 대비로 30~40% 정도 줄어든 수치다.
빚에 집이 넘어가는 일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가격을 낮춰서라도 팔려고 해도 팔리지 않았던 지난해와 비교해 주택을 처분하기가 쉬워졌기 때문이다. 하유정 지지옥션 연구원은 "작년만 해도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 집을 파는 자체가 어려워 은행 압류 등으로 경매로 넘어오는 건수가 많았지만 주택 거래량이 증가하면서 최악의 사태를 맞기 전에 집을 팔고 빚을 청산하는 사례가 늘어 경매건수 자체가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전세금 상승과 함께 최근 금리 인하에 따른 이자 부담 경감도 큰 배경으로 지목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연구위원은 "전셋집이 귀해지면서 집주인들이 전세금을 올리고 그 돈으로 채무를 갚는 등 재무 리모델링을 하는 예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전세금 상승으로 인한 집주인들의 '하우스푸어' 탈출이 전ㆍ월세에 사는 '렌트푸어' 부담으로 전가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이지용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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