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세난 '풍선효과'에 수도권까지 들썩
[동아일보] “중소형 아파트 전세금이 한 달 새 2000만 원씩 올랐어요. 서울 시내 아파트 전세금이 올라 일산으로 옮기는 사람이 많아지니까 덩달아 오른 거죠.”
18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동의 탄현중앙부동산 김진규 사장은 이 지역 전세금이 최근 들어 부쩍 올랐다고 설명했다. 서울 광화문에서 버스로 40분 정도 걸리는 탄현동은 서울 도심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이 많은 지역이다.
탄현2단지 삼익아파트 전용 59m²의 경우 전세금이 지난달보다 5000만 원이나 오른 1억5000만 원까지 적혀 있었다. 집값(1억6000만∼1억7000만 원)의 90% 수준이다. 집주인들이 전세계약이 끝나는 대로 월세로 돌려 390채인 이 단지에 전세 물량은 손에 꼽을 정도다.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서울 아파트 전세금이 들썩이며 도심의 전세 세입자들이 서울 외곽으로, 서울 외곽의 세입자들은 경기도로 밀려나는 ‘전세 도미노’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전세 도미노’ 신호탄?
전세 수요가 많은 경기 수원시 영통구와 장안구 일대도 최근 전세금이 훌쩍 뛰었다. 삼성디지털시티가 자리 잡은 이 지역에는 서울로 출퇴근하는 인구도 적지 않다. 영통구 살구마을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전용 84m²짜리 전세금이 2년 전보다 7000만∼1억 원 오른 3억 원대에 형성돼 있다”면서 “분당, 판교의 비싼 전세금을 피해 넘어오는 ‘전세 난민’들이 많아지면서 전세난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과 인접한 경기도의 전세금도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서울은 상대적으로 상승폭이 적지만 가을 이사철이 시작되는 추석 연휴 이후부터는 상승 국면에 본격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주(11일 기준) 전국 아파트 전세금은 전주 대비 0.09% 올랐다. 수도권이 0.11% 오르며 오름세를 주도했다. 지난주 전세금이 가장 많이 오른 전국 10개 지역 중 경기·인천권은 총 5곳으로 △경기 수원시 영통구(0.58%) △경기 의왕시(0.45%)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0.42%) △경기 광주시(0.42%) △인천 계양구(0.39%) 순이었다. 올해 들어 전세금이 많이 오른 상위 10개 지역 가운데 수도권이 8곳이나 됐다.
김지홍 한국감정원 주택통계부 과장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교통이 좋은 경기 일산, 수원 등 서울 외곽 인접지역에서 전세 매물 부족에 따른 전세난이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규제완화 속 전세난
이사철 비수기에도 전세금 상승세가 꺾이지 않는 것은 전세매물 자체가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여파로 예금상품을 통해 수익을 내기 어려워진 집주인들이 매달 고정수입을 얻을 수 있는 월세로 전환하는 것도 전세매물 부족을 심화시키는 요인이다.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H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전세를 월세로 돌리려는 집주인들이 많아 전세는 예약을 해도 물건을 찾기 어렵다”며 “500채 규모 아파트 단지에서 순수 전세 매물은 많아야 2, 3건에 불과할 정도”라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임대차 시장이 전세에서 월세로 바뀌는 구조적 전환기에, 금리인하 충격까지 겹쳐 이번 이사철을 앞두고 월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새 경제팀이 잇달아 내놓은 부동산 대책으로 주택 매매호가가 오르자 전세금이 동반 상승했다는 분석도 있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에 전세금을 올리려는 집주인이 늘어난 것이다.
김현진 bright@donga.com·홍수영 기자 안지혜 인턴기자 한국외국어대 영문학과 4학년 유태영 인턴기자 한국외국어대 경제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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